2025년 1월 1일부터 매일 작성하기 시작해서 8월 2일부터 보름 쉰 이 블로그를 간단히 돌아보려고 한다. 우선은 최다 조회수 포스팅부터.
1위를 차지한 포스팅은 "저출생 걱정 이전에 해야 할 걱정"이다. 이건 블루스카이에서 블좍 분께서 소개를 여러 번 해주시면서 이렇게 된 것 같은데 솔직히 전혀 예상하지 못 했다. 더구나 2, 3, 4위와도 이 정도로 큰 차이가 날 줄은.
근데 늘 깊이 생각해온 주제였기는 했다. 이미 태어나 있는 청소년과 청년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걸 막지도 못 하면서 어떻게 누군가 계속 자녀를 새로 낳아 양육해주기를 바라는 거야? 살던 사람도 살기 싫어지는 곳에서 어떻게 번식을 하란 말이야.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격 아닌가.
나는 오래 전부터 IMF 이후로 한국사회가 돌이킬 수 없는 변화를 겪었다고 생각했다. 가난, 질병, 사회적 지위 낮음 등을 개인의 게으름이나 무능함의 결과로 정의하고 질책하는 방식으로 기득권을 정당화해온 근현대사의 흐름이 IMF 이후로 한국에서 승리를 굳혀가는 것 같다.
문민정부 때 삼풍이 무너지고 성수대교가 끊어졌을 때는 YS가 나와 사죄를 했다. 그리고 실제로 아주 없다시피 했던 제도가 생기고 뭔가가 달라졌고 사람들은 그걸 체감했다. 20년 뒤 세월호가 침몰했는데 정부의 메시지는 간명했다. '알아서 살았어야지.' 놀라운 것은 이러한 실질적 차이도 있지만 20년 뒤 지도자가 저런 태도를 드러내는 데에 아무 수치심이 없었다는 것이다. 수오지심을 모르는 사람들이 득세를 하는데 IMF 전에는 부러워 할 망정 겉으로는 욕하고 깔봤으나 IMF 후에는 강자보정을 받는 거다.
고도 성장기 대한민국의 얄팍한 사회적 자본은 사실 유가사상에 뿌리를 둔 게마인샤프트적 성격에 기댄 면도 많았는데 IMF는 체면 때문에 차마 그러지는 못 하는 장벽을 엄청나게 많이 걷어 주었다. 한국 전통 게마인샤프트의 유가사상 베이스에서 그나마 좋은 점이 체면 중시에서 비롯된 수오지심(도덕적 우월성 확보를 위한)과 측은지심(그래도 나보다 딱한 처지는 건드리지 말자)이었는데 이게 아주 희박해졌단 생각이 자주 든다. 법과 제도와 사회의 도덕률 무엇도 나의 생존을 담보하지 않으니 무조건 나보다 밑에 누구 하나는 깔아야 밀려나지 않을 거라는 절박한 폭력성이 이제 IMF 후로 20년 가까이 흐르면서 이제 주류가 되었구나, 그런 생각이 든다.
남을 자신보다 아래로 짓누르다 못해 약자혐오가 너무 널리 퍼져서 아주 단순한 차별과 배제부터 명백한 기득권층의 잘못도 약한 쪽에 뒤집어 씌우는 경향까지 보노라면 대한민국 근현대사에서 정치적 정당함이 승리한 경험이 너무나 희박해서 그냥 남보다 센 게 옳은 것이라는 게 당연한 사고방식으로 굳은 느낌이다. 고도성장기에는 모두가 생활수준 상향을 겪으며 도드라지지 않다가 IMF를 계기로 개인의 삶이 정말 생존문제에까지 내몰리는 집단적 충격을 받으면서 사고방식에 굉장히 큰 쏠림을 주었달까.
읍내에서 잠시 검색해보니 내가 10년 전에 당시 청소년 세대에서 기성세대의 그런 사고방식이 더 폭력적인 거울상으로 드러난다고 썼던데 그 때 그 10대들이 지금 20대 썅대남인 것이다. 10년 전에도 내가 그 집단의 '남을 까내리고 정신승리하는 것, 논리 없고 레퍼런스 빈약하지만 귀 막고 고함치는 것'은 멀리 갈 것 없이 716-503 정부가 가장 대표적으로 하고 있는 일들이었다고 써두었다.
이게 10대 인셀남, 썅대남의 문제로 보이는 건 사실상 미디어에 노출이 더 자주 되어서 그런 거지 솔직히 말하면 기성세대만 인정하기 싫어하는 IMF 이후 한국사회의 약자혐오 문제가 좀더 노골화한 것뿐이지 않을까? 흔히 폭력과 억압은 대물림된다고 하는데 기성세대가 현 청년/청소년 세대에게 강요해온 무논리 정당화와 일상생활과 미디어와 학교 내 권위주의를 통해 계속 전시해온 헤게모니 친화적인 사고방식이 같은 세대 내에서도 더 약자에게 가해지는 것.
정치적 올바름(PC함)에 대한 염증 반응도 비단 뭐 독재 타도 이런 게 아니라 그런 것부터 개개인의 일상까지 사소한 모든 것에서 소위 PC한 것이 근현대 한국인들한테는 옳고 멋진 것보다는 약하고 이기지 못 하는 경험이 축적되어 그런 것 같고.
그래서 하고 싶었던 말은 사실 어린 세대를 까는 건 언제나 더 나이 많은 자들이 제 얼굴에 침 뱉기라는 사실이었다.
2위를 차지한 "어떤 원한"은 사전 그대로의 원한이라기보다 살짝 어그로성 제목이었다. 원한보다는 그냥 '한' 쪽에 더 가까웠을 그런 사연이다. 근데 이 포스팅을 작성하기 위해 한번 주욱 다시 훑다 보니 저 당시 법무부 차관이 김주현이라는 걸 새삼스럽게 발견하게 됐다. 김주현. 요즈음 어디서 많이 들어봤다면 그 김주현이 맞다. 전 민정수석 김주현. 안가모임 4인방 그 김주현. 역시 썁새끼는 하나만 하지를 않는구나... 그런 소소한 교훈을 재확인 하게 된다.
3위를 차지한 "비상계엄해제요구 결의안 처리 절차는 지극히 적법했다."는 모두의 안심용 포스팅이었던 것 같다. 처음 작성하기 시작할 때는 그런 목적으로 쓴 건 아니었던 것 같은데 어쩌면 나도 쓰면서 정확히 해두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결국 1년이 지난 시점에 와서는 다크투어도 진행되고 여러 가지 구술기록이 풀리고 그 날 비상계엄 해제를 적법하게 해내기 위해 글자 그대로 피와 땀을 흘린 사람들이 존재해서 오늘날이 존재함을 알게 됐지만 당시에는 싸대 법대 졸업생 나부랭이가 정리한 것이라도 읽으며 다들 조금 안심하고 싶었던 그런 마음이 아니었을까.
4위를 차지한 "공직선거법 제57조의2는 어떻게 적용될까?"는 솔직히 이게 4위나 될지 몰랐어서 놀랐다. 하지만 이해가 안 될 것도 아닌 것이 당시 한거킨을 후보로 만들려는 윤어게인파들의 행태는 너무가 기괴했고 그걸 대체 어떻게 두고볼 수 있을 것인지 모두 괴로웠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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