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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3, 2025의 게시물 표시

'사회적 합의'라는 예쁜 말

나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어쩌면 싫어하는 편일지도. 너무 추상적이고 실체가 없어서이기도 하지만 비겁한 정치인들이 전가의 보도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 법에서 다른 제약이 없는 한(연령제한에 걸린다거나 근친혼이라든가 중혼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혼자서 법률행위를 할 수 없는 무능력자인데 후견인의 동의 없이 결혼하려 하는 경우 등) 혼인이라는 개인과 개인의 법적 결합상태를 동성간이라고 해서 받아들이지 않을 근거가 없다. 그냥 행정부가 법을 그렇게 차별적으로 해석해서 집행하고 있을 뿐이다.  정치인이 사회적 합의라는 말 뒤로 숨는 건 쉽다. 하지만 정치인이 사회에서 존재하는 이유, 사회가 전치인에게 부여한 역할이라는 건 모두가 지켜보는 곳에서 주장과 견해를 놓고 근거를 들고와서 설득하고 가치관과 지향을 제시하면서 토론하고 납득시키고 또 다른 정치인의 다른 생각과 견해를 견주고 그러는 과정 속에서 대중의 선택과 지지를 입어 주장과 견해를 더욱 확산시키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공공선을 어떤 개념으로 합의해나갈 것인지, 정치지도자는 어떤 가치관과 사명감을 가졌는지, 또는 최소한 공공선 추구를 전략적으로 유리하게 느낄 감각이라도 지녔는지, 그렇게도 제각기 다른 사회구성원들에게 그걸 받아들일 지적, 시민적 역량이 있는지 아니면 더 필요한지 이걸 앞장서서 공론화해야 할 주체가 정치인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앞에 나와 치열하게 말싸움을 하는 것이 정치인의 역할이라는 거다.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추진하겠다는 말은 최상중하목이 '여야가 합의하면 마은혁 임명하겠다'고 하는 것과 똑같은 말이다. 결국 버틸 것이고 아무 것도 하지 않겠다는 말이다. 형법이나 그 처벌조항 같은 건 시대의 변화에 따라 제도가 사회의 양상을 뒤따라갈 수밖에 없지만 헌법정신과 직결된 법은 제도가 선도를 해야 인식이 뒤따른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모든 권력이 시민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이 해방공간에서 시민 다수의 사회적 합의로 이루어진 내용인가? 아니다. 제...

2009년 2월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갑자기 생각나서

국회에 불가촉천민이라도 되고자 이력서를 수백 통 넣어도 되지 않던 시절, 정치권 언저리에서 메시지를 내야 할 때 당시 유행하던 블로그나 아고라에 올릴 컨텐츠를 대필해주는 일을 잠깐 했었다. 근데 그러자면 정치권에서 내는 글을 일단 많이 읽었어야 했는데 그 때 원혜영 의원실에서 내는 메시지를 좀 좋아했다. 뭐랄까. 할 말 다 하는데 그렇게 공격적으로 느껴지지는 않는 재주가 있다고 해야 할까? 들을 때마다 '아, 저 방 메시지 담당 보좌진 정말 글 잘 쓴다'고 생각했었다. 오랜만에 생각이 나서 읽어보는데 약간 소오름 이다. 물론 지금 상황이 좀 더 안 좋지만 위기의 본질은 다르지 않다. 저 기회주의자 파시스트들이 하는 짓은 이념과 무관한 찐 기회주의이기 때문이다. 그 짓거리는 시대와 환경을 가리지 않고 사회를 병들게 한다. 지난 졸업생 대표연설 때 나도 '헌법정신'을 이야기 했었는데 2009년의 한국에도 헌법정신이 필요했던가보다. 아래는 전문.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김형오 국회의장과 선배동료의원 여러분. 그리고 한승수 국무총리와 국무위원 여러분. 민주당 원내대표 원혜영입니다. 기축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올해는 참으로 어려운 한 해가 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서민의 하루하루 생존이 위협받고, 중소기업이 사지로 내몰리는 미증유의 경제위기는 우리 모두를 숨막히게 만들고 있습니다. 마이너스 성장에 대량 실업과 도산이 쏟아질 것이 예상됩니다. 제1야당을 대표하여 이 엄혹한 시기에 전 국민이 단합하여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국민 여러분과 대통령, 그리고 정부여당에 간곡히 호소 드리고자 합니다. 먼저 대통령이 바뀌어야 합니다. 이대로 가면 경제가 죽습니다. 말로만 경제살리기 하면서 국민을 분열시키고 국론을 분열시키는 정치로는 경제가 잘 될 수가 없습니다. 이러다가는 다 죽겠다는 중소기업과 서민들, 길거리에 내몰리는 세입자, 실업자들의 비명이 들리지 않습니까? 한나라당은 더 이상 대통령 뒤에 숨지 말고 해야 할 말을 하십시오. 국민의...

기회주의자라는 사람들의 일면

많은 사람이 2014년 4월 16일 오전에 자신이 어디에서 무엇을 했는지 꽤 명확하게 기억한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그리고 나도 그렇고.  나는 민정당 의원실에서 세 번째로 불가촉천민 신분의 일을 하다가 2014년 7월에 해고되었다. 그래서 그 날 아침에는 다른 날과 마찬가지로 당시 영감쟁이의 아침 8시 전부터 본청 수행을 하고 회관으로 복귀를 했었다. 의원실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많은 의원실이 뉴스채널을 그냥 계속 켜놓곤 한다. 당시 내가 일하던 방은 그렇지는 않았는데 아무래도 엄청난 뉴스가 터지니 내 옆자리 비서 언니가 속보 뉴스를 틀어놓아서 귀로 계속 듣다가 또 뉴스를 보러 갔다가 왔다갔다 하는 아침이었다.  오보가 났을 때, 이웃한 의원실 어디선가에서는 '만세' 같은 소리도 들렸었다. 다들 같은 마음으로 간절히 기원하고 있다는 그런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아주 인간적인 어떤 순간이었다. 그리고 이내 오보임이 알려졌고 그 뒤로는 복도가 조용해졌다. 다들 방안에서 뉴스를 보며, 속보를 새로고침하며 작게 '어떡해.'만 반복하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사실, 내가 일하던 의원실은 안산에서 그리 멀지 않은 지역이었다. 지역구 오가는 길 근처에 안산이 있었다. 그래서 그 지역의 침통했던 분위기 같은 것을 바로바로 전해들을 수 있었다. 분명히 한동안 모두가 애도를 했었다. 지역보좌관 분이 분위기를 직접 전해주기도 했다. 동네 전체가 초상집 같다고. 그래서 4월 16일 이후 구조와 수색을 이어나가던 얼마간의 기간에 국회 전체가 슬픔의 안개 속에 쌓인 것 같았다. 그런데 시간이 좀 지나자 민정당내 분위기가 노골적으로 바뀌었다. 다들 기억하다시피 정말 입에 담지 못할 말들로 그저 실종자 수색과 왜 침몰했는지, 왜 구조하지 못 했는지 진상규명을 원하는 당연한 피해자와 희생자 유가족의 요구를 폄훼하고 몰아가기 시작했다. 단식을 하고 전국을 삼보일배를 해도 503은 유가족을 만나주지도 않았고 왜 그렇게 구조를 하지 않았는지 그 진실은 아직도 저 차...

국회 본청과 본회의장에 대하여

내란이 처음 터진 직후에 아래와 같은 포스트를 했었는데 의외로 국회 본청과 본회의장에 대해서 블로그 포스팅으로는 쓴 적이 없길래 정리할 겸, 저장할 겸 몇 자 적어본다. 1) 건물 외관 국회 본청 . 다들 본청, 본청하는데 사실 공식 명칭은 본'관' 이다. 다른 건물들도 다 의원회'관', 도서'관', 소통'관', 박물'관', 의정'관'이기 때문인데 수십 년 사용해서 입에 붙은 본청이라는 말은 도통 고쳐지지 않는다. 아마도 국회 구성원(주로 직원들)이 다른 건물에 비해서 본청의 지위를 좀 더 높게 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지하1층부터 지상7층까지 있는 건물이라고 국회 사이트에 안내가 되어 있지만 오타가 아닌가 싶고 사실 지하2층이다. 계엄군 새끼들 때문에 더 유명해진 지하통로가 이 지하2층에서 연결되어 있다. 준공년도가 1975년. 나보다도 나이가 많다. 저 위의 돔은 마징가Z가 나오는 걸로도 알려져 있지만 사실 내부에서 보면 진짜 그냥 돔이고 '민의가 찬반토론을 거쳐 한 결론으로 모인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리고 몰랐는데 전면 기둥 여덟 개는 전국 팔도를, 사면의 기둥 총 스물네 개는 시민의 다양한 의견을 의미한다고 한다는 썰이 있고 24절기 내내 열일하라는 뜻이라는 썰도 있다.  민주당 이름이 그냥 민주당이고 민정당 이름이 한나라당이던 시절의 국회 본청 사무실 안내표 유물 사진을 잠깐 보자. photo by 불가촉천민 시절 마저리. 필요할 때 보려고 지나가다 급히 찍은 짤이라 흔들렸다.  2) 건물 내부 내란의 밤 포스팅  때도 잠시 썼지만 층별 안내를 해보도록 하겠다. 저 포스팅과 비교하여 봐도 재미있을지도? 1층 : 후면 일반(민원인 등) 출입구 (면회실에서 신분증 확인과 출입증 교환, 짐 검사도 하고 목적이 있어야 한다. 국회 견학이라든지 본청에 있는 어느 위원장실과의 방문 약속, 청원 접수 등), 매점과 구내식당 (큰 식당, 작은 식당...

대통령 놀이가 한도 끝도 없는 어떤 거킨에게

거킨이 뭔지 혹시 궁금하신 분들이 계실까 싶어 거킨 이미지를 살짝 가져와봤다. 여튼 오늘 거킨이 국회 본회의 대정부질문 첫날에 불출석했다. 이에 우원식 의장은 아래와 같이 발언하였다. 무려 불출석 사유가 '시급 현안 처리와 민생현장 점검' 이란다. 유권자 시민이 직접 투표로 선출한 시민의 대표 국회의원이 행정부 각료를 불러다 정부 현안에 대하여 묻고 답을 듣는 일보다 더 시급한, 거기 하루 반나절도 못 가있을 만큼의 중차대한 '시급 현안'이 대체 무엇인지, '점검한 민생현장'이 어디인지 밝히지도 않는 저 방자함에 머리가 어질하다.  지금 보면 현 부정선거 아티스트, 구 503 권한대행 퐝교안이 선녀로 보일 지경이다. 이제 보니 거킨도 점검한다는 민생현장에서 저런 사진 찍고 싶었던 건 아닌가 모르겠다.  출처 : https://www.hani.co.kr/arti/politics/polibar/775376.html 이게 한거킨 싫다고 부정선거 아티스트를 올려치나, 기어이 민정당의 본색을 드러내나! 기대하셨다면 죄송하지만 사실 삭발이 어울리는 남자 퐝교안도 저 출석 이전에 똑같은 짓거리를 하려고 했었다.  출처 : https://www.hani.co.kr/arti/politics/assembly/774486.html 근데 진짜 저러려다가 욕을 개쳐먹었다. 언어의 마술사 스느스의 달인 박지원 의원(의원님 저 읍내에서 블락 좀 풀어주세요)의 코멘트를 보자. 출처 : https://www.khan.co.kr/article/201612190932001 거킨에게 똑같이 말해주고 싶다.  "거킨이 너는 이미 실패한 정권의 마무리를 위한 패전처리투수에 불과해. 경기는 계속돼야 하기 때문에 관중이 불가피한 선택을 한 것뿐이야. 파면 후에 집회 '구호가 내란 알박기 한덕수 권한대행 처벌하라'가 된 것은 거킨이 너가 권한대행 주제에 대통령 행세하면서 윤새끼 없는 윤새끼 2기 체제로 연장하려 하기 때문이야....

2025년 4월 셋째주 임시회 국회일정 미리보기

굵직한 일정이 많은 한 주가 될 것 같다. 본회의도 내내 있고 상임위들도 뉴스거리가 많을 듯. 그리고 뭔가 야권 정당 의원실이 그동안 못 한 정책 토론회를 정말 많이 열고 주제도 다 좋다. 일일이 다 소개 못 하는 것도 있으니까 궁금한 분들은 국회 공식사이트 국회활동에 들어가서 확인하시면 좋다. 1. 본회의 - 4/14(월) 14:00 대정부 질문(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 - 4/15(화) 14:00 대정부 질문(경제 분야) - 4/16(수) 14:00 대정부 질문(교육·사회·문화 분야) - 4/17(목) 14:00 법안 표결 2. 위원회 - 4/16(수) 10:00 법사위 전체회의 : 최상목 탄핵소추사건 조사 청문회               10:00  과방위 과학기술원자력법안심사소위 : 법안 심사 - 4/17(목) 10:00 과방위 정보통신방송법안심사소위 : 법안 심사 - 4/18(금) 10:00 과방위 전체회의 : 현안질의 3. 그 외 - 4/14(월) 14:00 권리중심공공일자리 운영 실태 및 개선방향 연구               14:00 한화 경영권 3세 승계, 이대로 괜찮은가? : 일감 몰아주기, 계열사 부당지원 등 편법 사례 분석 - 4/15(화) 10:00 [K-패스 연구 최종보고 국회토론회] 현행 K-패스의 강화 방안 : 정부 책임과 제도 확대를 중심으로               10:00 [사이버범죄 수사 대응을 위한 입법토론회] 사이버렉카 이제는 숨을 수 없다               10:00 오세훈 시장의 전시성 행정, 무엇이 문제인가?               14:00...

돈 많이 벌고 싶으면 전문 투자자를 하지 왜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을 해?

정답은 '그래야 돈을 더 많이 버니까?'가 아닐지. 최상중하목에 대해서 조국혁신당 차규근 의원이 2025년 4월 3일 제423회(임시회) 제4차 국회 본회의에서 긴급현안질의 내용을 일부 발췌하여 주석을 다는 식으로 좀 더 보려고 한다. 회의록은 여기 서 볼 수 있다.  ◯차규근 의원  차관님, 최상목 부총리 미국 국채 매입 관련 해서 법적인 문제는 없다 라고 했는데요. 공직자로서 범죄만 아니면 된다는 식의 그 낮은 윤리의식에 말문이 막힙니다.   혹시 차관님도 법적인 문제만 없으면 된다 이런 생각이신가요? ◯기획재정부장관직무대리 김범석  법적인 문제는 저희가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 이랄지 최종적으로는 그것을 담당하는 권익위에 물어봐야 되겠습니다만 아까 제가 설명드린 부분은 저희가 새롭게 달러를 매입해서 국채를 샀으면 혹시라도 이해충돌이나 그런 문제가 있겠지만 이미 기존에 (1) 사인 때 가지고 계셨던 달러를 가지고 국채를 사신 것은 별도의, 일부 언론에서 비판하시는 달러 절하에 베팅을 했다 그런 것과 관계가 없다 라는 말씀을 드린 겁니다. ◯차규근 의원  제 질문 취지는요 간단합니다. 법적인 문제만 없으면 된다라고 차관님도 생각하십니까?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으시겠지요. 그렇지요? ◯기획재정부장관직무대리 김범석  당연히 법적인, 저희가 경제를 책임지는 부처니까 당연히 이해충돌의 문제가 있는 일을 해서는 안 되겠지요. ◯차규근 의원  아니, 법적인 문제 아니더라도 윤리적인 부분도 중요하지 않습니까. 동의하시지요? ◯기획재정부장관직무대리 김범석  윤리라기보다는 이해충돌의 여지가 있는지 없는지 부분은 저희 나름대로 판단을 했다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차규근 의원  조금 더 물어보겠습니다.   법적인 문제 없다고 단정할 수는 있습니까? ◯기획재정부장관직무대리 김범석  의원님 지적하시면 저희가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을 담당하는 권익위에 최종적으로 한번 확인토록 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