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이 처음 터진 직후에 아래와 같은 포스트를 했었는데 의외로 국회 본청과 본회의장에 대해서 블로그 포스팅으로는 쓴 적이 없길래 정리할 겸, 저장할 겸 몇 자 적어본다.
1) 건물 외관
국회 본청. 다들 본청, 본청하는데 사실 공식 명칭은 본'관'이다. 다른 건물들도 다 의원회'관', 도서'관', 소통'관', 박물'관', 의정'관'이기 때문인데 수십 년 사용해서 입에 붙은 본청이라는 말은 도통 고쳐지지 않는다. 아마도 국회 구성원(주로 직원들)이 다른 건물에 비해서 본청의 지위를 좀 더 높게 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지하1층부터 지상7층까지 있는 건물이라고 국회 사이트에 안내가 되어 있지만 오타가 아닌가 싶고 사실 지하2층이다. 계엄군 새끼들 때문에 더 유명해진 지하통로가 이 지하2층에서 연결되어 있다. 준공년도가 1975년. 나보다도 나이가 많다. 저 위의 돔은 마징가Z가 나오는 걸로도 알려져 있지만 사실 내부에서 보면 진짜 그냥 돔이고 '민의가 찬반토론을 거쳐 한 결론으로 모인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리고 몰랐는데 전면 기둥 여덟 개는 전국 팔도를, 사면의 기둥 총 스물네 개는 시민의 다양한 의견을 의미한다고 한다는 썰이 있고 24절기 내내 열일하라는 뜻이라는 썰도 있다.
민주당 이름이 그냥 민주당이고 민정당 이름이 한나라당이던 시절의 국회 본청 사무실 안내표 유물 사진을 잠깐 보자. photo by 불가촉천민 시절 마저리. 필요할 때 보려고 지나가다 급히 찍은 짤이라 흔들렸다.
2) 건물 내부
내란의 밤 포스팅 때도 잠시 썼지만 층별 안내를 해보도록 하겠다. 저 포스팅과 비교하여 봐도 재미있을지도?
1층 : 후면 일반(민원인 등) 출입구(면회실에서 신분증 확인과 출입증 교환, 짐 검사도 하고 목적이 있어야 한다. 국회 견학이라든지 본청에 있는 어느 위원장실과의 방문 약속, 청원 접수 등), 매점과 구내식당(큰 식당, 작은 식당 구분은 저 시대의 것이고 요즘은 본관 1식당, 2식당 홀, 별실이다)과 의무실(학교 보건실 느낌이었는데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다. 솔직히 다른 보좌직원들은 종종 가기도 하는 것 같았지만 난 갈 시간이 없었다;;), 은행, 우체국 등이 있다. 사진에는 기자회견장과 공보실 등이 있으나 현재는 소통관으로 옮겼다. (소통관으로 위치가 바뀐 다음에는 나도 안 가봐서 모르겠지만 기자회견장이 층고도 높고 아주 삐까번쩍 해졌다.)
하... 저 본청 1층 새마을금고에 얽힌 썰이 하나 있는데... 나중에 따로 풀어보도록 하겠다.
1층 평면도는 따로 없지만 잠시 뒤 2층에서 설명할 내용 때문에 건물의 가운데에 거대 기둥이 박힌 것처럼 사용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고 그 부분을 비잉 둘러서 각종 시설이 위치하고 있다. 자주 다니지 않으면 미로처럼 느낄 수 있다.
2층 : 전면 국회의원, 보좌진, 사무처 직원 등 출입구, 각 정당 지도부와 원내 행정 사무실이 있는데 잠깐 아래 짤을 보자. 조국혁신당이 제22대 국회 개원 초 사무실 배정에 항의하면서 올린 보도자료에 포함된 짤인데 2층과 3층의 구조 이해용이다. 이미지의 아래쪽이 국회 전면. 들어가서 좌측(남쪽)으로는 민주당, 우측(북쪽)으로는 내란 순장조의 사무실이 둘러 있고 후면 쪽으로 넘어가면 소수정당의 사무실이 배정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지금은 그림과 다른 것으로 알고 있다.) 참고로 계엄군이 침투한 것은 내란 순장조 쪽 이미지 상 오른쪽 모서리의 중앙 정도인 정책위의장실이었다.
가운데 두 부분이 텅 빈 것처럼 보이는데 공백 부분은 3층에서부터 본회의장과 예결위장이 경사로로 파고들어간 부분이고 한가운데 뭔가 복잡하게 줄이 그어져 있는 부분은 제3, 4회의장이다. 짤에서 잘 보이지는 않는데 여기는 건물의 가장자리를 둘러싼 사무실보다 계단으로 3분의 1층 정도 내려간 높이이다. 그렇게 내려가서 여기도 경사로로 1층의 한 가운데 부분을 파고들어간다. 본회의장과 예결위장만큼 크게는 아니어서 1층은 공간 활용의 여지가 더 있다.
제3회의장은 언론을 통해 많이 봤을 공간인데 보통 인사청문특별위원회나,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린다.
제4회의장도 언론을 통해 보신 분이 있으실 텐데 주로 토론회, 또는 거대 교섭단체가 의원총회를 많이 한다.
2층과 5층 사이 : 본회의장 a.k.a 제1회의장, 예결위장 a.k.a. 제2회의장이 있다. 기본적으로 이 두 회의장 때문에 본청은 가운데 공간이 비어 있다. 아래 평면도도 아래쪽이 전면이다.
본회의장의 정면. 가운데 의장을 중심으로 바라보는 기준으로 좌측에 사무총장, 우측에 의사국장(본회의 때마다 보고하러 나오는 양반), 사무총장 좌측에는 의사1담당, 의사국장 우측에는 의사과장과 의사2담당, 의사과 직원들이 배석한다. 양쪽가에 탈의실처럼 되어 있는 곳은 종종 있는 무기명 투표 시 사용하는 기표소이다. 그 위에 유리창으로 뚫린 곳의 빨간 좌석은 귀빈(가령 해외귀빈이 국회 방문 시)석, 파란 좌석은 취재기자석이다. 그리고 플로어 좌석을 보면 크게 밝은색 의자와 좌우 맨 가장자리 2줄 정도가 카멜색인 걸 볼 수 있다. 왼쪽 카멜색 좌석에는 국무위원 보좌석(국무위원급은 아닌데 본회의장에 출석해야 하는 정부측 인사), 우측 카멜색 좌석에는 국회소속기관 간부들(의안과장 등)이 배석한다.
맨왼쪽 블럭은 국무위원석, 그 다음블럭의 왼편 모서리에 앞뒤로 길게 두세 줄이 비교섭단체 정당 소속 의원, 무소속 의원 등이 배치되고 의장 기준 중앙에 제1교섭단체가 위치한다. 제2교섭단체는 그 오른쪽이다.
모두가 알듯이 의장석 아래 발언대가 있고 그 아래에는 의정기록관, 즉 속기사들이 위치한다.
본청 4층의 본회의장 출입구로는 참관객이 출입할 수 있다. 위 이미지 좌측에 위치한 문이다. 물론 이 참관석 쪽에도 취재기자들이 위치할 수 있다. 5층까지는 이 본회의장의 층고가 다 차지한다. 천장 조명은 365개인데 아마 예상 가능하겠지만 365일 열일하라는 뜻이다.
본회의장의 맞은편에는 본회의장의 축소버전인 예결위장이 있다. 원래는 제2회의장.
예결위장이라는 이름답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리는 회의장이다. 여기는 보좌직원 출입도 가능하고 각 부처 공무원들도 출입 가능하다. 여기도 역시 거대 교섭단체의 의총장으로 쓰이기도 한다. 뒤편엔 마찬가지로 참관석 겸 취재기자석이 있다.
3층 : 다시 저 골동짤로 올라가서 보면 의장실, 부의장실과 그 비서실, 국회운영위원회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무슨 위원장실이라고 된 곳은 일일이 나와 있지 않아도 다 위원장실, 위원장 비서실, 위원회 대회의실, 소회의실, 위원회 행정실, 전문위원실이 한 세트이다. 그리고 3층에는 접견실이 넓게 생겼다. 구 의원식당을 그냥 다 국회 방문객과 만날 수 있는 공간인 접견실로 넓게 터서 바꿨다. 구내 카페도 작게 한 코너 있다. 그리고 국회에 출석하러 방문한 국무총리, 국무위원 대기실도 3층에 있다.
4~6층 : 17개 상임위원회(아 운영위는 3층에 있으니 16개)와 특별위원회의 위원장실, 비서실, 행정실, 전문위원실, 대회의실, 소회의실이 두루 있다.
7층 : 사실 불가촉천민 시절 자주 다니던 건 7층이었다. 진짜 사무처 업무를 보는 곳이 다 7층에 있고 무엇보다 지하통로에서 엘베를 타고 딱 7층에서 내리면 딱 눈앞에 내가 가장 사랑하고 존경하던 의안과가 있었다. 법안 접수는 다 의안과로 하게 된다. 그 외에도 사무처 각 과의 사무실은 웬만하면 7층에 있다. 아래 짤도 몇 년된 거라서 지금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일부는 소통관으로 사무실을 이전하였다. 가령 구 입법정보화담당관실, 현 디지털정보심의실이나 구 홍보기획관실, 현 공보기획관실은 소통관으로 갔다.
3) 본회의장 출입에 관하여
- 원칙적으로 본회의장에는 의사과 직원, 본회의 진행에 필수적인 사무처 직원, 배석하는 국무위원과 국무위원 외 출석해야 하는 관계 공무원, 의정기록관(속기사), 그리고 현역 국회의원 외에는 아무도 출입할 수 없다. 이는 국회법 제151조에 명시되어 있기까지 하다.
- 의원 보좌진도 그냥 플로어에는 출입 불가능하다. 전광판 화면을 띄워야 할 일이 있을 때만 본회의장 외곽 조정실로 자신의 출입증을 본회의장 출입비표와 교환하여야만 입장할 수 있다. 이 흔들린 짤도 photo by 마저리.
- 제22대 국회의원 중 본회의장 내 활동보조의 필요성이 있는 서미화 의원에게 보좌진 1인의 동행이 허락된 특례 외에는 보좌진의 출입이 허락된 바 없다. (김예지 의원의 시각장애인 도우미견 조이의 동행이 허락된 특례도 있지만 조이는 사람은 아니니까.)
- 이처럼 추상 같은 본회의장의 권위가 있어서 나는 가발거치대가 본회의장 안에 들어올 수 있도록 박주민 의원이 요청해준 것은 정말 본청 앞 상황이 아비규환이고 계엄군이 밀고 들어온다는 상황에서 목숨을 구해준 행위라고 보았다. 가발거치대가 진짜 목숨 구해줘서 고맙다는 인사나 했는지 모르겠다.
4) 본청 출입에 관하여
- 상임위장이나 여타 회의장, 본청에서 열리는 각종 공식 일정을 영감 따라 수행하게 될 때 보좌직원들도 되도록이면 정장을 하려고 신경쓰는 편이다.
- 반드시 모두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나는 그렇게 배웠고 많은 보좌진이 그렇게 하는 것을 봐왔다. 오늘 정장 안 입어서 본청 그냥 못 들어간다, 겉에 재킷이라도 빌려줘라, 이런 이야기를 하거나 갑자기 본청 수행을 나서야 할 상황을 대비해서 항상 옷걸이에 재킷 한 벌 걸어놓고 구두 한 켤레 갖다놓고 그렇게 한다.
- 체감 상 본청 출입은 국회 내 다른 건물 출입보다도 조금 더 빡센 편이다. 청사 안에서 출입증 패용도 더 깐깐하게 보는 편이고.
출처 : https://youtu.be/31dKo8OaekU?si=huIZhZAOdv7aAY1G |
- 이 상황에서도 규정을 지키는 사무처 직원이 놀라우셨겠지만 사무처 직원도, 보좌진도 여타 다른 국회의 노동자 일반이 대체로 본청이라는 건물이 갖는 위상, 권위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사실이다.
- 그리고 놀랍게도 그런 권위를 국회의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존중하는 이유는 정말로 국회가, 그리고 그중에서도 본청이 진짜 '민의의 전당'이고 모든 유권자의 주권이 행사되는 그 장소이기 때문이다. 그 중대함과 무거움을 알기 때문이다.(그리고 내가 참 그 추상같은 국회의 권위를 좋아했었다.)
- 국회가, 특히 본청이 그렇게 대단한 곳이다. 근데 계엄군이 그렇게 군홧발로... 이 내란을 일으킨 내란수괴와 그 수하에게 합당하게 응징해야 한다. 모든 유권자의 주권을 유린하려는 시도가 있었고 전 국민이 내란의 피해자가 되었다.
- 실집행은 모르겠고. 꼭 내란수괴에게 사형이 선고되길 기원한다.
저 한동훈 사진은 참 볼 때마다 같잖아서 터지네요. 🙄
답글삭제스스로 너어무 뭐라도 된 듯이 행동하려고 용쓰는 게 훤히 보여서 그렇게 보지 않을 수가 없는 것 같아요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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