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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의 가치 : 국회입법조사처

EBS에서 좋은 방송이나 다큐를 볼 때 수신료의 가치를 생각한다는데 나는 국회입법조사처 보고서를 읽으면서 종종 국세의 가치를 느낀다. 왜 갑자기 벅차 올랐나면 그게 원래 덕후 특이다. 갑자기 벅차 오르는 거.


사실 갑자기 이러는 이유가 없진 않다. 2026년 9월 30일자로 발간된 새로운 연구보고서 내용 때문이다. 제목은 '건강권 실현 관점에서 살펴본 「차별금지법(안)」 : 건강을 위협하는 사회적 고통 완화를 위한 입법·정책의 필요성'이다. 제목에서부터 왠지 가슴이 설렌다. 목차까지 보면 내용이 엄청 궁금해진다.

원래 입법조사처가 하는 가장 기본 업무는 '입법조사회답'이다. 국회의원, 위원회 등이 요청하는 입법조사를 수행하여 회신한다는 건데 가령 이런 것이다. 보좌진 마저리가 일을 하다가 입법 공백 또는 개정이 필요한 상황을 발견하고 자기 나름으로 이것저것 조사를 해본다. 해당 이슈가 이미 시민사회나 학계에서 많이 논의되었던 주제라면 비교적 자신의 능력만으로도 찾아볼 자료가 많지만 어떤 분야에선 보좌진 개인기의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럴 때 입법조사처에 입법조사를 요청한다. 어떠한 분야에서 어떠한 문제점을 발견했는데 이것을 외국에서는 어떤 입법으로 대처하고 있는지를 문의하거나 우리 국회에서도 기존에 해당 이슈 관련 입법 시도가 있었는지 여부 등을 질의하고 기다리면 입법조사처의 조사관(거의 해당 분야 박사학위 소유자들이다)들이 각종 자료를 뒤지고 분석하여 회신해준다. 보고도 궁금한 점이 있어서 전화하면 전화상으로도 더 설명을 해주고 모자라면 만나서도 설명을 들을 수 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특기할 만한 점은 설령 저 자료를 극우성향 의원실에서 요청했더라도 그 입맛에 맞는 자료를 만들어서 주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물론 작성한 조사관의 성향 반영이 0은 아닐지라도 그게 회신을 받는 의원실에 따라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입법조사회답 외에도 입법부 기능을 보좌하기 위해서 입법영향분석이라든지 행정부 견제를 위한 분석도 실시한다. 행정부의 시행령과 시행규칙이 그 상위법률의 취지에 위배되는 경우라든지 행정 상의 개선이 필요한 부분을 조사하고 자료로 만들어낸다. 입법영향분석은 법률안이 시행될 경우의 영향을 분석할 때도 있고 이미 시행된 법률의 영향을 분석할 때도 있다. 그리고 매년 '국정감사 이슈 분석'을 발간해서 전년도 국감의 주요 이슈를 정리하고 올해 국감의 예상 쟁점을 짚어준다. 

그리고 그 이상으로 하는 일이 바로 이러저러 여러한 보고서를 내는 것이다. 긴 보고서와 짧은 보고서, 시각화한 인포그래픽스 등 다양한 자료를 자주 내놓는데 그중에서 가장 긴 것은 바로 일 년에 세 번, 4월, 8월, 12월말에 출간하는 한국연구재단 등재학술지 '입법과 정책'이다. 


그 다음으로는 내가 위에서 뻐렁쳤던 'NARS 입법정책'이 있다. 입법 또는 정책의제 중 국회의 논의가 필요한 주제를 심층분석하는 보고서이다. 분량이 짧지 않고 대체로 국회에서 논의하지 않으면 안 되는 주제들이다. 


그 다음이 소논문 분량 정도 되는 'NARS 현안분석'이다. 입법정책과의 차이라면 주제가 조금 더 현안, 최신 이슈에 더 가깝다는 것이다. 입법정책이 장기 또는 꾸준한 주제라면 현안분석은 좀더 최근에 화제가 된 적이 있는 주제이다. 대략 한 최근 6개월 이내를 범위로 하는 듯하다.


그 다음 아침에 하나씩 가볍게 읽기 좋은 분량의 '이슈와 논점'이 있다. 사실 이거야말로 국회 불가촉천민 시절 마저리의 구몬 같은 존재였다. 바로 며칠 전에 뉴스에서 본 내용을 정책적, 입법적으로 어떻게 접근할 수 있는지를 짚어주는 쉽고도 좋은 자료다. 


그 외에도 입법조사처에서 개최하는 정책간담회나 토론회 행사의 요지와 토론 쟁점을 요약 정리한 'NARS Brief'도 있고 여러 입법조사처 발간물의 내용을 시각화한 인포그래픽스 'NARS info'도 있다.

위에서 잠시 예로 들었던 보좌진 마저리는 관심 분야가 거기서 거기여서 참고하는 분야가 한정되어 있었지만 입법조사처는 국회에서 정책적으로 다루는 분야를 다 다루기 때문에 주제가 매우 다양하다. 꾸준히 논의되는 주제도 있고 최신 유행 주제도 있다. 손이 빠른 보좌진이라면 '이슈와 논점'만 꾸준히 따라가도 최신 이슈에 대한 입법/정책적 지식을 얻어서 입법을 재빠르게 추진하기 좋다. 실제 의안정보시스템을 맨날 들여다보는 나로서는 국세의 가치! 입법조사처의 자료가 입법에 반영된 경우도 왕왕 본다. 그걸 바탕으로 입법했다고 써 있지는 않지만 제안이유가 입법조사처 보고서와 거의 비슷한 경우라든지.

한 가지 더. 내가 입법조사처에서 나오는 보고서와 자료를 좋아하는 이유는 항상 입법·정책 대안으로 마무리되기 때문이다. 절대 '이것이 문제다. 참 큰일이다.'로 마치는 법이 없다. 입법으로는 이렇게 접근할 수 있고 이런 정책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제안하는 것으로 맺는다. 문제가 있다면 어떻게든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해내는 게 입법부의 바람직한 자세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나는 입법조사처가 내놓는 자료들에서 내가 낸 국세의 가치를 느낀다. 

국회입법조사처를 향한 오지랖 넓은 활자중독자 분들의 많은 관심과 성원을 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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