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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툭튀한 국회의원이 멀쩡한 사람인지 알아보는 방법

이 방법이 100%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꽤 타율이 높다. 바로, 그 의원실에서 낸 법안을 확인하는 방법.



'에이 법안 그거 다 보좌진이 준비하는 거라서 영감은 모르거나 관심 없거나 호랑말코 같을 수도 있다며?'


맞다. 그 말도 내가 어디선가 많이 했을 거다. 그 말도 맞긴 하다. 왜냐하면 보좌진이 입법을 준비하는 경로엔 여러 가지가 있기 때문이다. 

    1) 사회적으로 완전 핫한 이슈 관련 예) 2025년 기준 계엄법 일부개정법률안 러시

    2) 영감의 관심사항일 경우 예) 제21대 국회 이탄희 의원실의 난 한 놈만 패 정신의 사법부 개혁법안

    3) 보좌진의 관심사항일 경우 

    4) 지역구 현안 또는 민원 관련인 경우 예) 경기도 지역구 의원들의 그린벨트 관련 법안

    5) 소관 상임위 현안인 경우 예) 법사위 의원실의 헌재법 개정안

    6) 상임위 소관기관의 청부입법인 경우 예) 산자위나 국토위 산하 공공기관의 기술적 법안의 경우

    7) 입법 발의 실적 채우기용 또는 인턴 실습용 법안인 경우 예) 개정안 하나면 될 걸 조문별로 쪼개 여러 건으로 접수하는 경우

대략 입법 발의를 하게 되는 경우 이러한 경로로 나뉜다. 더 다양한 경우도 물론 있겠지만 내 경험 상 대략 저 정도다. 이 중에서 영감이 어느 정도 일을 잘 하는가 또는 일에 진심인가를 알기 위해서는 1번이나 6번 빼고는 다 지표가 될 수 있다. 뉴스에 빵빵 나는 핫 이슈 관련 법안은 누구나 낼 수 있어서 희소성이 매우 떨어진다. 내용도 대동소이하고 차별점이 거의 없다. 6번의 경우는 실제로 의원실에서는 그냥 접수만 할 뿐이지 딱히 품이 들어가는 것이 없다. 그래서 지표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다만, 가끔 사회 현안 관련 법안 중에도 독특한 접근이나 시각을 보여주는 법안이 나오기도 한다. 이런 것들은 의원실에서 좀 장사를 잘 해야 하는 부분이긴 하나 매체에서 정책기사는 잘 안 써주는 경향이 있어 보좌진이 힘빠져 하는 경우도 가끔 있다. 

그럼 멀쩡한 국회의원인지 발의법안을 보면 되는지 가설을 간단하게만 증명해보자. 랜덤으로 아무 의원이나 찍어보도록 하겠다. 국회의원 현황의 가나다순 목록에서 이 포스팅의 작성 시각인 12시 9분을 반영해서 129번째 이름을 찾으면 부승찬 의원이다. 


부승찬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 목록은 다음과 같다. 총 19건.


소관 상임위 기준으로 나누어 보면 정무위 1건, 운영위 2건, 법사위 2건, 행안위 1건, 그리고 국방위 13건이다. 위의 분류로 보면 대체로 '난 한 놈만 패' 정신의 2) 영감의 관심사안인 경우로 볼 수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워낙 영감 본인이 공군사관학교 출신 공군 소령으로 국방부 대변인을 지낸 인물이다.

다 살펴보기엔 무리가 있으니 내용은 몇 가지 찍어서 한 번 살펴보겠다. 

우선 유일하게 대안반영폐기된 계엄법 개정안부터.


지난 2024년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반헌법적인 계엄령을 통해 현행 계엄법은 계엄 선포와 해제 과정에서 국민의 기본권 보호와 민주적 의사결정 절차가 충분히 보장되지 못한다는 사실이 드러났음. 특히, 계엄 선포 이후 군 병력에 의해 국회의 권한이 제한될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되었으며, 계엄 해제 이후에도 계엄 관련 지휘·감독 사항이 명확히 보고되지 않아 반헌법적·불법적 권력 남용이 있었더라도 그 사실관계 확인이 어려운 구조적 한계가 드러났음.

  이에 계엄의 결정 과정에 국무회의 의결을 의무화하여 계엄 결정 대한 엄격성을 부여하고,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계엄 해제를 요구한 경우 즉시 효력이 발생하도록 규정하여 계엄 해제 절차를 간소화하고 국회의 권한을 강화하고자 함. 또한, 계엄 해제 이후 대통령 및 관련 행정기관이 계엄 기간 중의 지휘·감독 사항과 사무 내용을 국회에 보고하도록 의무화하여 계엄 시 발생한 권력의 오남용을 바로잡을 수 있도록 하고자 함.

  아울러, 계엄 상황에서 국회의원이 체포 또는 구금된 경우에도 회의 및 표결에 참석할 수 있도록 하여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고, 국회의 민주적 계엄 해제 요구가 반헌법적이고 불법적으로 가로막히는 일이 없도록 하고자 함(안 제4조, 제11조의2 및 제11조의3 신설, 제13조 등).


요약하면 다음과 같이 정리해볼 수 있겠다.

    - 계엄의 절차적 요건 강화

    - 국회의 해제 절차 간소화 : 국회 의결 시 자동 해제

    - 계엄 해제 후 행정부에 대한 감독 강화

    - 계엄 상황에서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실질보장

계엄법 개정안은 12·3 내란 이후 핫이슈가 된 법안으로 위의 유형 중 1)유형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내용 자체는 타당하게 보인다. 실제 본회의 통과가 된 대안에는 해제 절차 간소화 외에는 다 반영되었다. 해제 절차 간소화는 개헌과 맞물려야 한다는 의견이 있어 보류된 듯하다.

다음은 군인사법 개정안이다.


현행법은 장기복무 군인이 의무복무기간을 마친 경우에만 본인의 의사에 따라 전역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의무복무기간이 남은 군인은 현역 복무가 적합하지 않은 경우 본인의 의사에 따르지 않고 각 군 전역심사위원회에서 심의를 거쳐 전역시킬 수 있도록 하고 있음.

  이에 따라 의무복무기간이 남은 군 성범죄 피해자의 경우 본인의 희망에 따라 전역할 수 없으며, 전역하기 위해서는 전역심사위원회에서 현역복무 부적합 판정을 받거나 질병·심신장애 등을 이유로 의병 제대를 해야 하는 실정임. 그러나 현역복무 부적합 판정 등으로 전역하는 경우 전역 후 취업 등에서 불이익을 받을 우려가 있어 군 성범죄 피해자는 성범죄 피해로 인하여 군복무를 지속하기 어려운 경우에도 쉽게 전역할 수 없는 문제가 있음.

  이에 군 성범죄 피해자는 의무복무기간 중에도 본인의 의사에 따라 전역할 수 있도록 하여 이들이 군이나 사회에서 입을 수 있는 후속 피해를 방지하려는 것임(안 제35조제3항 신설 등).


이런 법안 볼 때마다 솔직히 좀 감동하는 편인데 이건 영감 또는 보좌진이 전문성이 있고 상황에 대한 파악을 하고 문제의식이 명확하고 상황의 개선이 필요하고 그 해결책을 법률적으로 마련하는 진짜 훌륭한 예시이기 때문이다. 유형으로 따지면 2) 또는 3)에 해당할 것 같다. 군내 성폭력 범죄가 발생하고 그 처리가 피해자에게 너무나 불리하고 폭력적으로 진행된다는 것은 나도 알고 있었지만 저런 실질적인 커리어와 직결된 문제가 있는 줄은 군과 전혀 관련 없는 인생을 살아온 나로서는 전혀 상상도 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런 실질적인 문제를 제도적으로 풀어줄 수 있는 사람이 바로 국회의원이라는 존재이다. 굉장히 좋은 법안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은 국가배상법 개정안이다. 


현행법은 공무원 또는 공무를 위탁받은 사인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법령을 위반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때 국가가 그 손해를 배상하게 되어 있음. 

  그러나 계엄령은 5·16 군사쿠데타, 12·12 군사반란 과정에서 국가권력 장악 수단으로 악용되었으며, 그 집행과정에서 전병주, 김오랑, 정선엽 등이 입은 것과 같은 손해 발생이 예상됨. 계엄령 선포는 이처럼 정변과 결부되는 경우가 많고, 국민기본권 침해를 전제로 하는 바,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해에 대해 특별한 조치가 요구됨. 

  이에 국가배상법에 일정한 요건을 갖추지 못한 계엄령 집행과정에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타인에게 끼친 손해를 보장하는 조항을 신설해 계엄령 선포 남용에 따른 손해를 보장하고자 함. 

  즉, 국회 동의를 받지 않은 계엄령 집행 과정 혹은 국회의 계엄 해제 권한을 방해하는 과정에서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배상책임을 명시하고자 함(안 제2조제1항). 

  본 개정안과 함께 대통령이 선포한 계엄에 대해 전시계엄을 제외하고 국회 사전 동의의 의무화·국회의 사후 동의 권고 그리고 국회가 계엄해제 논의 시 현행범으로 체포된 국회의원의 국회논의 참여 보장을 명시하는 계엄법 개정안이 제출됐음. 본 개정안은 위 계엄법 개정안 통과를 전제로 함.


이 개정안과 관련해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다름 아닌 발의일자라고 생각한다.


12·3 내란보다 두 달도 더 전이다. 김민석 당시 의원, 김병주 의원, 박선원 의원과 함께 계엄을 경고하면서 제출한 법안이다. 이 법안이 만약 통과되어서 시행되고 있었다면 그날 국회 앞에서 계엄군이나 경찰들과 싸우다가 다치시거나 여타 손해를 입으신 분들이 국가배상을 받으실 수도 있었을 텐데. 여튼 이거는 2) 유형에 가깝다고 봐야 할 것 같다. 

이렇게 3건을 살펴봤는데 전체적으로 약간 청부입법 같아 보이는 것도 없지는 않지만 대체로 영감의 전문분야를 잘 살려 법안을 준비한 부승찬 의원실 보좌진의 전문성과 준비성이 빛나는 법안 발의 이력이다. 이 사례에 처음 이야기한 가설을 대입해 본다면 부승찬 의원은 꽤 멀쩡한 의정활동을 하고 있는 의원이라고 평가할 수 있는 거다. 

처음 말했들이 이게 100% 언제나 들어맞진 않더라도 혹시나 300명 중에 잘 모르는 의원이 갑툭튀 등장했을 때 그 사람 어떤 사람이지? 잘 알 수가 없다면 써먹기 좋은 가설이니 다들 기회가 될 때 테스트 해보고 그 효과를 공유해줘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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