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8일 법사위 제1법안소위에서 하급심의 판결문을 공개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되었다. 사실 이 논의는 처음이 아니다. 판결문 공개범위 확대는 오랫동안 변호사들의 요구사항이기도 했고 사법부의 투명성 제고를 요구하는 시민사회의 요구이기도 했다.
가시적인 범위에서 이 문제가 제도권으로 들어온 것은 아마도 이때가 좀 컸지 않았나 싶다.
| 출처 :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201909101040349129 |
변협에서 서울변회 개업변호사 2096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 전체 응답자의 94.2%(1975명)가 판결문 공개 범위를 현행보다 확대하는 것에 찬성 의견을 냈다고 한다. 그렇게 응답한 이유로 가장 많은 응답은 바로 이것이었다.
원래 재판의 심리와 판결은 공개가 헌법적 원칙이라는 것이다. 마치 국회의 모든 전체회의가 중계되고 회의록과 영상회의록이 남고 전에는 공개되지 않던 국무회의도 중계되는 것처럼 심리와 재판도 공개가 원칙이기 때문에.
그간 입법을 통해서 판결문 공개범위는 꾸준히 조금씩 넓어져왔다. 민사, 행정, 특허사건의 경우 2015년 1월 이후 확정된 건, 2023년 1월 이후 선고된 판결은 사람 이름과 지명, 상호 등을 가려서 ABCD, AABBCCDD 이런 식으로 가리고 공개 중이다. 그 중에서도 형사사건은 무죄추정의 원칙 때문에 확정이 된 것만 공개한다. 그나마도 현재 일반시민이 원하는 판결문을 찾아보려면 판결문 사본 제공신청을 하든지, 인터넷 열람시스템에서 열람하든지, 법원도서관에 직접 방문해서 보든지 세 가지 방식이 있다. 앞의 두 가지 방법은 사건번호를 일단 알거나 뭔가 키워드 특정이 되어야 찾을 수 있다. 수수료도 건당 1000원씩 다 받는다. 그리고 방문하여 판결문 전체를 찾아볼 수 있는 법원도서관은 전국에 딱 한 곳뿐이다. 고양시 마두역 근처에 있다. 그리고 방문이 허락되는 대상자도 한정되어 있다.
심지어 이 조건에 부합하는 열람자도 허가를 받아 80분만 검색할 수 있고 판결문 다운로드나 사진 촬영도 불가하다. 인쇄도 안 되고 필요한 내용을 필기해 갈 수도 없다. 허용된 종이에 사건번호를 메모하는 것만 허용된다고 한다. 그러니 사실상 사건 당사자라서 사건번호와 주요정보를 다 파악하고 있는 정도가 아니면 판결문을 볼 수가 없다. 더군다나 현행대로라면 장애인은 판결문에 접근하기가 극히 어려운 실정이다.
그래서 이런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에 많이 접수가 되었다.
2024년 6월 24일 이해민 의원안
2024년 6월 28일 민형배 의원안1, 민형배 의원안2
2025년 7월 9일 김기표 의원안
2025년 8월 19일 전용기 의원안
등이 있는데 이제 갓 법사위 법안1소위를 통과하였고 전체회의 의결을 앞두고 있다. 전체회의 의결도 된 다음에는 사법부 개혁법안들과 함께 본회의 부의도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여러 법안은 대안반영폐기 되어 법사위원장 대안으로 올라갈 예정이다. 하지만 법안의 제안이유는 제22대 국회가 아닌, 제21대 국회에서 임기만료폐기된 이탄희 의원안으로 살펴보도록 하겠다. 사유는, 취지가 사법부 개혁을 위한 것임을 가장 잘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투명한 사법절차를 통해 재판의 공정성을 확보하고 재판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제고하기 위해 헌법 제109조는 재판의 심리와 판결을 공개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이에 따라 현행법은 일정한 경우를 제외하고 누구든지 확정된 사건의 판결서등을 열람 및 복사할 수 있도록 하고 있음.
이에 국민 누구나 쉽게 판결문을 확인·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우리 법원은 개인정보 및 사생활 침해, 비실명 작업에 따른 비용 문제, 상업적 이용에 대한 우려 등을 이유로 판결문 공개에 소극적인 태도를 유지해 오고 있음.
판결문을 열람할 수 있는 대표적인 방법인 ‘종합법률정보시스템’에는 확정 판결문 중 비실명화된 일부 판결문만 공개하고, 공개비율도 대법원 판결의 3.2%, 각급 법원 판결의 0.003%에 불과함. 다음으로 ‘대법원 특별열람실’을 통해 판결문을 확인할 수 있지만, 이 경우 자리 예약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열람할 수 있는 PC도 4대(현 6대) 뿐이며 사진촬영과 출력이 엄격히 금지되고 열람시간도 제한되어 있음. 한편 법원은 2013년 1월 1일 이후 확정된 형사 판결서, 2015년 1월 1일 이후 확정된 민사·행정·특허·선거 판결서를 ‘판결문 통합검색·열람시스템’을 통해 검색·열람할 수 있는데, 여전히 미확정 판결서는 사건번호와 당사자 이름을 알아야 열람 가능하고 검색 기간을 1년으로만 제한하고 있으며 판결문 열람을 위해 한 건당 1,000원의 수수료를 부담하도록 하고 있음.
이처럼 일반 국민들은 판결문을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전관 출신 변호사들은 친분 있는 판사나 KICS(킥스) 시스템을 통해 미확정 실명 판결문을 구해보는 경우가 있어 전관예우 불신의 근거가 되고 있음.
2018년 7월 국민과 함께하는 사법발전위원회는 판결서 통합 검색·열람시스템 도입, 형사 판결서 임의어 검색 허용, 민사 및 형사 미확정 판결서 공개 등의 내용이 포함된 ‘바람직한 판결서 공개 확대 방안’에 대한 건의문을 채택하였고, 김명수 대법원장이 “사법절차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고 전관예우와 같은 불신의 비용을 줄이기 위해 앞으로 확정된 사건은 물론 미확정 사건의 판결문 공개 범위를 과감히 확대할 방침이다”라고 밝혔음. 무엇보다 우리 국민의 81%는 모든 판결문을 공개하는 것에 찬성하고 있음.
따라서, 투명한 사법절차를 통하여 재판의 공정성을 확보하고 재판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제고하기 위해 판결문을 최대한 공개할 필요가 있음. 무엇보다 하나의 사이트에서 각 법원의 판결서를 검색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전자정부 시대를 고려할 때 무료로 판결문을 다운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함.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재판의 독립이 법원 내외부의 압력으로부터 지켜지기 위해서는 법원이 하는 일에 대해 국민들이 정확히 알 수 있어야 하고 정보에 대한 접근이 최대한 보장되어야 함.
한편 법원은 판결서 상의 성명, 연락처, 금융정보 및 주민등록번호 등의 개인정보를 알파벳 대문자로 표시하거나 삭제하는 방식으로 비실명 처리를 하고 있는데, 많은 국민들이 이미 알고 있는 정보조차 비실명화해 판결문 내용 이해나 임의어 검색을 어렵게 하고 있음. 이에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판결절차의 투명성, 공정성을 도모하기 위해 판결문 공개 시 가급적 비실명 처리를 최대한 제한할 필요가 있지만, 당사자의 사생활이나 영업비밀 침해 우려, 개인정보 보호 등을 고려 현행법상 보호조치의무 규정을 유지함.
이에 법원으로 하여금 판결이 선고된 사건의 판결서를 컴퓨터 등을 통하여 검색이 가능한 형태로 제공하여 국민이 더욱 손쉽게 판례 정보에 접근하도록 함으로써 불필요한 사법비용을 절감하고 재판 공개라는 헌법적 요청을 충족시키고 판결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며 재판거래나 전관예우를 근절하며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임.
이탄희 전 의원은 양승태 사법농단 의혹을 제기하고 사직서를 제출한 판사 출신 정치인이다. 사법개혁 원툴로 진짜 열일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제22대 총선에는 불출마했다. 위에 대안반영폐기 된 제22대 국회 발의 법안 내용은 이 제안이유에 담긴 것들이 나뉘어서 들어가 있다.
다음번 돌아오는 본회의에 이 형소법이 통과되는지 한 번 지켜봐야겠다.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