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히 총재는 DJ였으니 넘버2니까 대빵이나 다름 없는데 만 50세였으니 열린우리당 당의장 시절보다도 이때가 리즈시절이었다고 해야 하려나.
이해찬 전 의원이 얼마전 별세하면서 왜 민주화 운동하다가 고문 당한 사람들은 이리 일찍 가는가 생각하다가 의식의 흐름이 김근태 전 의원에게까지 갔다. 흔히 GT계라고도 하던 계파도 소수지만 있었는데 이 사람들의 공통점이 뭐냐면 노잼이라는 점이다. 대표적인 예로 우원식과 이인영 그리고 유은혜가 있다.(예외가 없진 않다. 김원이 의원도 소위 GT계로 분류되는데 사투리가 구수하고 재밌는 편.)
민주주의자 김근태. 당직 이력도 화려하건만 의외로 교섭단체 대표연설 기록이 잘 안 나온다. 딱 두 번인데 그 중에 첫 번째를 옮겨보고 싶다. 이 교섭단체 대표연설은 1997년 7월 3일, 새정치 국민회의 부총재이던 초선의원 김근태의 연설이다. 솔직히 잘 쓴 연설문은 아닌데 신한국당은 태생이 3당 합당이라고 국회 회의록에 박아버리는 패기가 초선이지만 당 부총재란다, 의 위엄을 보여주는 듯하여서. 지금 기준으로 보면 좀 빻... 느낌인 부분도 없는 건 아닌데 그러나 이 노잼남의 준엄한 꾸짖음을 갈, 느낌을 기록으로 남겨보고자 한다.
재미있게 본 점은 지금껏 블로그 쓰면서 옮긴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민정당 집권기 실정을 지적하는 파트 내용이 진짜 다 시기가 언제인지 헷갈릴 정도로 전부 현시성이 충만하다는 것이다. 대체 얼마나 기득권 카르텔이 강고해야 매번 이렇게 나라를 아작을 내놓는데도 바퀴벌레처럼 기어나오는 것일까.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국회의장, 선배·동료의원 여러분!
그리고 국무총리, 국무위원 여러분!
새정치국민회의 김근태입니다.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되었습니다. 올해는 비가 유난히 많이 내린다고 합니다. 걱정입니다. 아무쪼록 큰 피해가 없도록 단단히 대비해야 하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우리는 지난 1일 홍콩이 155년 만에 중국에 반환되는 역사적 사건을 지켜보았습니다. 유럽은 99년 통합을 앞두고 화폐의 통일 같은 구체적 준비로 빠르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영국은 18년 만의 여야 간 정권교체로 노동당 집권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습니다. 공산주의 종주국이었던 소련이 망한 지 7년이 지난 지금 마침내는 러시아가 NATO에 가입한다는, 도무지 믿기 어려운 뉴스도 들어와 있습니다. 미국은 우리와 다르게 지금 유례없는 경제적 호황을 누리고 있습니다. 인간이 달에 착륙한 지 30년이 지난 오늘 인류는 화성과 목성까지 탐사를 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세상 돌아가는 일들을 몇 개 나열해 보았습니다.
세계가 정말 어지러울 정도로 급속히 달라지고 있는 것을 실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세계는 이처럼 변하고 있는데 우리는 과연 어떻습니까? 잘못된 정치로 인해 발목이 묶여 전진을 못 하고 뒷걸음질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특히 지난 수년간의 실정은 우리에게 너무나 큰 손실을 가져왔습니다.
이런 우울한 현실 속에서도 어제는 30개월 만에 처음으로 6월 무역수지가 흑자를 기록했다는 보도를 들었습니다. 참으로 반가운 소식이었습니다. 이런 흑자 소식이 다음 달에도 또 그다음 달에도 내내 계속된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얼마 전 중국의 광주에 주재하는 우리나라 무역회사 젊은 사원들이 9 to 5가 아닌 5 to 9으로 뛰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다른 나라 무역상사원들은 9시 출근, 5시 퇴근으로도 장사를 잘하는데 우리 상사원들은 조금이라도 더 팔기 위해 새벽 5시부터 밤 9시까지 뛰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심지어는 아내도 함께 뛰고 있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저는 수출이 잘 안 된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라 이런 우리의 젊은이들이 너무나 대견하고 자랑스럽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
우리 당은 지난 1일 새벽 1시 김대중 총재와 함께 동대문시장을 찾아갔습니다. 모두가 깊은 잠에 빠져 있을 바로 그 시각, 시장은 대낮보다도 더한 활력과 활기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한국의 새벽을 여는 그분들의 그 억척스런 모습을 보면서 우리 새정치국민회의는 대한민국과 우리 국민에 대해 더욱 큰 믿음과 희망을 갖게 되었습니다. 대구에서 온 사람, 부산에서 온 사람, 대전과 광주 등 전국 각지에서 온 분들을 만나면서 용솟음치는 생활력과 강인한 의지를 체감하면서 우리는 한국의 내일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것은 하나의 감동이었습니다. 6·25의 폐허 속에서 맨손으로 이 나라를 이만큼 끌어올린 우리 국민들의 저력이 이렇게 살아 숨 쉬고 있음을 직접 눈으로 확인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정말로 존경받기에 충분한 국민들의 저력과 잠재력을 집약하고 이끌지 못하는 이 무능한 정권을 책망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아울러 국정운영의 일단을 책임지고 있는 제1야당으로서 우리도 국민들에게 송구스럽기 그지없습니다.
국민 여러분!
지난 1993년 김영삼 정부 출범 당시 저는 비록 정치적 입장은 달랐지만 진심으로 성공하기를 바랐습니다. 문민정부가 내건 변화와 개혁이라는 지표를 대부분의 국민들이 지지하였습니다.
그러나 지금 국민들은 깊은 배반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김영삼 대통령은 호랑이를 잡기 위해 호랑이 굴에 들어간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그만 더 무서운 호랑이가 되어서 국민 앞에 나타난 것입니다. 국민은 혼란과 혼돈 속에 빠졌습니다. 신한국당 정권은 총체적으로 실패했습니다.
첫째, 무엇보다도 3당 야합이라는 태생적 한계를 안고 있었습니다. 진정한 개혁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둘째, 모든 정책이 오락가락했습니다. 경제도 그랬고 정치도 그랬습니다. 특히 대북정책은 냉탕과 온탕 사이를 쉴 새 없이 오락가락하고 말았습니다.
셋째, 독단과 오만에 빠진 신한국당 정권은 야당을 국정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국민에게 호소하고 설득하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무조건 따라오라는 식이었습니다. 국민을 철저히 무시한 것입니다. 그리고 나서 여의치 않으면 사과하고 사과한 뒤에는 또 잊어버리고 다시 사과하고…… 매사가 이런 식이었습니다.
넷째, 신한국당의 독선은 참으로 지나쳤습니다. 날치기파동이 그 대표적 예입니다. 특정지역 출신들의 권력독점은 오히려 더욱 심화되고 고착되었습니다. 권력의 집중과 독점은 부패와 비효율을 낳았습니다. 한보사태와 같은 권력 핵심의 부정과 비리는 권력집중의 필연적 결과입니다.
국민 여러분!
오늘 우리 사회와 나라는 총체적으로 뒤죽박죽이 되었습니다. 정말로 엄중한 위기상황입니다. 4년 전보다 살기 좋아졌다고 말하는 사람은 이제 거의 없습니다. 이 정권 출범 당시 9조 원이었던 농가 부채는 27조로 늘었습니다. 경상수지 적자는 지난해 말 237억 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외국에 진 빚은 1000억 달러를 넘어 국민 1인당 외채가 세계 1위를 기록하는 불명예를 겪고 있습니다.
한보철강이 5조 7000억 원이라는 천문학적 특혜융자를 받는 동안 몇천만 원도 융자받지 못해 쓰러진 중소기업이 5만 개가 넘습니다. 공공요금은 하루가 다르게 오르고 하루아침에 실업자가 되어 거리로 내몰린 고개 숙인 가장들 때문에 가정경제가 위협받고 있습니다. 어린 학생들은 학원폭력과 약물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신한국당 정권은 정말로 엄청난 국민적 혼란과 국가적 혼돈을 낳고 말았습니다. 그럼에도 신한국당 정권에서 총리로, 당 대표로, 장관으로 권력을 누려 온 여당의 경선주자들은 하나같이 책임을 회피하고 있습니다. 뼈아픈 반성은커녕 모든 책임을 김영삼 대통령에게만 떠넘기면서 권력 잡는 일에만 몰두하고 있습니다. 유감스러운 일입니다. 그런 태도로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입니다.
집권여당의 경선은 바람직한 것입니다. 그런데 여당경선에는 정책대결은 별로 없습니다. 줄 세우기와 세몰이가 여전합니다. 지역감정도 노골적으로 조장하고 있습니다. 이것을 구태와 혼탁이라고 하면 지나친 표현일까요? 안타까운 일입니다. 이 지경에도 신한국당이 다시 집권한다면 우리 사회를 민주사회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신한국당의 재집권으로는 21세기를 열어 갈 경쟁력 있고 희망 있는 국가를 도저히 만들 수 없습니다.
국민 여러분!
50년 여당집권이 더 계속된다면 우리 사회에 희망은 없습니다. 정권교체는 다시 희망을 가꾸기 위한 첫걸음입니다. 이번에는 바꿔야 합니다. 정권교체 대열에 참여해 주십시오. 감히 우리는 정권을 담당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씀드립니다. 국민 여러분과 함께 우리는 더욱 잘할 수 있습니다.
국민 여러분!
오늘의 어려움을 넘기기 위해서는 지도자 한 사람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합니다. 국민 모두가 한마음으로 뭉쳐야 합니다. 국민통합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것은 참여로부터 출발해야 합니다. 특정지역과 일부세력만 국가운영과 자원을 독점하고 있는데 과연 누가 나도 힘을 보태야겠다는 마음을 갖겠습니까? 3공화국 이후 역대 정권은 모두 특정지역에 바탕을 둔 국민 분열 정권, 차별 정권이었습니다.
이제 그 같은 국민 분열 정권으로는 변화하는 세계에 적응할 수 없습니다. 지역이나 정파, 계층을 떠나 능력 있는 모든 인재들이 골고루 국가운영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함께 참여하고 함께 책임질 수 있을 때 나도 힘을 보태야겠다는 의식이 생겨날 수 있습니다. 그곳에 민주주의와 21세기 희망의 꽃을 피울 수 있습니다. 우리가 그것을 하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21세기를 눈앞에 둔 지금 세계경제는 국민국가시대가 퇴조하고 있습니다. 국경 없는 시대, 지구촌을 하나의 단위로 하는 무한경쟁시대를 맞고 있습니다. 서울 남대문의 옷가게도, 부산 광복동의 구멍가게도 세계의 상인들과 경쟁하는 지구촌 경제 시대입니다. 교통 통신의 발달로 세계가 좁아지고 교역이 확대되는 한편 경제의 블록화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습니다. 경제실리주의에 따라 국제질서가 재편되고 있습니다. 그 밑바탕에는 국가 간, 지역 간의 치열한 대립과 경쟁이 엄존하고 있습니다. 이런 국제사회의 중심에 우뚝 서는 것이야말로 이 시대 우리의 엄숙한 과제입니다.
좋은 상품을 만들어야 하고 또 국제시장에서 잘 팔아야 합니다. 다른 나라의 시장에 자신의 물건을 팔기 위해 일선 공무원부터 대통령까지 통상외교, 세일즈외교에 팔 걷고 나서야 합니다. 무한경쟁의 국제화 시대에 외교의 의미는 크게 달라지고 있습니다. 한 나라의 외교역량이 그 나라의 미래를 좌우합니다. 정부 간의 정책타협과 교섭만이 외교가 아닙니다. 외교와 경제는 불가분의 관계에 놓여 있습니다. 외교역량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우리 당은 국제사회에서 오랜 교분과 일관된 태도로 실력을 입증받고 있습니다. 저희는 그런 실력을 바탕으로 국제무대의 중심에 서는 경제외교를 성공시킬 수 있습니다. 외무부를 미국의 국무부처럼 개편하여 역할을 극대화하는 제도적 뒷받침도 필요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우리 경제는 여전히 심각합니다. 현 정권 출범 당시 300억 불이던 대외 총부채가 올해 말 1250억 불에 이를 것이라고 합니다. 우리는 세계 3대 무역외채국가로 전락했습니다. 이제 외국은행에서는 돈을 잘 빌려주려 하지 않습니다. 올해 초에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G6, 즉 아·태 선진 6개국 그룹에서도 제외되었습니다. 이것이 신한국당 정권의 경제외교 성적표입니다. 세계경제가 호황을 구가하고 있는 시점에 유독 우리만 뒷걸음질 쳤습니다. 잘못된 정책이 경제를 망쳤기 때문입니다. 철학도 비전도 없이 일관성도 결여된 채 정치논리로 경제를 좌지우지했기 때문입니다. 천문학적인 특혜대출이 이루어진 한보사태와 같은 권력형 비리와 관치금융의 폐해 때문입니다. 수조 원의 자금을 쏟아부어도 반신불수를 이미 면하기 어려운 경부고속전철 같은 전시행정 때문입니다.
과거에는 대기업만 잘되고 중소기업은 어려운 경제의 양극화 현상을 걱정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중소기업은 물론이고 대기업도 잇따라 도산하고 있습니다. 한보는 말할 것도 없고 재계 순위 30위권인 삼미도 무너졌습니다. 시장원리를 무시하고 급히 만든 부도방지협약으로 간신히 위기를 넘긴 재벌그룹이 여럿입니다. 현 정권 출범 이래 수많은 중소기업이 도산했고 수백 명의 중소기업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경제를 다시 일으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민들로부터 ‘다시 한 번 해 보자’ 이런 신명과 의욕이 생겨야 합니다. 이를 위해 우리는 다음과 같은 경제정책을 일관되게 밀고 나가겠습니다.
첫째, 긴축재정을 통한 안정기조를 확고하게 유지해야 합니다. 그 핵심은 물가안정입니다. 정부 스스로 고통을 감수하면서 재정의 낭비를 억제할 수 있어야 합니다. 세입이 부족하다 해서 국세청에게 억지로 세금을 거두게 해서는 안 됩니다. 그것은 가뜩이나 위축된 경제에 더욱 나쁜 영향을 주게 됩니다. 정부가 절약하지 않으면서 국민들만 절약하고 국가를 책임지라는 것은 말이 안 됩니다.
둘째, 과감한 투자를 통한 기술입국입니다. 낙후된 기술수준을 끌어올리는 노력 없이 무한경쟁시대에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셋째, 모두 함께 경제 살리기에 동참하는 국민통합의 분위기를 만드는 것입니다. 그 핵심은 노사 간 협력과 대등한 인격적 관계설정입니다. 기업과 근로자가 공동운명체라는 정신을 갖고 생산활동에 임할 수 있어야 합니다.
넷째,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협력체제 구축입니다. 불공정행위와 독과점은 막아야 하지만 그 밖에는 일체의 간섭과 규제를 배제하여 대기업이 국제 경쟁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중소기업은 전력을 다해 지원하여 경제에 영양을 공급하는 실핏줄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다섯째, 시장원리에 입각한 자율경제로 나아가야 합니다. 정치적 논리가 개입되어 경제를 망치는 잘못을 다시는 되풀이해서는 안 됩니다.
국민 여러분!
국회의장, 선배·동료 의원 여러분!
국무총리, 국무위원 여러분!
신한국당 정권은 그동안 금융실명제를 개혁의 상징으로 내세우며 자랑해 왔습니다. 그러나 금융실명제는 제도의 미비로 지하금융 양성화에 실패한 채 실종될 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대통령 긴급명령이란 어정쩡한 상태를 벗어나 입법을 통한 제도적 보완을 더 이상 늦춰서는 안 됩니다. 돈세탁방지법도 만들어야 합니다. 우리 당은 지난해 정기국회에서 돈세탁방지를 포함하는 부패방지법을 제출한 바 있습니다. 이것을 이번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해야 할 것입니다.
얼마 전 정부는 느닷없이 금융개혁안을 내놓았습니다. 금융개혁은 한보사태에서 드러난 바와 같은 관치금융의 폐해를 극복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그런데 정부는 거꾸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중앙은행의 독립은 뒷전으로 미룬 채 관료의 지배 아래에 두는 금융감독 체계의 일원화는 분명히 개악입니다.
OECD 가입에 따른 금융개방에 대비하기 위해서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시급히 제고해야 합니다. 금융산업의 칸막이를 제거하고 수수료를 자유화시켜야 합니다. 그러나 중앙은행 독립과 금융감독 체계 그리고 재벌의 은행소유문제는 시간을 두고 충분히 검토해야 합니다. 지금부터 검토하되 입법은 차기 정권에 맡기는 것이 옳습니다. 우리는 현 정권에서 이를 졸속 처리하는 것에 분명히 반대합니다. 금융개혁도 민간주도로 방향을 잡아 가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관이 이를 주도하는 것은 실패할 위험이 높습니다.
김영삼 대통령과 신한국당에 간곡하게 부탁합니다. 섣부른 과욕은 더 큰 실패를 부릅니다. 더 이상 망치지만 않는다면 우리 경제에 희망이 있습니다. 그동안의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과욕을 부려 희망의 싹까지 잘라 버리지 않기를 요청드리는 바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21세기는 지식혁명의 세기입니다. 교육이 이를 좌우할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과연 21세기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인재를 길러 내고 있는지 의문입니다. 공교육비는 18조 원인데 사교육비 지출은 20조에 달합니다. 과외비에 가계가 허덕이고 국가경제가 멍들고 있습니다. 창의성 개발은 뒷전이고 오로지 대학입시를 위한 암기위주의 주입식 교육만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태어나면서부터 과외인생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많은 아이들이 경쟁에서 탈락한 채 꿈을 잃고 거리를 방황하고 있습니다.
국민 여러분!
이대로는 안 됩니다. 근본적인 교육개혁 없이는 교사, 학생, 학부모 그 누구도 결코 행복할 수 없습니다. 학교교육의 정상화와 교육개혁을 통해 창의성과 인성을 함양시키고 생동감 넘치는 교육현장을 만들어야 합니다. 먼저 학교교육의 정상화를 저해하고 과도한 사교육비를 유발시키고 있는 대학 입시제도를 개혁해야 합니다. 장기적으로는 대학입시를 대학자율에 맡겨야 합니다. 단기적으로는 수능시험을 교과서에서만 출제하고 난이도를 조정하여 학교공부만으로 대학시험을 치를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또한 국가차원의 학력평가제도를 도입해서 내신 성적 산정의 객관성을 확보해야 합니다.
공무원은 물론 민간기업에서도 실력위주로 채용해야 합니다. 학벌사회의 폐해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지역할당제의 도입도 신중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최근 북한의 도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국제적 협력 속에 한반도 전쟁위험을 제거해야 합니다. 군사안보에 만전을 기해야 하겠습니다. 궁지에 몰린 그들에게 핑계를 주어서는 안 됩니다. 자기 주민도 제대로 먹여 살리지 못하고 있는 북한은 더 이상 우리의 경쟁자가 아닙니다. 그런 북한을 잘 관리해야 합니다. 전쟁도 도발하지 못하도록 잘 관리해야 합니다.
우리에겐 그럴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북한을 개혁·개방의 길로 나서게 해야 합니다. 그들을 고립 붕괴시키려 한다는 오해와 불신은 우리에게도 부담일 뿐입니다. 정부가 지난 1년 동안 4자회담을 추진하면서 북한동포 지원에 소극적인 것으로 비쳐짐으로써 잃은 것이 너무 많습니다. 실제로는 우리가 가장 열심히 북한을 도와주면서도 국제사회의 비판과 압력에 못 이겨 마지못해 대북 지원에 참여한다는 인상을 주었습니다.
우리는 대북지원 창구로 적십자사와 더불어 통일원 주관하에 이북 5도민회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검토할 것을 다시 한 번 제안합니다. 굶주리고 있는 북한동포에 대한 식량지원은 인도주의 원칙에서, 또 긴장완화와 민족화해를 위해서도 필요합니다. 북한 통치집단에 대한 지원이 아니라 굶주린 동포에 대한 식량지원입니다. 이를 보다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중단된 남북 국회회담을 재개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이 바로 적절한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6·25 전쟁포로 송환문제와 북에서 유명을 달리한 포로들의 유골을 찾아 주는 문제에 정부차원의 관심을 기울일 것을 촉구합니다.
존경하는 의장, 의원 여러분!
그리고 국민 여러분!
다가오는 12월 대통령 선거에서 새로운 세기를 여는 정부를 선택하게 됩니다. 이 뜻깊은 선거를 통해 우리는 21세기로 가는 첫걸음을 내딛게 되는 것입니다. 승자도 패자도 기꺼이 결과를 받아들이고 다음 정부의 앞날을 축복하며 동참할 수 있으려면 무엇보다 선거가 깨끗하고 공정하게 치러져야 합니다. 관권이나 금권 같은 부정하고 비겁한 수단들이 끼어들지 못하고 음해와 모략이 더 이상 판치지 않는 선거다운 선거를 이제 한번 치를 때가 되었습니다. 오직 21세기를 열어 가는 데 누가 더 적합하고 준비되어 있는가를 갖고 판단해야 합니다.
돈 안 드는 선거, 깨끗한 정치는 이제 움직일 수 없는 국민적 합의입니다. 정치자금의 투명한 조성과 균형 있는 배분 또한 더 미룰 수 없습니다. 깨끗한 정치의 실현, 여기에는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습니다.
저는 최근 몇 차례 대선주자들의 TV토론을 지켜보면서 권력은 텔레비전에서 나온다는 말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이 점에서 선거방송의 공정성과 정치적 중립성의 확보는 정치의 민주적 발전을 위해서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번 국회에서 구성될 정치개혁특위에서는 대통령후보 토론회를 공정하게 진행할 수 있는 중립적 기구를 구성할 수 있도록 선거법과 방송관계법을 전향적으로 개정해야 합니다.
이번 국회의 최대의 과제는 바로 정치개혁 입법입니다. 이번 임시국회를 열기까지 지리한 과정이 있었습니다. 특위의 여야 동수 구성문제가 해결되지 않았지만 우리는 일단 국회를 열자고 결단했습니다. 그러나 경기의 규칙에 해당하는 선거제도 개혁을 논의하는 정치개혁특위 구성을 1 대 1로 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입니다. 그것은 수십 년 동안 국회의 관행이기도 합니다. 이를 반대하는 신한국당 정권이 진정으로 정치제도 개혁에 나설 의지가 있는지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것은 경기를 위해 게임의 룰을 만드는데 조정과 합의가 아니라 다수결이라는 이름의 횡포로 하겠다는 억지 주장일 뿐입니다. 우리는 정부여당이 지금부터라도 정파적 이해를 떠나 나라의 앞날을 걱정하는 자세로 진지하게 임해 줄 것을 촉구합니다.
지난 5월 대국민 담화에서 김영삼 대통령은 정치개혁이 안 되면 중대결심을 하겠다고 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국민들은 대통령이 무엇을 결심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고 있습니다. 김영삼 대통령이 진정 정치개혁 의지가 있다면 중대결심 운운할 것이 아니라 정부의 수반으로서 또한 집권당 총재로서 정부여당의 안을 국회에 내놓으면 될 것입니다. 그것이 순리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신한국당의 실패를 딛고 이 나라를 다시 일으켜 희망과 꿈을 되찾으려면 무엇보다 정권교체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정권교체야말로 이 나라의 구조적 모순과 누적된 병폐를 청산할 수 있는 가장 근원적인 해결책입니다. 불행히도 우리는 단 한 번도 여야 간 정권교체를 이루지 못했습니다. 이것이 우리 정치의 선진화를 결정적으로 가로막고 있습니다.
역대정권의 부정과 비리는 이러한 정치풍토의 산물입니다. 정권교체가 이뤄졌다면 권력형 부정축재나 야당탄압 그리고 인권유린은 막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다음 정권이 야당에 간다고 생각했다면 전두환, 노태우 씨는 그런 부정과 비리를 저지르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김영삼 정권 또한 무턱대고 대선자금을 받아 쓰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여야가 바뀔 수 있는 사회가 되면 공무원이 더는 선거에 동원되지 않을 것입니다. 검찰과 경찰의 중립화문제도 자연히 해결될 수 있을 것입니다. 정경유착도 근절될 것이며 방송도 공정성을 지킬 것입니다. 정권교체 없이 우리는 성숙한 선진시민사회로 나아갈 수 없습니다. 정권교체 없이는 흐트러진 나라의 기강을 바로잡고 근본을 다시 세우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최근 일부에서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문제가 거론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문제는 본인들의 사과와 반성이 있어야 합니다. 우리는 그들이 감옥에서 나와 평범한 시민의 삶을 살아가는 것을 반대하지 않습니다. 자신들이 지은 잘못을 진심으로 뉘우치고 역사와 국민 앞에 사과할 때 용서하고 화해할 수 있습니다.
김영삼 대통령께 진심으로 고언을 드립니다.
잘못된 과거는 덮어 둔다고 감춰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더 큰 화근이 되어 언젠가는 역사의 심판을 받게 된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역사 앞에서는 그 어떤 것도 감출 수 없고 어떤 특혜도 바랄 수 없습니다. 특히 한보게이트 수사는 몸통 가리기 깃털수사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정치적 각본에 따라 권력핵심은 빼놓은 채 야당 끼워 맞추기로 끝난 수사결과는 신한국당 정권의 부도덕성을 단적으로 보여 주는 것입니다.
김영삼 대통령은 결자해지의 심정으로 92년 대선자금과 한보사태의 진상을 국민 앞에 밝히고 이해와 용서를 구해야 합니다. 그것만이 우리 모두가 손잡고 미래로 건너갈 수 있는 징검다리가 될 수 있습니다. 대선자금 규명을 위한 진상조사특별위원회가 국회에 구성되어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도 필요한 경우 그 청문회에 나가 증언할 것입니다.
김영삼 대통령은 이제라도 정권재창출의 미련을 버려야 합니다. 중립내각을 구성하여 다가올 대선을 공정하게 관리하겠다고 결단할 것을 촉구합니다. 그렇게 결정한다면 국민 모두 새로운 믿음을 갖게 될 것입니다. 민주화의 대열에 함께했던 한 사람으로서 저의 충정 어린 고언을 외면하지 않을 것을 진심으로 바랍니다.
국민 여러분!
변화를 두려워하지 맙시다. 질서 있는 변화를 두려워하지 맙시다. 이제 불안과 혼란에서 벗어날 때입니다. 기업하기 가장 어려운 나라에서 기업하기 가장 편한 나라로 변화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하루하루가 불안했던 일터가 평생직장으로 바뀌는 것을 싫어할 가장이나 아내는 없을 것입니다. 사교육비로부터 해방되는 엄마와 아버지, 학교에서 마음껏 뛰놀 수 있는 아이들의 모습, 그렇게 우리들의 교육환경이 바뀌는 것을 바라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노인과 장애인도 일할 수 있는 사회가 되는 것을 두려워할 이유는 없습니다. 구석구석 썩어서 돈이 아니고는 아무것도 통하지 않는 이 숨 막히는 사회에서 좀 공평하고 떳떳하게 살아갈 수 있는 그런 정의로운 사회로의 변화, 남북 간 전쟁의 공포에서 평화통일의 시대가 열리는 변화, 세대갈등에서 노장청이 하나로 화합하는 변화, 차별과 분열에서 화해와 통합으로 뭉쳐지는 변화, 행복한 가정이 되고 평화로운 나라가 되는 변화, 그리하여 신명 나는 국민이 되고 신기운이 힘차게 세계 속으로 뻗어 가는 그런 변화 이런 변화를 국민 여러분께서는 오히려 간절하게 바라고 계실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
최초의 여야 간 정권교체만이 이러한 변화를 이루어 낼 수 있습니다. 이번에는 50년 고정여당을 바꿔야 하겠습니다. 여당에서 야당으로, 야당에서 여당으로 정권을 주고받을 줄 아는 나라만이 그런 변화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여야 간 정권교체를 이루기 위해 야권이 힘을 합쳐야 한다는 국민적 여망을 저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야권연대는 국민적 기대사항이 되어 있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것만이 국민기대에 부응하는 길이 될 것입니다.
특히 자유민주연합과 우리가 손잡고 공동집권을 실현하여 국민과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겠습니다. 국민 여러분들께서 요구하시는 대로 꼭 야권 단일화를 이루어 국민의 부름에 떳떳이 나서겠습니다. 그리하여 국민이 희망하고 기대하는 변화를 반드시 이루어 낼 것입니다. 국민 앞에 반드시 결실로 보답하겠습니다. 야권의 결집을 위해 모든 노력과 정성을 다할 것입니다. 끝까지 지켜봐 주십시오. 그리고 격려하고 지원해 주십시오.
국민 여러분의 건승을 기원하며 각 가정마다 보다 더 나은 내일을 기약합니다.
여러분,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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