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은...
더불어민주당 광주 북구 을 지역구의 전진숙 의원이다.
사실 내가 굉장히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경로를 통해 국회의원까지 온 양반이다. 광주여성민우회와 광주여성회 공동대표, 한국여성단체연합의 이사를 역임하고 광주북구의 구의원, 광주광역시의 시의원을 거쳐서 민주당 당직(전국여성위원회 부위원장)을 거쳐 문재인 대통령실 행정관을 지나 지역구 공천을 받고 당선하여 중앙정치무대에 당당히 지역구 초선의원으로 진입한 것이다. 시민사회 활동, 지방정치인, 정당인, 중앙행정기관 경험을 갖추고 마침내 국회까지. 정말 그림 같은 경로. 뭐 하나 뺄 게 없다.
하지만 경력이나 칭찬하자고 이 포스팅을 하는 것은 아니고 2025년 10월 28일자로 전진숙 의원실에서 접수한 법안 4건을 보고 깊이 감명을 받아서 작성하는 것이다.
난 그냥 심심하면 의안정보시스템에 들어가서 뭐 올라온 거 있나 구경을 하곤 한다. 하루에도 여러 건 새로운 법안이 접수되는데 당연히 사람이 관심사가 관심사인지라 여가위(+법사위) 법안이 눈에 먼저 들어온다. 그래서 내 눈에 처음 들어온 법안은 바로 [2213755]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전진숙의원 등 11인)이었다. 제안이유 및 주요내용은 아래와 같다.
현행법은 「형법」 및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등에 규정된 죄가 가정폭력으로 발생하는 경우 가정폭력범죄로 규정하고 이에 대한 응급조치 등을 규율하고 있음.
그런데 가정폭력범죄의 한 형태로 빈번히 발생하는 ‘목조름행위’는 기본적으로 「형법」상의 폭행죄, 상해죄 또는 살인미수죄에 해당하나, 통계적으로 더 심각한 범죄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특별한 관리가 필요함. 즉, 가정폭력의 영역에서 목조름행위는 더욱 심각한 범죄에 선행하는 신호가 될 수 있으므로 목조름행위가 확인된 경우에는 응급조치나 임시조치 등을 함에 있어 특별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있음.
이에 현행법에 “목조름행위”를 정의하고 가정폭력에서 목조름행위가 있었던 경우에는 응급조치, 긴급임시조치 및 임시조치를 함에 있어 피해자와 격리시키도록 사법경찰관리 등에게 의무를 부여하려는 것임(안 제2조제9호 등).
'목조름행위' 이것은 많은 범죄학 및 범죄심리학자들이 더 심각한 가정폭력(및 교제폭력)의 전조행위로 지적하는 행위이다. 응급조치나 임시조치를 할 것인지 출동한 경찰관이 판단할 때 기준으로 충분히 삼을 만한 지표가 될 것이다. 이 전문성. 민우회와 한여연 경력이 빛을 발한다.
여기서 흥미가 생긴 나는 같은 날 접수된 법안을 다 살펴보기로 마음먹었다. 그래서 다음은 군사법원법. 이건 무슨 내용일까 궁금해서 바로 눌렀다.
현행 「군사법원법」은 공소시효에 관하여 제291조부터 제295조까지 규정을 두고 있으나, 친족에 대한 성폭력 범죄는 가족 내 위계·의존관계와 군 조직의 특성(폐쇄성·지휘관계)으로 인해 신고·수사가 지연되기 쉽고, 피해자가 장기간 침묵을 강요받는 경우가 많아 시효 완성으로 실체적 진실 규명과 피해회복이 좌절되는 문제가 제기되어 왔음. 특히 친족에 대한 강간·유사강간·강제추행 등 중대 범죄는 피해의 심각성과 재범 위험, 장기적 트라우마를 고려할 때 시효 배제의 필요성이 크다는 지적이 지속되어 왔음.
이에 친족을 대상으로 한 특정 성범죄에 대하여는 군사사건에서도 공소시효를 적용하지 아니하도록 하여, 은폐·지연신고의 구조적 문제를 보완하고 피해자 보호와 책임 추궁을 실효화하려는 것임(안 제295조의2제2항 및 제3항 신설).
그렇다. 예를 들어서 어떤 보호자가 자녀를 학대하는 범죄가 발생했는데 그 보호자의 신분이 군인이면 현행법상 이는 군사법원의 관할이다. 민간법원에서 재판하지 못 한다. 이를 시정하기 위한 법안은 서영교 의원이 제21대 국회에 발의를 했다가 임기만료폐기되어 제22대 국회 들어서 새롭게 다시 발의를 한 상태이다. 전진숙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친족성폭력 범죄가 발생했는데 그 가해자의 신분이 군인인 경우 재판관할이 군사법원에 속하고 그 공소시효도 군사법원법의 적용을 받는다.
물론 성특법에 따라 미성년자에 대한 성폭력범죄는 피해자가 성년이 된 이후부터 시효가 기산되고 13세 미만 어린이나 장애인에 대한 성폭력범죄의 경우는 공소시효가 사라졌으나 14세 이상 미성년자에 대한 성폭력인 경우 성년에 도달하고 나서는 위의 공소시효가 적용된다.
이 블로그에서 함께 살펴본 바대로 2025년 9월 24일에 국회 여가위에서는 아동청소년 대상 친족성폭력의 공소시효를 아예 폐지하는 법안이 통과되어 본회의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그렇다면 의당 가해자가 군인이라고 해서 여기에 차별을 두어서는 안 될 것이다. 하물며 군이라는 조직 안에서는 제3자가 범죄사실을 알게 되었더라도 폐쇄적이고 상명하복 문화가 있어서 신고가 쉽지 않고 피해자가 피해사실을 호소할 곳도 마땅치 않을 수 있다. 그러니까 군형법에서도 이 공소시효를 없애버린다는 내용.
이 전문성에 박수를.
다음은 갑자기 많은 시민의 관심을 받았던(빌어먹을 구속취소...) 바로 그 법, 형사소송법이다.
현행 「형사소송법」은 공소시효에 관하여 제249조부터 제253조까지 규정을 두고 있으나, 친족에 대한 성폭력 범죄는 가족 내 위계·의존관계와 장기간의 은폐·침묵 유인이 결합되어 신고·수사가 지연되는 사례가 빈번함. 이로 인해 강간·유사강간·강제추행 등 중대한 범죄임에도 불구하고 공소시효 완성으로 적정한 형사책임의 추궁이 좌절되는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어 왔음. 피해의 특수성과 장기적 트라우마, 재범 위험을 고려할 때, 친족을 대상으로 한 특정 성범죄에 대해서는 공소시효를 배제하여 실체적 진실 규명과 피해자 보호를 실효화할 필요가 있음.
이에 「형법」상 특정 성범죄를 친족에 대하여 범한 경우에는 공소시효 규정을 적용하지 아니하도록 하는 특례를 「형사소송법」에 명시하고, 친족의 범위를 「민법」에 따르도록 하여 해석상 혼란을 방지하려는 것임(제253조의2제2항 및 제3항 신설).
아예 이 내용을 그냥 형사소송법! 그러니까 기본법에 넣어버리자는 패기!! 성특법, 아청법도 좋지만 그냥 아주 기본법에 명시를 해버리자! 그런 것이다.
이 일관성에 박수.
마지막으로 민법. 솔직히 위의 세 가지는 형사법 계통이라는 일관성이 있었는데 민법이 갑자기 있어서 뭘까 궁금했다. 그런데...
현행 「민법」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를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부터 3년, 불법행위일로부터 10년”으로 정하고 있음(제766조제1항·제2항). 그러나 친족에 의한 성폭력·성추행·성희롱 등 성적 침해의 피해를 입은 미성년자는 가해자와의 의존·위계관계, 가족 내부의 은폐와 2차 피해 우려, 트라우마로 인한 인지·진술 지연 등으로 제때 권리를 행사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시효 완성으로 실체적 정의가 좌절되는 문제가 제기되어 왔음. 아동의 최선의 이익과 피해자 보호 원칙(UN 아동권리협약 등)에 비추어 볼 때, 친족에 의한 미성년자 대상 성적 침해에 대해서는 민사상 배상청구권의 시효 적용을 배제하여 권리구제를 실효화할 필요가 있음.
이에 「민법」에 “친족에 의해 성폭력, 성추행, 성희롱 또는 그 밖의 성적 침해를 당한 미성년자”가 가지는 손해배상청구권은 제766조제1항부터 제3항까지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시효로 소멸하지 아니함을 명시하려는 것임(안 제766조제4항 신설). 아울러 부칙으로, 이 법 시행 전에 발생한 성적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 중 시행 당시 아직 시효가 완성되지 아니한 권리에도 같은 특례가 적용되도록 하여, 진행 중인 사건의 구제 가능성을 확보하려는 것임(부칙 제2조). 시행일은 공포한 날로 함(부칙 제1조).
기립박수 쳐야 한다.
우리는 이제 안다. 성폭력범죄로 인한 피해는 그리 단순하지 않고 여파가 다방면으로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 회복에는 돈이 드는데 힘든 기간 중에 생계를 위한 활동을 영위하는 거서은 진짜 너무나 힘들다는 것을. 하물며 피해자가 미성년자이면 어찌어찌 성인이 된 뒤에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민법 상 손해배상을 청구하기에는 소멸시효가 터무니없이 짧다. 그러한 한계를 시정하고 부칙으로 현재 시효 완성 전인 손해배상청구권에 대한 소급적용(법 개정 전에 발생한 사건이지만 시행 당시에 소멸시효가 완성되기 전이라면 이 개정안을 적용한다는 뜻)까지 정리해놓았다.
아름다운 입법의 현장. 의원의 전문성과 보좌진의 꼼꼼함이 두루 담겨 있다. 기억해둬야지. 전진숙 의원.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