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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평론가 흉내 : 이재명의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 이유 - 2025-02-10 교섭단체대표연설을 중심으로

정치, 특히 국회와 관련해서 내 주된 관심사는 법안과 제도, 질의, 표결 뭐 이런 쪽이다. 다음 선거결과 예측이라든지, 정세 판단, 유불리 계산 같은 것에는 능력도 소질도 없고 내 예측은 늘 틀리기 일쑤라서 난 정말 그런 생각을 해도 창피 당하기 싫어서 보통 속으로만 생각한다. 

하지만 메시지 쓰는 일도 (외주로) 조금 했었다 보니까 메시지를 보면서는 조금 이러쿵저러쿵 할 말이 있는 경우가 있는데 이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본회의 회의록으로 읽으면서 몇 가지 생각이 들어서 정리해보려고 한다. 어쩌면 이것은 캠프 메시지팀에 대한 피드백일 것 같다. 

우선 이 교섭단체대표연설에 대한 생각을 세 가지 알아보고 그 다음 이재명의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 이유를 종합해서 정리해보겠다. 


첫 번째 생각. 너무 만연체다.

- 인트로부터 너무 옛날 사람이 말하는 것 같은 표현들이 너무 진부하고 길다. 

- 첫 문장부터 진부한 표현의 향연. 요새 이런 말 누가 들어주나. 

- 전통적으로 야당의 교섭단체대표연설은 위기 콜링으로 시작하는 것이 당연하긴 한데 이걸 꺼내기 위한 그럴듯한 화법을 구사(예: 인트로부터 DJ의 장충단공원 연설을 인용한 문재인 당시 대표연설)하든지 아님 아예 직설적으로 내란으로 아작난 경제규모부터 숫자로, 그나마 사람들이 집중력을 유지하고 있는 연설 앞부분에 때리든지 했어야 하지 않을까. 

- 후진국으로 전락한 거 맞지만 맞아도 '후진국으로 전락했습니다'같이 단정적 표현을 쓰는 게 맞았을까 싶다. 어쨌거나 이것은 대중연설이고 포포몬쓰다. 자극적인 표현을 쓰고 싶어서 동원하더라도 들을 사람 심기를 고려해야 한다. 안 그래도 후진국된 거 빡치는데 굳이 단정적으로 확인 받고 싶은 사람이 많지는 않을 것 같다.

- 인트로 부분에 귀에 딱 남는 키워드가 없이 문장이 너무 나열식이라 아 그냥 해야 하는 이야기 파트구나 하고 듣는 사람이 내용을 적당히 넘기게 된다. 사람들 집중력이 다 빠져나간다. 절대 안 될 일이다. 극우들의 준동이 지금보다 상대적으로 덜 심각했을 2000년대 후반 716정권 때도 파시즘이라는 이야기를 직접 교섭단체대표연설에서 언급했었는데 점잖은 척하려는 건지 누군가의 취향인지 모르겠는데 귀에 박히는 어휘도 없다.  

- 추경 파트. 여긴 진짜 글로도 읽고 싶지 않고 연설로 듣고 싶지도 않은 나열법과 만연체의 향연이다. 쓴 사람이 자기가 아는 것을 전부 나열하고 싶었던 것 같은 욕망이 느껴진다. 원래 이재명 대표의 인기상품인 지역화폐라든가 이런 게 앞에 나오는 건 좋다. 근데 그 뒤로 연설 중반부인데 503애비 이름, DJ 이름도 나오고 AI, GPU, BIO, K-Pop, K-Food, K-미식, 방산, 친환경 에너지 개발에 이런저런 지표로 숫자도 나오고 회의록 상 두 페이지 꽉 채워 뚱쭝하게 만연체를 자랑하고 있다. 이러지 말자. 이런 거 방송에도 다 편집된다.


- 연설 거의 막바지 외교/안보/군사 파트에서 쓸데없이 미국에 중국이 관세를 10% 먹였는지, 멕시코와 캐나다에는 25% 먹였는지 숫자 굳이 들먹일 필요가 없다. 차라리 '교역량이 많고 바로 인접한 캐나다와 멕시코, 그리고 중국에 관세를 먹였고 다음은 우리라는 예측이 많다'는 점을 부각시켜야 맞지 않나. 


두 번째 생각, 빌드업이 엉망이다.


- 차라리 이 부분을 숫자(지표)와 함께 인트로로 가져오고 '안 그래도 겁나 살기 힘든 마당이었는데 니네 대통령이 여기에 내란까지 일으켰단다?'라는 식으로 풀었으면 어땠을까 싶다. 그래야 이렇게 절망적인 현실이지만 굴하지 않고 맞선 사람들이 있다, 는 식으로 국민을 치하하고 국뽕을 들이킬 수 있는 부분으로 이어나갈 수 있게 빌드업이 된다. 

- 실제로는 저기서 저출생과 노동시간 이야기로 넘어가는데 여기도 뭔가 연결이 매끄럽지 않고 울퉁불퉁하다. 출생과 양육은 공동체의 책임이라고 하다가 갑자기 AI 첨단기술로 넘어간다. '????'이다.

- 직전에 기껏 자살률, 출생률 빌드업을 했으면 여기서 이어나가는 방법이 있다. '우리 미래세대가 안정된 일자리를 얻어 열심히 일하다 퇴근 후에는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미래를 설계해야 자살률도 줄어들고 출생률도 반등할 수 있다. 그러려면 장시간의 억지노동을 강요해서는 어렵다.' 이렇게 발전시킬 수 있는데 저렇게 갑자기 넘어가다니 영상으로 보면 더 당황스럽다.

- '첨단기술 분야에서 장시간 노동착취로 국제경쟁력을 확보하겠다 이런 말은 그 자체가 형용모순이다.' 이 부분은 표현도 좋고 핵심적인 내용인데 차라리 위의 빌드업에서 '특히 첨단기술 분야에서' 하고 넘어가는 것도 괜찮았을 것 같은데 아쉽다. 

- 그리고 저 중간에 내란 순장조가 막 끼어들어서 흐름이 끊겼는데 보좌진 선생님들 또는 캠프 분들 또는 당대표실 누구든. '주 52시간' 틀렸다. '주 40시간'이다. 1년은 54주가 아니라 52주다. 그럼 2080시간이다. 52시간으로 쳐도 2704시간이다. 이런 거 미리 좀 잘 머리에 넣어줬으면 좋겠다. 중간에 난입한 거 거들어 싸운 건데 숫자가 틀려버리면 김샌다. 

- 그래서 이 다음은 그래서 '기본사회를 위한 회복과 성장위원회'를 설치하겠다는 내용으로 넘어가는데 여기도 문장 전개 순서가 엉망이다.


- 저 위원회는 당내에 설치하겠다는 것 아닌가? 그럼 일단 표방하는 기본사회가 뭔지에 대한 설명부터 나와야 맞다. 이럴 때 그냥 중간에 한 번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넣어주고 '나는 보편적 기본사회라는 거를 좀 띄워보고 싶어요.'라는 운을 먼저 떼주고 그 다음에 왜냐하면, 하고 첨단기술사회는 현재의 복지제도와 사맛디 아니할쌔 라고 이야기를 해줘도 들을까 말까다. 

- 근데 여기 부분의 시작 문장으로 '누구나 일할 수 있음을 전제로 예외적 탈락자만 어쩌고 블라블라...' 아니 무슨 복지행정학 교과서에서 복붙하셨나요? 작성자 분 무슨 행정부 공무원이세요? 처음 듣고 수식하는 말이 너무 기니까 수식 받는 말까지 가기도 전에 집중력이 끊겨버린다. 제발 저런 문장 쓰지 말자. 썼다가도 소리내어 읽어보고 고쳤어야 맞다.


- '기본사회라는 걸 만들고 싶어. 그건 이러이러한 사회라는 뜻이야' → '왜냐하면 앞으로 첨단기술 때문에 복지제도가 많이 바뀌어야 할 거거든' → '그러려면 회복과 성장이 필요해' 이런 빌드업이어야 하지 않을까? 제발 저렇게 순서 이상하게 쓰지 말자.

- 미괄식 본능이 있는 사람이 쓴 것 같다. 제발 연설에서 그러지 마! 당신이 모파상 급 대 문호가 아니라면.


- 결국 이게 자살률과 저출생에서 시작해서 AI 첨단기술시대를 지나 노동시간 유연화를 지나 기본사회를 지나 연금개혁까지 지나서 결론으로 나온다. '먹고사니즘'에서 나온 '잘사니즘'이라는 워딩이 별로인 것을 둘째 치더라도 이런 상대적으로 꽤 긴 연설에서 이딴 미괄식은 정말 안 될 말이다. 
- 근데 여기서 진짜 또 이상한 전개는 갑자기 한참 잘사니즘까지 빌드업을 해놓고 여기서 갑자기 광장의 민주화 요구에 힘입어서 주제가 국민소환제 도입으로 넘어간다는 것이다.
- 근데 지금 그 다음에 더 어이 없는 것은 국민소환제 얘기는 진짜 잠깐 하고 또 추경 얘기로 넘어간다는 것이다. 대체 왜 이렇게 널을 뛰는 건데. 경제 얘기에서 추경 바로 빌드업하면 되잖아? 왜 이런 순서인 건데?


세 번째 생각. 국뽕을 주다 말면 안 된다. 

- 국뽕을 인트로에 주려다가 내란 때문에 망했다고 한 번 초쳐놓고 또 갑자기 응원봉 시위대와 남태령을 호명하며 국뽕을 주려다 말고 또 경제가 망했다고 두 번째 초를 친다. 그러다 마무리 부분에도 우리는 국난 극복을 잘 해왔다며 살짝 국뽕을 주려고 하다가 서둘러 끝난다.

- 읽었을 때 지지층의 갯섬이 웅장해지는 국뽕의 임팩트를 주면서 마무리(예 : 위에서 링크한, 인트로와 수미쌍관으로 DJ의 장충단공원 연설을 인용한 문재인 당시 당대표의 연설)를 짓든지, 아니면 '우리가 이렇게 싸워왔다!' 하는 야성을 강조해서 투쟁과 승리, 쟁취를 천명하든지(예 : 헌법정신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투쟁할 거라고 주장한 원혜영 전 원내대표 연설), 아니면 통사적으로 위기를 극복해온 서사를 내란을 막은 광장까지 연결시켜서 이제 우리 당이 그걸 받아서 이어가겠다고 유려한 글솜씨를 뽐내며 긍정적인 에너지를 뽝! 주면서 마무리를 해야 한다.

- 통사적 위기극복 서사를 마무리에 쓰긴 쓴다. 근데 정말 그냥 회사 연혁 읽고 지나가듯이 하고 또 탈이념, 탈진영 실용정치를 끼워넣어서 흐름을 끊고 다시 1945년 직후라고 국뽕을 애매하게 껴넣는다. 의미 없이 거의 같은 말 두 번 하는 느낌이다. 왜 이런 배치를 하는 건지? 글 수정하다 까먹고 한 문단 안 지운 것 같다.


-  반만년, 선조, 이런 말도 너무 올드하다. 시발로 같은 표현도 그게 그거 아닌 거 아니지만 또 굳이 쓸 필요도 없다. 

- 그리고 글로 '(大)' 이렇게 써야 알 수 있는 말장난을 중요한 연설문에 넣지 말아야 한다. 연설에서 뉘앙스 아무리 줘서 읽어도 공적인 자리에서는 그 말맛이 제대로 살기 어렵다. 


이재명의 지지율은 왜 안 오르는가?

- 통합을 안 해서? 난 그 이유는 결단코 아니라고 본다. 솔직히 지금 그 쪽 판단은 다 bullshit 이라고 생각한다.

- 이제쯤은 사람들이 이재명이 대통령이 되는 것을 충분히 시뮬레이션 해보고도 한참 지났을 시점이다. 이재명이 대통령 되면? 지금까지 한 것 보면 뭔가 딱부러지게 일할 것 같긴 하다. 그걸로 오케이라면 지지하기로 했겠지. 그런데 아닌 사람은 그 이상의 무언가를 원하는 거다. 이재명이 내가 사는 국가의 대통령일 때 어떻기를 바라는가.

- 저렇게 순서가 뒤죽박죽이고 문장은 만연체고 표현은 올드하고 국뽕도 한 사발 시원하게 들이키기 어려운 연설을 듣고 사람들은 개운하지가 않다. 확실하게 내가 듣고 싶은 말을 또 시원하게 해주는 자리도 아니고 앗쌀하게 결단력을 보이며 일하는 모습도 아니며 뭐 맞는 말 하는 것 같긴 한데 귀에 잘 들리진 않는다. 

- 그런 거 말고 연설할 때 세련된 어조와 확신에 찬 음성, 내란 순장조 상대로 애 어르듯 약올리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는 태도 말고 좀 더 엄중하고 무게 있어 보이는 모습, 유행에 너무 편승하지 않으면서도 알기 쉬운 말이면서 그렇다고 싸구려 같지는 않고 있어 보이는 키워드(예 : 저녁이 있는 삶)를 효과적으로 제시하는 것. 이게 필요한 시점이다. 요약하자면 세련미.

- 사람들은 시정잡배같이 야죽거리는 대통령이 3년동안 사익추구만 오지게 하는 모습에 질려버렸다. 내심으로 이재명을 지지하고 싶지만 미심쩍어 하는 사람들에게는 이재명 대표가 '나는 공익을 위해 복무하고 절제된 매너를 지닌 품위 있는 사람이며 행정력은 이미 당신들이 아는 대로다'의 아우라를 보여주기를 원한다. 카리스마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자칫 마초적인 것으로 해석될까 싶어 그 표현은 쓰고 싶지 않다. 

- 끝으로 캠프 메시지팀이 연설을 이렇게 작성했는지 보좌진인지 당대표실인지 모르겠지만 저렇게 쓰지 말기를 바란다. 제발 옛날 연설문 복습이라도 열심히 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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