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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들 다 돈 한 푼도 주지 말고 일 시켜야 해!"

환상의 나라 스웨덴 이야기할 때 잠깐 언급한 것 같은데 이 얘긴 정말 몇 번 반복해도 사람들이 자꾸자꾸 너무 많이 이야기하기 때문에 나도 캔슬기로 여러 번 이야기해버리도록 하겠다.


국회의원 돈을 주지 말자는 주장이 그럴 듯하지만 이런 문제를 생각해봐야만 한다.



    "왜 직업정치인에게 나랏돈으로 월급을 줄까?"



옛날 귀족정 시대의 정치인은 귀족, 일하지 않아도 돈이 있으니까 정치를 했던 거다. 산업혁명 이후 부르주아들이 자본을 축적하고 나니까 시간이 생겼다. 노동자가 일할 동안 자본을 굴리며 우리도 돈과 시간이 생겼으니 귀족에게서 권력을 나눠 갖겠다며 반기를 든 것이 민주주의의 시초임을 생각해보면 역시 돈 있고 시간이 있어야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것인가 보다 하고 추론해볼 수 있다.

그렇다면 계속 돈 버느라 월화수목금 일하고 주말이면 기절하기 바쁜 나 같은 노동자는 총선 날 쉴랑 말랑 여유 주는 것도 감지덕지 언감생심 부르주아 나으리들 후보 중에 더 너그러운 주인님 한 명 뽑는 걸로 만족하며 살아야 하는 건가 싶다.

정말?


왜 정치인에게 월급을 줄까? 그것도 적지 않게.

자기 생계가 바쁜 사람이 정치를 하겠다고 나서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이런 불균형을 당연히 제도가 보정을 해야 한다. 정치가 돈과 시간의 여유가 있는 사람들만의 것이 아니도록. 그래서 국회의원들은 가난뱅이 월급쟁이인 나보다는 훨씬 많은 연봉을 받는다.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 말고도 시장, 도지사, 교육감, 시도의회의원, 시군구의회의원 뽑는 지방선거도 4년마다 한다. 그때 혹시 시도의회의원이나 시군구의회의원 후보들 약력 자세히 본 적이 있는지 모르겠다. 지역건설사 사장 출신, 의사 출신, 지역에서 일정 기간 이상 좀 살았으면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토호 등 그런 사람들이 많다.

지방의회의원도 연봉을 주긴 주지만 아직은 지방의회의 권한이 작고 그에 비해서 선거에는 상대적으로 큰 돈이 드니 국회의원보다 유인이 크지 않기 때문에 노동자와 농민을 대표해줄 군소정당 후보들의 출마가 많지 않아서 지역 유지(토호)가 지방의회를 당만 나눠 장악하는 경우가 많다. 아주 많다. 

'만약 국회의원에게 월급을 충분히 주지 않는다면?'의 실험결과를 현실세계에서 이미 볼 수 있는 것이다. 


다시 돌아가서 국회의원 연봉. 그 돈은 정말 엄청 많을까? 물론 계속 말했지만 나보다는 많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그걸로 재산을 벌 거였다면 우리의 한 줌도 되지 않는 진보정당 소속 뺏지들이 그동안 진 빚 다 갚고 인생역전했다는 배 아픈 소식 같은 건 왜 들리지 않을까?


매년 국회공보를 통해서 국회의원들의 재산현황을 알 수 있다. 2024년에 총선을 통해 새로 구성된 제22대 신규 국회의원(재등록 16명 포함) 147명 전원의 재산은 국회공보 제2024-107호에 가나다 순으로 공개되어 있다. 기존 국회의원들의 재산은 2024년도 3월 국회공보에 공개되어 있다. 이제 2025년 3월이 되면 정기 재산공개 철이 되어 또 올라올 것이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에서는 이 자료를 매년 수집해서 증감 자료도 분석해서 올려준다. 링크한 2024년 자료, 그러니까 제21대 국회의 마지막 자료를 쭉 보면 맨 아래에 진선미 의원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출처 : https://www.datawrapper.de/_/wpJ8F/



그나마 전년에 비하면 조금 오른 건데 그래도 약 마이너스 9억 언저리다. 진선미 의원 제21대 국회면 이미 3선이었다. 지금은 4선이다. 국회의원 연봉 많이 받아서 팔자를 고칠 거였으면 진작 고쳤어야 마땅하지 않은가. 하지만 열심히 의정활동하고 지역구 사무실 운영하고, 지역구 사무실에 직원 고용하면 저렇게 되는 거다. (후원금이 많이 들어오지 않는 이상은. 후원금이 많이 들어와도 쓸 데가 많으면 또 똑같다.)

사정이 이런데 그나마 돈의 유혹을 뿌리치고 의정활동을 지속가능하게 할 정도로는 보수를 줘야 돈 주머니 대주는 놈 말을 듣지 않고 순전히 표만 주는 유권자의 말을 들으며 일을 할 것이 아닌가. 아니면 그 돈 없어도 정치할 수 있는 지주, 자본가, 부자, 갑부, 재벌들만 판을 치게 되는 거다. 노동자, 농민, 여성, 성소수자, 장애인과 여러 사회적 약자, 각종 직능별로 다양한 목소리가 기성정치권에 들어가서 현실정치에 직접 개입하고 정책 결정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그 사람들에게 합당한 보수가 필요하다는 것은 더 말할 필요도 없는 사실이다.

여기에 더하여 지방의회 의원에게도 연봉이 나온다. 현재 많은 지역에서는 그 지역 유지들이 그 연봉을 용돈처럼 생각하며 동료 의원(이라 쓰고 토호라고 읽는다)들과 외유성 연수나 갈 꿈에 부풀어 있다. 이런 걸 시정하려면 지방의회에도 노동자와 농민을 대표할 수 있는 직업정치인들이 유입되어서 그런 행태를 시정하고 진짜 지역의 유권자, 시민을 위한 지방정치를 할 수 있도록 지방의회를 바라보는 시각을 좀 더 건설적으로 가지고 정치혐오를 극복하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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