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종 국회의원 숫자가 적고 운전을 직접 하며 보좌진도 안 쓰고 돈을 적게 받는 환상 속 이상국가로 스웨덴이 많이 거론된다. 덮어놓고 국회의원이 받는 보수를 깎자는 포퓰리즘 주장에는 '그럼 국녹 말고 다른 놈이 주는 돈 받고 그 놈 말만 들을 것 같은데 그건 어쩌지?'라고 대응하긴 하지만 늘 생각했다.
대체 스웨덴을 어떤 나라라고 생각하는 거야?
스웨덴 의회 의원들은 다 귀족 출신인가?
애초에 한국이랑 나란히 놓고 비교를 할 수가 있는 건가?
알아볼 수밖에.
이런 가짜뉴스가 무려 연합뉴스 기사로 올라왔다. 2024년 2월에. 솔직히 저 교수는 스웨덴에서 박사학위 하고 쭉 거기서 교수하며 사는 사람인데 자꾸 극우 파시스트 무리들의 환상 속 이상향의 나라로 스웨덴이 동원될 때 일등신문이 부르기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기사 안에 있는 한국 국회의원 내용 중에 사실이 맞는 게 거의 없어서 기가 찼다.
스웨덴이라는 나라의 기본정보를 좀 보자.
스웨덴은 인구 약 일천만에 의회의원은 전부 비례대표로 350석(그 중에 약 150석 정도는 사민당)인 입헌군주국이다.
한 번도 독재경험이 없는데 이웃나라를 식민지 삼은 적이 있다. 핀란드와 스웨덴은 한국과 일본 같은 (어쩌면 더 안 좋은)사이다.
1. 국회의원은 파렴치한 범죄를 저질러도 구속되지 않는다.
ㄴ 이걸 읽으세요. 구속된다. 스웨덴에서 의원한테 불미스러운 일이 있으면 그만둬버리는 건 좀 부럽지만 그건 그 나라 의회는 전원 비례대표니까 바로 다른 사람이 승계할 수 있어서 그런 거잖아? 한국은 보궐선거라는 비싼 절차가 필요해!
2. 국회의원은 세비로 월 1300 연간 1억5천을 받는다. 스웨덴은 3분의 2다.
ㄴ스웨덴은 무슨 3분의 2라 박봉인 것처럼 써놨는데 스웨덴 의회 사이트에 공시되어 있다. 월 기본급만 약 986만 원이고 1년 이면 1억 2천 좀 안 된다. 그리고 다른 수당이 더 있어서 급여가 그보다 더 많다고 안내되어 있다. 그리고 아까도 말했지만 저긴 인구 천만에 비례 350명이라니까. 한국은 인구 5100만이라 다섯 배인데 고작 국회의원은 300명이라고. 게다가 다수는 지역구 국회의원이라 지역구 사무실 따로 두고 직원도 따로 두고 운영한다. 스웨덴의 GDP가 한국의 두 배인 건 부러운데 그래서 어쩌라는 건지? 이웃나라를 몇백 년 착취(스웨덴은 핀란드를 650년 정도 식민지배했다.)했어야 하는 거야 뭐야. 국회의원 수당 등을 최저임금 인상과 연동하자는 좋은 아이디어가 있었는데 실현이 안 됐다.
3. 사무실지원 경비도 실질 연봉이고 후원금이 3억이고 선거비용 전액 국고 보전되어 이게 5억은 된다.
ㄴ하... 의원실에 지원되는 내용은 이런 거다. 기본적으로 공무를 뭐라고 생각하는 걸까? 의원실 경비가 얼마 나오는지는 다 공개돼 있다. 이건 의원에게 주는 월급이 아니다. 의정활동하면서 생기는 지출 실비보전에 가깝다. 보좌직원이 자기 돈 내면서 일을 해야 할까? 정책개발하고 연구용역 맡기는 걸 공짜로 할까? 지역구에 의정보고서 보내는 것도 그냥 사재를 털어야 할까? 정액 지급하는 건도 (대표적으로 유류비) 다 영수증 처리하고 지급한다. 대부분 지역구 의원들인데 유류비가 월에 저걸로 해결이 될까? 택도 없다. 전부 다 모자라서 자기 돈 내고 기름 더 넣는다.(예전 정치자금 분석 특집 기사에 보면 다 나온다.) 스웨덴 국회의원들은 다 자전거 출근하니까 유류비가 필요없다고? 부럽다. 전원 비례대표라서 지역구에 다닐 필요가 없고 스톡홀름에 종종 모이기만 하면 되니 가능할 수도. 보좌진이 없으니까 보좌진이 지출하는 비용을 따질 필요가 없겠지. 근데 보좌진이 없는 게 좋기만 할까? 이것도 생각해볼 문제다. 정치자금 지출, 경비 지출하는 건 전부 세세한 내역을 다 정치자금 지출로 보고한다. 시시콜콜 사사건건. 누가 보면 막 흥청망청 돈 받아서 어디다 쓰는지 모를 것처럼 묘사해놨지만 정치자금 지출내역을 전부 증빙해서 선관위에 제출한다.
4. 19대 이전 한국 국회의원 하루라도 지낸 사람 월 120만 원 연금 받는다.
ㄴ2012년 5월 29일 이전 국회의원으로 재직한 사람 중 재직기간이 1년 미만이고 직업활동을 하거나 보수를 받는 사람, 유죄 확정으로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사람, 도시근로자 가구당 월평균 소득액 이상의 소득이 있는 사람들은 안 준다! 결정적으로 이건 연금이 아니다. 대한민국헌정회(국회의원이었던 사람들의 법정단체) 원로회원 지원금이다. 과거 한 때 뺏지 달았던 할배들 중에 진짜 돈 없이 사정이 딱한 할배들이 있어서 주던 거다. 돈 많은 놈들은 양심적으로 받았으면 도로 토해냈어야 하는데 안 그래서 문제가 있던 때도 있지만 제도 개선을 했고 그나마도 그나마도 일몰이라 19대 이후론 아무도 안 받는다!
5. 택시비 문자발송비 차량유지비 야근식대
ㄴ의원을 위한 택시비? 이건 그냥 망상이다. 야근식대? 기본수당에 정액급식비는 들어가 있다. 월 14만 원이다. 문자메시지는 의원실 지원에 2023년에 잠깐 도입됐다가 폐지됐다.
6. 위원장 판공비
ㄴ다시 말하지만 위원장실 예산은 국회의원에게 월급으로 나오는 것이 아니고 위원회에서 지출할 때 영수증 처리를 한다. 일반적인 예산 집행 형태로. 이게 무슨 위원장 개인의 주머니 속으로 들어간다고 생각하는 건 그냥 환상속의 그대다. 차량유지비가 의원실에 좀 더 나오는 정도다. 그리고 상임위는 위원회 운영비가 따로 든다. 전체회의, 소위원회 회의 열리고 공청회, 청문회 열리고 소속 상임위원이 드나들고 전문위원, 수석전문위원도 있다. 개인의 주머니로 가는 돈이 아니다. 국회 예산에 대한 정보공개는 이쪽 사이트 참고.
7. KTX 특실, 비행기 비즈니스석, 의원회관 내 이발소, 헬스장, 목욕탕, 약국 공짜 이용 어쩌고
ㄴ아니다!!!!!!!!! 기차, 비행기든 뭐든 의회외교 등 미리 결재가 난 공무 상 출장이 아니면 다 자기 돈 내고 탄다. 이발소, 약국 다 돈 낸다. 무슨 헛소린지. 의무실이 있는데 학교 보건실 같은 거(직원들 감기기운 있을 때 감기약 처방 받으러 가는 느낌)고 직원들 복지 시설에 가깝다. 치과 한의원 가족 무료? 제발 망상은 머리 밖으로 꺼내지 말았으면 좋겠다. 헬스장도 직원 후생시설이다. 구내 이발소와 미용실도 다 돈 낸다! 가격표도 앞에 버젓이 붙어 있다.
8. 호화판 해외시찰, 칙사 대접
ㄴ의회외교, 공무출장이어야만 그렇게 가고 모두 다 가지 않고 1년에 선택된 몇 명만 가게 되며 공무출장규칙을 다 지켜야 한다. 영수증 증빙하고 일정 결재 받고 보고서도 낸다. 외통위가 국정감사로 해외 감사가는 것도 공무다. 국회의원이 공무로 해외출장을 나갔는데 그럼 아무 권위도 없이 혼자 다니는 것도 이상하지 않나? 어디 나가면 그 사람이 나름 한국을 대표하는 사람이 되는 거다.
9. 연수원
ㄴ국회 사무처 후생시설이다.
10. 보좌진 9명 많다. 일본은 3명이고 스웨덴은 없다.
ㄴ미국 하원은 20명이 넘는데 어떻게 생각해?
11. 사무실 45평 호화판.
ㄴ영감1명, 직원이 9명인데 얼마나 더 좁아야 만족할 건지? 의원방이 따로 있는데 잠잘 곳이 뭐가 따로 있냐. 방에 라꾸라꾸 정도 놓는 거지. 제발 소설 작작 썼으면 좋겠다.
12. 입법 로비 뇌물 출판기념회
ㄴ출판기념회는 좀 구린 게 맞은 거 인정 하는데 입법 로비와 뇌물은... 이게 무슨 국회의원의 특권이나 혜택인가? 이건 범죄다. 여기서 왜 말하는지?
13. 지방의회선거 공천권과 뒷돈, 스웨덴은 그런 거 구조적으로 불가능하고 지방의원은 무급이라 하고 싶어하지도 않음
ㄴ공천권 행사는 해석하기에 따라 구린 거 맞는데 뒷돈은 님 망상이시고 특별당비는 당으로 들어간다. 스웨덴은 의회가 다 비례대표니까 그딴 지역선거 공천권 어쩌고가 있기 어려운 게 당연하겠지. 그리고 지방의원이 무급이어서 하고 싶은 사람이 없으면 어떤 일이 생기냐면 그깟 돈 없어도 할 수 있는 사람만 하게 되는 거다. 이를 테면 지주라든가, 자본가라든가, 금수저라든가.
지방선거 정당공천이 왜 필요한지는 이 일화를 예로 들어보겠다.
규모가 작은 선거일수록 정당공천이라는 제약마저 걸지 않으면 지역유지들의 돈 놀음이 되어버릴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기초의회 정당공천을 폐지하겠다는 공약은 그래서 위험하다. 국회의원들이 공천권을 휘두르는 것은 다른 방식으로 당내 민주 절차를 더욱 확립하는 걸로 극복하거나 또 다른 방식을 강구해야 한다.
한국사람들 '외국'의 스탠다드가 주로 미국, 일본, 중국 등이다보니 한국이 작다작다 하는데 한국 그렇게 안 작다. 땅덩이는 작지만 인구가 그렇게 적지도 않고(이제 적어지겠지만) 엄청 복잡한 사회인 데다가 지난 몇십 년 사이 사회변화도 극심했다. 독재 한 번 없이 입헌군주+전원 비례대표 선출 의원 내각제를 유지하는 유럽나라 의회 의원이랑 한국 국회의원을 그냥 비교하면 맞는 걸까?
스웨덴 노조 조직률은 2023년 기준 65.2%으로 매우 높 일반시민 이익단체 가입률도 90%에 달한다. 이런 것도 같이 말해야 맞지 않은지? 그리고 스웨덴에서도 이러한 의회의 운영이 옳은 건지를 끊임없이 의심하고 연구하는 사람들이 있다. 지나치게 정적이라서.
대한민국 정부 1년 총예산 656.6조 원이고 국회의원 단순 300명으로 나눈다 치면 1인당 2조 원 넘게 심사한다고 하면 꼴랑 보좌관 9명이서 그거 얼마나 세세하고 깐깐하게 볼 수 있을 거 같은가? 국회에서 심사해서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에서 수정하는 비율이 고작해야 1% 될까 말까이다.
그리고 스웨덴 의회 46.7%가 여성인 건 왜 안 본받자는 이야기를 하지 않는 건지? 이것부터 본받으면 좋겠는데 말이다.
스웨덴은 입법도 의안 대부분을 정부가 제출한다. 의회 사이트에서도 그렇게 설명하고 있다. 한국은 2024년 5월 29일에 임기를 종료한 제21대 국회의 통계를 볼까? 전체 의원발의 법안 총 24,066건이고 정부제출은 총 1,049건이다. 24,066건 모두가 쓸모 있고 좋은 입법 발의라는 건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최소한 한국의 국회의원과 보좌진은 밥값하는 생색이라도 내기 위해 꼴랑 보좌진 9명으로 저렇게 해내고 있는 것이다.
국회의원은 죄다 부패하다고 생각하니까 무보수로 일 시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일종의 '앙심'은 정서적으로는 이해가 가는 면도 있으나 현실적으로 그럴 경우에 어던 일이 생길지 생각을 해봐야 한다. 우선은 위에서 말한 것처럼 그 월급따위 없어도 상관 없는 부자들만 직업정치인으로 남게 된다. 무산자는 정치에 투신하기 힘들지. 더구나 한국같이 노오력을 중시하고 사회안전망도 부족한 나라에서. 국회의원 돈 많이 줘서 살림 필 거면 심상정 전 의원은 몇 선을 했는데 아직 재벌이 못 됐나? 5선 우원식 의장은 그럼 빌딩이라도 올렸겠네? 아니다. 이런저런 정치, 민생현안 발로 뛰어 따라다니고 메시지 내고 협상 참여 해서 해결에 힘쓰고 제도적으로도 개선되도록 입법 방안 강구하고 정책토론도 열고 국회에서 활동도 하고 지역구 사무실 운영하면서 민원도 해결하고 정치충원도 도모하고 이러는 데에는 다 돈이 든다.
그렇기에 두 번째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은 그렇게 무보수로 일을 시킬 경우 다른 누군가가 돈을 줄 때 그 돈 주는 놈의 말만 듣게 된다는 것이다. 지극히 현실적인 이유가 된다. 그 급여가 정말 필요 없는 사람이면 그냥 급여와 수당 받은 다음에 조용히 정치자금 계좌로 집어넣고 열심히 정책개발하고 다른 의정활동 비용으로 지출하거나 다른 좋은 곳에 개인적으로 기부를 해도 된다. 포퓰리즘 세력이 세비를 반납을 하겠네 어쩌겠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게 불가능한데 언플 외에 무슨 의미가 있냐는 거다.
그러한 고로 혹시 여러분이 앞으로 스웨덴의 의원들은 전부 자기가 운전을 하고 보좌직원이 하나도 없고 하면서 칭송하는 사람을 본다면, '스웨덴도 한국도 잘 알지 못 하면서 환상 속 이상국가를 상정해 정치혐오 하고 싶어서 하는 아무말이구나'라고 생각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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