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많은 영상 중에 살짝 화제가 되었던 영상을 잠시 보자.
말미에 박주민 의원이 불체포특권 포기 각서를 언급한다.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은 과연 무엇인지, 진짜 국회의원 놈의 시키들이 되먹잖게 가지고 있는 특권인 건지 왜 방탄국회라는 말이 생겼는지에 대해서 설명해보려고 한다.
먼저 불체포특권의 근거가 되는 헌법 조항을 보자.
헌법 제44조 ①국회의원은 현행범인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회기 중 국회의 동의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아니한다.
②국회의원이 회기 전에 체포 또는 구금된 때에는 현행범인이 아닌 한 국회의 요구가 있으면 회기 중 석방된다.
위 영상에서 공수처장이 말한 "(특수)공무집행방해의 현행범인 경우 국회의원도 체포할 수 있다."고 한 답변의 근거가 바로 헌법 제44조 제1항이다. 불체포특권이 있어 괜찮다고 떠들던 전 낙지 사위/현 푸르밀 사위의 말과 달리 사법경찰관리의 정당한 영장 집행을 방해하는 행위는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이고 나발이고 현행범인 경우에는 당연히 체포된다.
현행범이 아니어도 한국의 사법형사기관이 수사해보건데 죄를 지었음이 상당히 의심이 될 때 체포할 방법이 아주 없을까? 그렇지 않다. 우선 첫째, 회기 중이 아닐 때는 체포가 가능하다. 뭐가 회기 중이냐 아니냐는, 이 글을 읽고 오면 된다. 이 경우 회기가 시작된 다음에 국회의 석방 요구가 있을 시에는 석방해야 한다. 그리고 두 번째로 회기 중일 때는 국회의 동의가 있으면 체포할 수 있다. 이 국회의 동의를 얻는 부분에 대해서는 국회법에 규정이 있다.
국회법 제26조(체포동의 요청의 절차) ① 의원을 체포하거나 구금하기 위하여 국회의 동의를 받으려고 할 때에는 관할법원의 판사는 영장을 발부하기 전에 체포동의 요구서를 정부에 제출하여야 하며, 정부는 이를 수리(受理)한 후 지체 없이 그 사본을 첨부하여 국회에 체포동의를 요청하여야 한다.
② 의장은 제1항에 따른 체포동의를 요청받은 후 처음 개의하는 본회의에 이를 보고하고, 본회의에 보고된 때부터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표결한다. 다만, 체포동의안이 72시간 이내에 표결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그 이후에 최초로 개의하는 본회의에 상정하여 표결한다.
제27조(의원 체포의 통지) 정부는 체포 또는 구금된 의원이 있을 때에는 지체 없이 의장에게 영장 사본을 첨부하여 이를 통지하여야 한다. 구속기간이 연장되었을 때에도 또한 같다.
제28조(석방 요구의 절차) 의원이 체포 또는 구금된 의원의 석방 요구를 발의할 때에는 재적의원 4분의 1 이상의 연서(連書)로 그 이유를 첨부한 요구서를 의장에게 제출하여야 한다.
언론에서는 매번 '방탄'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며 불체포특권이 세상 흉악한 것인양 말하는데 대체 불체포특권의 의의는 무엇이고 왜 생긴 걸까?
불체포특권은 행정부의 부당한 탄압이나 억압으로부터 국회의원의 신체적 안전을 보호해 주고, 국회의 대의기능과 국정통제기능 등을 국회의 회기 중에 계속 행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제도로 영국에서 마음에 안 드는 의원들을 이런저런 죄목으로 잡아 가두던 제임스 왕을 제한하기 위해 처음 제정한 의원특권법(Privilege of Parliament Act a.k.a. Strode's Act)이 시초이다. 한국에서는 제헌헌법에서부터 불체포특권이 포함되어 있었는데 1949년 이승만 정권이 당시 조봉암 의원에게 보복적으로 양곡횡령 혐의를 씌워 체포하려 했을 때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을 부결낸 것이 아마 불체포특권의 본래 취지에 부합하는 대표적인 첫 번째 사례였을 것이다. 이승만-조봉암 관계에서 눈치챌 수 있겠지만 정적을 제거하려는 시도로부터 국회의원들의 발언권이나 정치적 자유를 보호해주는 가장 1차적인 장치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방탄 국회’라는 표현이 처음 쓰인 건 1998년. 당시 대선자금 불법 모금 혐의로 검찰이 이신행 한나라당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김대중정부 시절 야당인 한나라당이 체포를 회피하려면 회기 중이어야 하므로 ‘회기 중’을 유지할 목적으로 임시국회를 연이어 열면서부터 사용되었다. 회기가 끝나면 체포가 바로 가능해지니 임시회가 영영 끝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체포동의안을 표결하지 않고 버티면 임기만료폐기가 되기도 하는 등 흉한 사태가 벌어지자 국회법에도 제한규정이 들어왔다. 위에 밑줄친 부분이다. 이 내용은 2005년 공포된 개정안부터 추가된 부분이다.
가장 최근 가결된 사례는 2023년 9월 이재명 의원 체포동의안이었고 제헌 이래 총 72번의 체포(구속)동의안 처리 중 가결률은 25%다. 일본은 약 80%, 독일은 90% 가결된다고 한다. 일반시민이라면 죄 짓고 증거인멸이나 도주 우려가 있을 때 체포되는 것이 당연한데 정치적으로 뭐 권력에 대항하여 투쟁하다가 억울하게 체포되는 경우도 아니고 진짜 다른 죄를 짓고도 국회의원이라는 신분에 걸린 특권을 악용하는 것이 당연히 시민의 시각에 고울 리는 없다.
그렇다면 제7공화국 개헌 때 이 특권을 없애야 할까? 2024년 12월 3일 전에 물어봤다면 동의할 사람이 훨씬 더 많았을 것 같은데 내란을 겪은 이후로는 생각이 좀 달라진 유권자도 있을 수 있을 것 같다. 당장 어느 독재자 꿈나무의 미친 쿠데타도 주요 야당 국회의원이 체포/구금될 위기였던 것이 드러난 뒤라서 무언가 제도로서 이 사람들을 막아줄 필요가 있다는 감각이 그래도 내란 이전보다는 시민에게 좀 더 설득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제도엔 문제가 없는데 그걸 나쁘게 악용하는 사람이 문제라면 국회의원이라는 한정된 집단을 대상으로 하여 어떠한 개선책을 생각해볼 수 있을까? 다른 나라들처럼 '기명투표'를 하는 방법을 우선 생각해볼 수 있다. 우리끼리 재미로 하는 마피아게임의 죽일까 살릴까 결정도 저마다 기명인데 국회의원의 표결은 기명이 기본이어야 하지 않을까? 위에 잠시 언급한 미국, 영국, 독일, 일본에서는 기명 표결로 하고 있다고 한다. 어쨌든 사람이 국회 속기록에 영원히 자기 표결 기록이 남는다 하면 좀더 양심적인 선택을 하리라 기대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