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 의안에 대하여 말하고 싶기는 한데 사실 굉장히 방대한 분량이 될까 두려워 쉽사리 시작을 하지 못 하고 있었다. 하지만 시작해야 할 것 같아서 최대한 짧고 쉽게 써보려고 한다.
안건, 의안, 사건
내란의 밤에 우원식 의장이 빨리 의결하자는 국회의원들의 요구를 자제시키며 "안건이 아직 안 올라왔어요."라고 타이르는 영상을 많이 보았을 거라 생각한다. 안건이 아직 올라오지 않았다는 말은 무슨 뜻일까?
우선 안건. 안건은 의안과 사건을 합친 말이다. 일단 아래는 최근에 열린 본회의의 의사일정 공지 2건이다.
2024년 12월 31일 제420회 국회(임시회) 제3차 본회의 의사일정 공지 중 일부 |
2025년 1월 8일 제420회 국회(임시회) 제4차 본회의 의사일정 공지 중 일부 |
12/31 의 부의안건은 다 '~안'으로 끝나는 걸 볼 수 있고 1/8 본회의 부의안건의 1번부터 8번까지는 전부 어떤 잡놈이 권한대행 주제에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들에 대한 '~ 재의의 건'으로 끝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간단히 보면 위는 의안, 아래는 사건이라고 하겠다. 둘의 차이는 뭘까?
국회에서 처리되는 법률안이나 탄핵소추안이나 예산안이나 결의안이나 파병동의안 같은 것들은 다 '의안' 형태로 유통된다. 의안이 무엇인지 의안정보시스템의 설명을 잠시 빌려와보겠다.
국회는 법률안·예산안·동의안 등의 심의를 통하여 헌법이 요구하는 국회의 기능을 수행하고 국민의 의사를 국정에 반영하게 된다. 이와 같이 국회에서 심의하는 법률안·예산안·동의안 등과 같은 안건을 의안이라고 부른다.
일반적으로 국회에서 통용되고 있는 의안의 개념은 헌법, 「국회법」, 그 밖의 법률에 따라 국회의 의결을 필요로 하는 안건 중에서 특별한 형식적·절차적 요건을 갖추어 국회에 제출된 것을 말한다.
의안의 성립요건은 다음과 같다. 역시 출처는 의안정보시스템.
① 일정한 안을 갖출 것
② 의원(10인 이상)·위원회 또는 정부 등 정당한 권한을 가진 자가 발의·제안 또는 제출할 것
③ 안의 형식에 하자가 없고, 발의·제안 또는 제출의 절차가 적법할 것
④ 일사부재의의 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할 것
거칠게 요약하자면 국회에서 심사하고 의결할 수 있는 것들이 의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재의의 건은 왜 거부권으로 돌아온 걸 다시 의결하는 건데 의안이 아니고 사건일까? 의안의 핵심은 처리과정에서 심사하고 수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재의는 이미 한 번 심사하고 본회의 부의하여 의결을 했던 의안이 거부권에 튕겨져 돌아온 것뿐이므로 재의하는 과정에서 법안의 내용을 다시 심사하거나 수정할 수 없고 오로지 가/부만을 재의결한다. 그렇기에 의안이 아니라 사건인 것이다. 제안설명도 없고 찬성/반대토론을 하지도 않는다.
자주 부의되어서는 안 되는 재의의 건 말고 사실 자주 본회의에 부의되는 사건으로는 '회기 결정의 건', '국무총리 및 국무위원 출석요구의 건', '긴급현안질문 실시의 건' 등이 있다.
그럼 이런 지식을 머리에 넣고 내란의 밤, 진짜 본회의에 부의된 안건을 보자. (링크)
결의안. 일단 결의안이라는 형태인 의안이라는 것을 알 수 있고 제안은 170인,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포함한 더불어민주당 의원 전원이 공동제안자이다. 주문과 제안설명으로 구성된 결의안 형식에 하자가 없고 절차가 적법했으며 일사부재의 원칙에도 위배되지 않는다. 따라서 요건을 다 갖춘 문제 없는 의안이 본회의에서 가결된 것이다.
당시에는 하자 없이 적법하게 처리해서 유효성에 대한 의문을 절대 생기지 않게 하려고 급박한 상황에서나마 (1964년 6월 계엄해제요구 결의안 이후 60년만에 있는 일이었으니)의안의 적합성과 적법한 절차에 대한 검토도 이루어졌던 것 같고 디지털정책담당관실에서는 시민들이 눈으로 보기에 가장 가시성이 좋은 것은 본회의장 전광판 시스템이라는 판단에 전광판이 잘 운영되도록 노력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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