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위원장 : 싸리비, 아니 정청래, a.k.a. 긁수저) 전체회의가 개회되었다가 24분만에 산회했다.
업무 중에 국회인터넷의사중계시스템을 통해 교육위원회에서 같은 시각에 시작된 'AI 디지털교과서 검증 청문회'를 보고 있었는데 잠시 메인에 돌아가보니 정회도 아니고 산회가 되어 있어서 의아해졌다. 뭐지? 하고 회의결과를 조회해봤다.
아직 회의록이 올라올 타이밍은 아니고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알기 위해 이것저것 열심히 뒤졌더니 이런저런 것들이 검색되어 나왔다. (기사 링크 : 다른 기사도 많은데 굳이 오타도 많은 이 기사를 링크한 건 긁수저 분의 발언이 진짜 긁히기 때문에 말맛을 느껴보시라는 의미로...)
바쁘신 분들을 위해서 파악한 내용을 좀 정리해보겠다.
1. 내란순장조는 원래 전체회의를 열어서 공수처장을 앉혀놓고 현안질의를 멋있게 하고 싶었다. 유상범 씨(순장조 간사)가 공수처장을 불러다 앉히려고 한 사유는 이렇다.
1-1. 순장조는 극우유튜버들이 주장하는 것들 중 특히 공수처가 윤새끼 체포과정에서 관저 출입 승인을 55경비단장에 받았는데 55경비단장은 권한이 없으니 불법체포라는 주장을 펴고 싶었다. - 근거는 없고 모두 극우유튜버들의 주장이다. 55경비단은 외곽경비를 하니까 관저 출입 승인권한은 없는 거 아니냐는 문제제기가 타당해 보이는 듯도 하지만 결국 당일 실제로 저항하지 않고 순순히 출입을 허가한 건 경호처였다.
1-2. 또한 55경비단장이 승인한 것도 공수처가 55경비단장을 출석하게 해놓고 강압에 의해 관인을 빼앗아 찍은 것이라는 주장도 펴고 싶었다. - 이 역시 근거는 전혀 없고 모두 극우유튜버들의 주장이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서는 심지어 동아일보의 기사로 공조본의 입장을 확인하면 되겠다. 딱풀도 전혀 사실이 아니고 관인을 찍은 것이 명백히 보이며 공문 자체도 강압 이딴 게 아니라 그냥 사전에 국방부에 방문해서 받은 것이었다.)
2. 하지만 저렇게 주장하는 영상을 너무 늦게 확인했는지 아니면 법사위 전체회의를 자기네 당 법사위원 숫자만으로도 개회 요구를 할 수 있다는 국회법 조항을 너무 늦게 깨달은 것인지는 몰라도 17일 아침 10시에 전체회의를 열자는 개회 요구를 16일 저녁 6시가 다 되어서, 너무 늦게 했다.
2-1. 통상 양당 간사 간에 합의를 하고 그 내용을 위원장실에 전달하여 전체회의 일정과 안건이 각 법사위원인 의원실에 공지가 되고 출석해야 할 기관장에게도 통지가 가고 그런 흐름으로 진행되는데 개회 11시간 전에 갑자기 저걸 다 해달라고 한 것. 그리고 이런저런 상황을 떠나서라도 통상 증인 선서를 하는 기관장을 불러다가 국회에 앉히려면 최소 24시간 전에는 부르는 건데 저런 것.
2-2. 물론 박범계 민주당 간사와 통화를 하기는 했다고 한다. 하지만 판사 출신 4선에, 전 법무부 장관인 간사님이 호락호락 협의를 해줄 리가 만무. 더구나 지금 공수처는 거의 조직의 사활을 건 공조본 수사를 진행 중이고 체포 48시간 안에 구속영장을 치냐마냐 하는 기로에 있는 상황인데 박범계 간사가 okay를 해주지 않은 듯 싶다.
2-3. 협의가 잘 안 된 건 안 된 것이라도 위원장에게라도 좀 미리 안건을 이걸 올리고 싶으니 공수처장 불러다 앉혀 달라고 말을 해보지 유상범 씨는 위원장실에 개회 요구를 하면서 안건을 말해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3. 결국 17일 아침 10시에 전체회의가 개회하기는 했다.
3-1. 긁수저 위원장이 긁을 시전해버렸다. 왜곡하여 요약하면, "다른 상임위는 이렇게 개회 요구해도 위원장이 개회 안 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나는 국회법에 따라 개회했다. 이렇게 내가 서로의 주장과 의견이 잘 오가도록 보장하는 위원장이다. 다만 미리 안건을 좀 얘기를 해줬으면 내가 공수처장한테 이야기라도 좀 해볼걸 그랬잖아? 안건 상정도 못 하고 이게 뭐니. 긴장 좀 하자? 그리고 공수처장 부르고 싶은 마음 나도 이해해. 근데 불러주고 싶어도 11시간 전은 쫌 심하잖아. 잘 좀 하자?"
3-2. 유상범 씨는 결국 1-1, 1-2의 하고 싶었던 주장을 의사진행발언 기회를 얻어서 하기는 했다.
3-3. 근데 이제 박범계 간사도 의사진행발언으로 "국방부도 아니라고 하고 체포적부심 결과도 나왔잖아. 고마해라. 정 그렇게 원하면 공수처장한테 해명하라고 하셈."를 시전.
4. 그리하야 정청래 위원장이 '이런 의사 일정은 처음 봤다'며 안건 미정인 전체회의를 개회했지만 여야 간사 간 협의해서 공수처장 출석 등 현안질의는 추후에 잡자고 하고 산회를 선포했다. 이 모든 과정이 24분 정도 걸린 것이다.
16일 밤에 국회 의사일정을 한 번 훑으면서 나도 '응? 법사위 없었는데 생겼네? 안건이 뭐지? 왜 안건미정이지? 저 당 특검법 제출했나? 아직 아닌데. 제출할 예정인가?' 등 별의 별 생각을 다 했다. 17일에 본회의를 연다고 했으니 부의 안건 심사할 거라는 이야기인가? 했다가도 그 경우에는 '안건 미정'을 써놓지는 않으니까(본회의 처리안건 같은 식으로 써있다.) 뭔가 다른 것일 거라고 생각하긴 했는데 뚜껑을 열고보니 진짜로 안건이 미정이라 없었던 상황이었던 거다. 솔직히 이 경우에는 위원장이 개회 안 해도 되는데 괜히 욕먹을 빌미는 주고 싶지 않고 플러스 알파로 일부러 굳이 개회를 해서 긁고 싶었던 건 아닌가 싶을 정도로 기묘한 회의였다.
이렇게 일목요연하게 잘 설명해주시는 마저리님이 너무 좋아요. 🥰
답글삭제아잉😘 시간내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근데 정말 이상한 회의였어서 굳이 기록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ㅋㅋㅋㅋㅋㅋㅋㅋ
삭제이런 기록들이 모이면 나중에 한참 시간이 흘러서 여기에서 읽으면서 '이럴 때도 있었지' '걔네 진짜 왜 그랬을까?' 하게 될 것 같아요. 🙂
삭제사실 저는 이 마당에도 보좌진의 처지를 좀 생각해보게 되는데 솔직히 이 촌극을 만든 방의 보좌진이 무능했든지(아니리라 믿고 싶습니다) 또는 보좌진이 아무 힘이 없든지(=영감이 막무가내라 말려도 듣지 않는다)인 것 같아서... 참... 진짜 왜 그랬을지...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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