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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소란 무엇인가

기소(起訴)라는 말은 통상 공(公)를 줄여 기소라고 한다. 공소(公訴)는 아마 공소시효라는 말에서 많이 들어보셨을 텐데 "법원에 대하여 특정한 형사사건의 심판을 요구하는 검사의 법률행위적 소송행위"라고 정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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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분은 궁금하신 분들만 보기. 우리야 늘상 뉴스로 검사가 기소한다는 걸 자주 봐서 사실 이게 왜 필요한 건지 궁금해 한 적이 별로 없을 듯한데 형사소송 구조 상 이유를 한 번 굳이 짚어보고 싶다. 그냥 알아두면 쓸모가 없지만 살다보면 어쩌다 아는 척할 수도 있는 교양의 영역으로.


한국의 형사소송은 탄핵주의 구조를 채택하고 있다. 형사소송구조를 따진다는 것은 '소송의 주체가 누구인지' 따지고 '이 주체들 간의 관계를 따지는 것'인데 실체적 진실을 바탕으로 적정절차를 준수하며 재판을 신속하게 진행한다는 형사소송의 기본 원칙을 달성하기 위한 방법론에 관한 이야기이다. 형사소송구조는 규문주의와 탄핵주의로 나누어진다.

규문주의(糾問主義)는 쉽게 말하면 조선시대까지 원님이 재판하던 과정을 생각하면 쉽다. 조선시대에는 원님이 수사도 하고 판결도 내린다. 공소제기를 할 검사가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피고인(당시엔 그냥 죄인)은 수사도 하고 판결도 내리는 원님이 관장하는 전체 형사재판의 객체가 될 뿐이다. 

탄핵주의(彈劾主義)는 지금 한국처럼 재판과 공소제기를 하는 주체가 각각인 구조이다. 소추(訴追)가 있어야 재판이 개시되므로 소추주의라고 하기도 한다. 따라서 공소제기 없이는 재판(심리)도 없다고 하여 '불고불리의 원칙'이 적용된다. 이 구조 하에서는 법원-(우리의 경우에는 검사)-피고인의 관계가 형성되어 피고인도 소송주체인 당사자 지위를 갖게 된다. 탄핵주의 안에서는 소송의 주도권이 어디에 있느냐 직권주의와 당사자주의로 나뉘는데 그건 그냥 검색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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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형사소송법의 탄핵주의 부분을 보고 넘어가자.



검사가 공소제기를 한다는 건 어떤 뜻인지를 알아본다. 소송주체마다 각기 다른 의미가 있다.

    1) 검사 : 일응 수사 종결 - 일단은 수사를 종결해야 한다. 절대적인 건 아니고 공소 유지를 위한 수사 정도는 가능하고 공소를 취소할지 유지할지를 결정하기 위한 보완수사도 가능

    2) 피의자 : 피고인으로 지위 변경 - 수사 단계에서는 수사의 객체이기만 했던 피의자가 공소제기가 된 다음에는 소송의 주체이자 검사와 대등한 당사자 피고인이 됨

    3) 법원 : 심판 개시 - 공소제기로써 비로소 재판에 돌입하게 되는 것이며 공소장에 기재된 공소사실이 법원 심판의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대상이 됨


이런 공소제기를 할 수 있는 공소권이란 통상 유죄판결을 법원에 청구할 수 있는 권리라고 본다. 공소제기에는 3가지 기본원칙이 있는데 형사소송법 제246조에 규정된 국가소추주의와 기소독점주의, 그리고 제247조에 규정된 기소편의주의이다. 흔히 검사의 진짜 권력은 '누구를 기소하느냐'보다도 '누구를 기소하지 않느냐'에 있다고 하는데 그게 바로 기소편의주의에 의해 생기는 권력이다. 어떤 피의자를 기소하여 충분히 유죄판결을 구할 수 있는데 하지 않기로 결정할 권한이 검사에게 있다는 것이다. 




공소장에는 뭐가 적히는지도 알아보자.

    1) 필요적 기재사항(형사소송법 제254조 제3항)

        1-1. 피고인의 성명 기타 피고인을 특정할 수 있는 사항 : 이름, 주소, 직업 등

        1-2. 죄명 : 형법범은 대검찰청예규에서 정한 형법죄명표에 의하여 표시하고 특별법범은 특별법 다음에 '~위반'이라고 적는다.  미수/교사/방조는 형법범의 경우에 죄명 뒤에 표시해주고 여러 공소사실에 대한 죄명의 일괄표시도 가능하다. 

        1-3. 공소사실 : 구체적 범죄사실로 법원의 현실적 심판대상이 된다. 범죄의 일시/장소/방법을 명시하여 범죄사실을 특정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하며 이 특정의 정도란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중대한 지장을 초래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공소사실이 다른 범죄사실과 구별될 수 있는 정도면 충분하다.

        1-4. 적용법조 : 공소사실에 어떤 법조가 적용되느냐는 곧 공소사실에 대한 법적 평가를 뜻하는 것인데 죄명과 함께 공소 범위 확정에 보조적 기능을 한다. 적용법조를 반드시 기재하는 이유는 피고인의 방어권행사를 보장하기 위해서다. 


    2) 임의적 기재사항 : 법죄사실과 적용법조의 예비적/택일적 기재(형사소송법 제254조 제5항)

        2-1. 예비적 기재 : 공소사실을 주위적 공소사실/적용법조과 예비적 공소사실/적용법조로 나누어 기재할 수 있다. 주위적 공소사실이 적용 순서가 앞서는데 주위적 공소사실이 배척되고 예비적 공소사실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판결이유에 주위적 공소사실이 배척된 이유를 명시하여야 하고 모든 공소사실이 배척되는 경우에는 무죄 표시는 한 개만 하고 배척된 이유는 주위/예비 모두에 대하여 명시하여야 한다.

        2-2. 택일적 기재 : 여러 공소사실과 적용법조에 순위 없이 이중에 무엇을 인정하여도 좋다는 취지로 기재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에는 택일하여 유죄가 인정된다면 굳이 배척이유를 명시하지 않아도 된다. 단 전부 무죄인 경우에는 무죄 판결은 하나이지만 이유는 각각 다 명시해주어야 한다. 


끝으로 공소제기의 효과를 소송법적으로 정리하면서 12.3 내란의 우두머리에 대한 공소제기가 어떤 의미가 될지를 대입하여 보겠다.

    1) 소송계속 : 어떤 사건이 수소법원(소를 받은 법원, 재판을 진행하는 법원이라는 뜻)의 심리와 재판의 대상이 되어 있는 상태를 소송계속이라고 하는데 이건 실질적으로 사건이 검사의 손에서 법원의 손으로 넘어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공소제기의 효력이 발생하는 것은 공소장이 법원에 도달한 때로 보는데 이때부터 검사는 피고인을 구속하거나 석방할 수 없고 그러한 강제처분의 권한도 법원이 갖게 된다. 

따라서 12.3 내란의 우두머리는 높은 확률로 구속기소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구속기소"피의자가 구속된 상태에서 검사가 공소를 제기하는 것"을 말하며 법원이 구속할 경우 구속기간을 심급당 2개월씩 세 번까지 정할 수 있어 3심까지 전부 진행할 경우 최대 18개월 동안 구속될 수 있다.

    2) 심판범위 한정 : 법원은 검사가 공소를 제기한 피고인과 범죄사실에 대해서만 심판할 수 있다. 만일 여러 명 공범이 있는 사건이라고 해도 검사가 일부만 피고인으로 공소를 제기했다면 기소된 사람들에 대해서만 재판할 수 있다. 또한 전체 사건 중 일부요소만 가지고 일부기소만 하기도 하지만 법원은 공소불가분의 원칙(형사소송법 제248조 제2항) 하에 동일범죄사실 전체에 대해서 심판할 수 있다. 

그래서 윤 내란 우두머리는 공소장에 내란 폭동 행위 중 어느 만큼이 특정되어 기재되든지 간에 법원은 내란 사건 전체에 대하여 심판할 수 있다. 

    3) 공소시효 정지 : 공소가 제기되면 공범 전체에 대하여 공소시효가 정지된다. 시점은 공소장이 법원에 도달한 날부터이다.

그런데 내란죄는 헌정질서 파괴범죄 공소시효 등에 관한 특례법에 의해 공소시효가 적용되지 않는다! 윤수괴는 사는 동안 언제든 기소될 수 있었는데 다만 시점이 매우 일렀다고 볼 수 있겠다.



자,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공소장을 기다리는 하루를 보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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