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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업) 최태섭의 '한국, 남자' 독후감

최태섭 작가의 '한국, 남자'는 구절구절 각론으로 봐도 재미 있지만 큰 주제로 놓고 보아도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독후감 겸 요약정리를 해볼 건데 이건 책을 읽고 내 식으로, 내 언어로 한 요약이라서 책에 나온 그대로의 표현은 아닐 수 있다. 우선 통사적으로 보아 1) 현대 한국의 기득권층은 진취적이고 자립성/독립성이 강한 남성을 원치 않아왔으며 2) 징병제를 통해 '나라를 지킨다'는 허구의 명예를 쥐어주고 노동력을 착취하며 부리기 쉬운 존재를 키워낸다. 3) 이 과정에서 여성을 비인간화하고 물화하여 비하해도 좋고 억압해도 좋은 대상으로 만들어왔다.  4) IMF라는 남성성 재정립의 기회조차 남성들의 자기연민으로 태워냈다. 이를 바탕으로 현 젊은 세대 한남(a.k.a. 썅대남)을 본다면,  1) 20세기 중반 이후 한국에서 남성 생계 부양자 모델은 허상(달성할 수 있던 가정은 매우 제한적이었으므로)에 가까웠다는 점을 감안할 때 2) 사실은 존재하지 않던 시절에 대한 향수에 더불어, 3) 어렸을 때부터 학업성취도로 이길 수가 없었던 데다 (군대를 안 가니) 나보다 일찍부터 돈을 벌며(실제로 동 연령대 여성임금이 남성임금보다 앞서는 건 20대 후반 구간 외엔 존재하지 않음.) 4) 걷고 생각하며 말하며 나와의 결혼을 원하지도 않는 여성에 대한 두려움을 공격성으로 치환하여  5) 여성에 대한 공격자로서만 자신의 허약한 정체성을 붙잡고 있는 모습이다. 이는 현 젊은 세대 당사자에게도 문제이고 이를 방관하고 오히려 더 조장하여 젊은 남성을 계속 억압하고 착취하려는 기득권이 있음을 생각해볼 때 장기적으로도 심각한 문제이다. 앞으로도 몇십 년을 이 땅에서 같이 살아야 하는 것이 현실이므로. 책이 후루룩 잘 읽혀서 좋았고 '도대체 왜 그래?'의 실마리를 좀 얻은 것 같았다. 한남도 한남이지만 최근 하게 된 생각은 716 집권 후에 실시한 뉴라이트 역사관을 물타기 하고 일제고사를 치게 하고 개인의 노오력을 강조하는 사조를 젊은 세대...

마저리! 이런 일까지 해봤다!

보좌진은 물론 의정활동 보좌에 가장 큰 역할을 하는 사람이지만 성질 상 기본적으로 '비서'이고 국회의원이 해야 할 일과 신경 써야 할 일은 너무 많은 데 비해 보좌진 숫자는 지극히 적다보니 보좌진이 공적인 업무 외에도 하는 일이 애석하게도 꽤 많다. 그래서 약간 내가 겪은 일과 거기서 일할 당시 들어본 기기괴괴한 보좌진의 다양한 업무를 가십성으로 좀 소비해볼까 한다. ※ 시작 전 주의사항!  이제부터 나오는 썰들은 마저리가 일하던 최소 10여 년 전의 이야기로 제22대 국회의 선진적인 국회의원실에서는 이런 일들이 전혀 벌어지지 않을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궁서체) 읍내 기록 갈무리 1) 식사 관련 의원과 보좌진은 정말 긴 시간을 함께 보내기도 하고 정치상황은 시시때때로 급변해서 밥때 맞추기가 쉽지 않을 때도 많으며 이번 내란사태에서 보듯이 낮과 밤도 따로 없이 집에도 못 가고 동고동락할 때가 많다. 그러다보니 먹고사는 문제가 참 중요하게 될 때가 많은데 일단, 국회의 구내식당은 운영시간이 정해져 있다. 당연하다. 장소가 국회일 뿐 본질은 급식실이니까. 그럼 이제 방법이 몇 가지가 있다.  국회 안에 있는 후생시설에서 파는 간식을 사오는 방법, 배달시키는 방법, 의원실 안 탕비실에서 무언가 만드는 방법.  후생시설에는 카페도 있고 제과점, 떡집, 하나로마트, 분식매장 이런 것들이 있어서 끼니를 때울 만한 것들을 살 수 있고 이 정도로 커버가 되면 아주 준수한 경우이다. 다음은 배달. 배달은 다 좋은데 타이밍이 어렵다. 영감(보좌진이 의원을 지칭하는 은어인데 결코 영감에게 영감님이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보좌진끼리만 쓰는 말.)이 딱 방에 와서 먹을 수 있는 타이밍에 대령을 해야 하는데 이게 안 맞으면 진짜 이 담당 보좌진(주로 행정비서)이 발을 동동 구르고 난리가 나는 것이다. 그리고 이제 픽업은 막내가 주로 해오고 먹기 좋게 아름답게 세팅해서 대령하게 된다. 그나마 요샌 배달앱이 잘 돼있기나 하지, 옛날에는 영감이 뭐 먹고 싶다 하는...

국회의원 숫자, 과연 몇 명이 적정한가?

2023년 통계로 한국의 인구는 약 5155만 8천여 명이라고 한다. 그런데 국회의원은 300명이다. 이건 많은 걸까, 적은 걸까? 아래 차트는 OECD에서 조회하면 나오는 각국 2023년 인구이다.  한국은 인구규모로 10위쯤 된다. 그리고 아래는 오마이뉴스에서 정리한 2023년 기준 OECD회원국 국회의원 1인당 인구수이다. OECD 평균은 의원 1인당 인구수는 약 8만2천 명인데 한국과 인구규모가 비슷한 국가들을 위주로 좀 보겠다. 한국보다 인구수와 의원 1인당 인구수가 많으면 빨강, 반대는 파랑으로 표시했다. 1) 콜롬비아: 인구수 약 5221만 , 의원 1인당 인구수 약 17만6천 2) 이탈리아: 인구수 약 5903만 , 의원 1인당 인구수 약 9만7천 3) 스페인: 인구수 약 4764만 , 의원 1인당 인구수 약 7만7천 4) 캐나다: 인구수 약 3942만 , 의원 1인당 인구수 약 8만9천 5) 영국: 인구수 약  6784만 , 의원 1인당 인구수 약 4만7천 6) 프랑스: 인구수 약  6834만 , 의원 1인당 인구수 약 7만3천 7) 폴란드: 인구수 약 3852만 , 의원 1인당 인구수 약 6만8천 미국은 좀 여러 모로 예외라고 하겠다. 인구규모도 다르거니와 미국인은 생활에서 90% 이상 주(state)법의 영향 하에 산다. 연방법과 결부되는 사항은 10% 이내다. 주의회로 따지면 이야기가 아주 달라진다 가령 내가 다니는 회사의 본사가 있는 로드아일랜드 주는 미국에서 작은 주에 속하는데 2023년 기준 인구가 109.6만인데 정원이 각각 상원 38명, 하원 75명이다. 인구 110만이 채 안 되는데 의석수는 양원 합쳐 총 113명, 1인 당 인구수를 나누면 채 1만 명이 안 되고 하원만 따져도 1만5천 명이 안 된다. 반대로 큰 주인 플로리다 주를 보면 인구 약 2261만에 상원 40명, 하원 120명이다. 1인당 인구수로 따지면 14만 1313명이니 이것도 한국보단 나은 수치다. 이런 반박이 있다. '미국처럼 우리도 ...

국회에서 쓰는 어휘집 - 일사부재의 원칙 -

2024년 12월 7일 윤석열에 대한 첫 번째 탄핵소추안이 본회의 투표불성립 후 폐기되면서 같은 탄핵소추안을 같은 회기 안에 또 처리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국회법적으로 되는 거다 안 되는 거다 하는 이야기가 (대부분의 시민은 관심 없는 상태로) 잠깐 회자되었고 이번에 대통령 탄핵심판 피청구인측 대리인단이 답변서를 내면서 다시 한 번 화제가 되었다.  당나라 대리인단의 주장에 대해서 민주당 이용우 의원이 요약하고 반박한 내용을 보면 이러하다. (출처 :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의원 페이스북 "윤석열 대리인단 헌법재판소 제출 답변서 분석" 링크 )

어떤 원한

제19대 국회에서 불가촉천민이었을 때 낸 개정안이 있었다. 형법 일부개정법률안. 어떤 국회의원이 그런 말을 했다던데 '개헌보다 어려운 게 형법 개정이다.'라고. 동의한다. 나는 이 법이 법사위에서 받은 취급을 보고 기대도 안 했지만 그보다도 더 실망했던 기억이 있다.  법제관님의 도움을 받아서 쓴 제안이유 및 주요내용은 이렇다. 우리 판례는 강간죄가 성립되기 위한 폭행 · 협박의 정도에 대해 강제추행죄와는 다르게 최협의 기준인 “항거불능 또는 항거가 현저히 곤란한 상태”로 해석함으로써 강간죄의 보호법익인 피해자의 성적자기결정권과 배치됨. 그뿐만 아니라 강간죄의 피해자를 ‘범죄의 원인제공자’ 또는 ‘반항조차 충분히 하지 않은 방조자’로 보아 재판을 ‘피해자재판’으로 변질시킴. 피해자의 반항을 곤란하게 할 정도의 폭행협박이면 강간죄가 성립하는 미국과 독일, 프랑스의 사례나 피해자의 동의 없이 실행된 성행위에는 모두 성범죄로 규정하는 영국의 사례에 비추어보아도 우리의 강간죄 성립요건에 항거불능이 포함되어 있는 것은 강간죄의 보호법익인 성적 자기결정권에 대한 과도한 제한임. 이에 현행법상 강간죄가 성립되기 위한 폭행 · 협박의 정도에 관해 강제추행죄와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도록 명시적으로 규정하여 재판부의 최협의 폭행 · 협박 기준 적용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점을 입법적으로 해소하려는 것 임(안 제297조, 제297조의2 및 제298조). 피해자 재판으로 변한다는 건 무슨 뜻이냐면 재판 과정에서 2차 가해가 어마어마하게 이루어진다는 뜻이다. "피해자의 의사, 성별, 연령, 행위자와 피해자의 이전부터의 관계, 그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구체적 행위태양, 주위의 객관적 상황과 그 시대의 성적 도덕관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기 때문에 가해자 측 변호사는 물론이고 검사나 판사조차도 그러는 경우가 있다.  친 아버지에게 성폭행 당하고 겨우겨우, 정말 겨우 용기를 내어 신고를 한 피해자가 있었다. 근데 그 피해자에게 검사(그것도 검사가 중간에 ...

내가 남자였다면 달랐을까?

2011년의 본청 2층 안내도. 추억(?)의 당명들이 눈에 띈다. 결국 편법 쪼개기 비정규직으로만 7년 넘게 쪽쪽 빨리던 불가촉천민 생활을 마감하고 나와서 '내가 남자였다면 좀 달랐을까?'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당시에 다른 동갑내기 인턴들을 보면 인턴으로 몇 년 일하면 방에서 채용을 해주기도 했는데 남자들은 7급 단 애들도 있고 9급인 애들도 있고 했지만 여자 중엔 한 명 있었고 9급인 경우엔 정책비서가 아니라 소위 '행정비서'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나는 너무 오래 불가촉천민 생활을 하고 있어서 창피하고 자격지심이 들어서 동갑모임에 나간 적이 거의 없었다. 그렇게 버텼어도 아무 데서도 급을 못 달고 만년 불가촉천민인 게 너무 창피해서 나는 몇 명 되지도 않던 동문모임도 점점 못 나가게 됐다.  스물한 살 때 그 판에 흘러들어가서 제17, 18, 19대 국회, 지방선거 캠프와 총선 캠프를 뛰어본 경험이 있었고 오피스, 포토샵, 한글문서 작성 이런 것도 다 할 줄 알았고 법안도 혼자 만들었고 질의서도 썼고 수행도 해봤고 축사 쓰기, 사진 촬영, 블로그 컨텐츠 글쓰기, 의정보고서 제작 같은 잡무도 다 할 줄 알았고 학을 떼기 전까진 먼저 가라고 해도 악착같이 밤 새고 버티고 하다못해 커피도 잘 탔다. 내가 정책능력이 너무 모자란가 싶어서 의정연수원 강의도 제일 열심히 들었다. (그 때 배운 국가회계 기초는 그래서 지금 내 복식부기 가계부를 쓰는 데 도움을 주고 있으니 아주 쓸모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마지막으로 있던 방에서는 영감 지인이라서 회관에 들어온 아저씨들을 자질구레한 것을 다 알려줘가면서 일했지만 그래봤자 나는 인턴일 뿐. 내 덕분에 천하의 무식쟁인 친박밖에 모르는 바보가 우수입법의원 상을 타게 돼도 나는 인턴이었을 뿐이다. 아침부터 본청 수행하고 회관 가면 남자 바꿔보란 전화 받고 아가씨아가씨 하는 손님들 차 타주고 인턴이니까 법안 도장도 받으러 다니고 어린 여자라고 무시하는 기관사람들(주로 개저씨)한테 날 세우고...

(백업) 내란죄에 대하여

  목차 서론 형법의 기본 원칙 내란죄 개관과 구성요건 결론: 처벌 Ⅰ. 서론      이 글의 목적은 12.3쿠데타가 어째서 내란이며, 이 내란의 주동자와 가담자를 어떻게 볼 것인가를 정리하기 위함이다. 그 목적을 위하여 우선 법학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를 수도 있는 독자를 위한 간단한 법학 기초 내용을 먼저 깔고 내란죄에 대한 각론을 본 뒤에 그래서 이들을 어떻게 처벌할 수 있는지까지 정리하려고 한다. Ⅱ. 형법의 기본 원칙      형법은 범죄와 형사제재에 관한 법률이다. 어려운 말로 형사제재라고 썼지만 형사제재가 처벌과 보안처분이니 쉽게 말하면 범죄와 처벌을 규정해놓은 기본법이다. 범죄는 어떠한 조건을 갖췄을 때에 성립되고 얼마큼 처벌을 받는가를 정해놓았다.       우리 형법은 범죄가 구성되기 위해 세 가지 조건을 요구한다.       ㄱ. 구성요건 해당성     ㄴ. 위법성     ㄷ. 책임성      이 조건은 순서대로 따져진다. 우선 구성요건 해당성은 사람의 행위가 각 범죄마다 법에서 정한 구성요건에 해당하는가 아닌가를 심사하는 것이다. 구성요건을 다 갖추지 못 하면 당연히 범죄가 아니게 된다.       만약 구성요건을 다 갖춘 어떤 행위가 있다고 치자. 그럼 이제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가서 그 행위가 법질서 전체의 입장과 객관적으로 모순∙충돌하는 것인지 따지게 되는데 이게 위법성이다. 구성요건에 해당하면 당연히 위법하다고 원칙적으로 추정한다. 그래서 위법성을 심사할 때는 일단 위법하다는 것을 전제로 얼마나 이 위법성을 부정할 만한 사유가 존재하냐를 따지게 된다. 그래서 소극적 심사라고 한다. 반대로 말하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