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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서 쓰는 어휘집 - 일사부재의 원칙 -

2024년 12월 7일 윤석열에 대한 첫 번째 탄핵소추안이 본회의 투표불성립 후 폐기되면서 같은 탄핵소추안을 같은 회기 안에 또 처리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국회법적으로 되는 거다 안 되는 거다 하는 이야기가 (대부분의 시민은 관심 없는 상태로) 잠깐 회자되었고 이번에 대통령 탄핵심판 피청구인측 대리인단이 답변서를 내면서 다시 한 번 화제가 되었다. 

당나라 대리인단의 주장에 대해서 민주당 이용우 의원이 요약하고 반박한 내용을 보면 이러하다. (출처 :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의원 페이스북 "윤석열 대리인단 헌법재판소 제출 답변서 분석" 링크)

1. 부적법 사유

    1.1 소추 절차의 하자(국회법 130조에 따른 법사위 조사절차 흠결)
    1.2 일사부재의(국회법 92조 위반)
    1.3 탄핵소추권의 남용(같은 대상자에 대해, 같은 사유로 소추권 남발)
    1.4 보호이익 결여로 심판 필요성 없음(계엄 필요성 있어 선포했고, 곧바로 해제되었으며, 계엄으로 기본권 침해 없었고, 선포 이전으로 모든 것이 회복되어 보호이익 없으므로 탄핵심판 필요성 없음) 

2. 헌법재판소법 32조에 따라 재판, 수사기록 송부 불가 

3. 탄핵심판 절차에서 형사소송법상 엄격한 증거법칙에 따른 증거조사 이루어져야 함 

4. 소추의결서에 대한 일체의 변경(추가, 탈락, 문구변경, 재구성)은 부적법 

5. 한덕수 탄핵심판은 이 사건 재판부 구성의 적법성을 좌우하므로 이 사건보다 우선하여 결론 내려야 함 

6. 사실상 선고기일을 정해 둔 재판 진행은 적법절차 원리 위배


저기 있는 일사부재의가 뭔지를 알아보도록 하겠다. 우선 국회법 조항을 보겠다. 일사부재의 원칙은 국회법 제92조에 규정되어 있다.

아마 법률지식으로 일사부재'리' 원칙은 많이 들어봤을 거다. 글자 그대로의 뜻은 한 사건으로 두 번 심리하지 않는다는 것인데 법적으로는 '이미 유무죄를 가리는 실체적인 판결이 났든지 면소가 확정이 되고나면 판결의 구속력이 생겨(기판력이라고 한다.) 이 효과로 같은 사건에 대해 재차 공소를 제기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 원칙'이다.

일사부재'의' 원칙은 저기 심리를 뜻하는 리를 의결의 의로 바꾼 것이라 생각하면 간단하다.

지난 번에 살펴본 임기와 회기 중 회기 부분을 기억한다면 아, 정기회든 임시회든 같은 숫자의 회기 중에는 부결된 안건을 다시 발의하거나 제출할 수도 없는 거구나, 라는 걸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국회의원 마저리가 발의한 조세특례제한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운좋게 기재위도 통과하고 법사위 체계자구심사까지 통과해서 제421회 임시회의 본회의 부의가 되었는데 본회의 부결이 나버렸다(가정이다. 실제 이런 일은 잘 일어나지 않는다.). 화가 난 마저리 의원이 당장 그 다음날 똑같은 내용의 조세특례제한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또 접수하라고 지시해서 보좌진이 의안과에 가더라도 회기가 동일하다면 제출도 발의도 불가능하다. 회기가 바뀐 제422회부터는 다시 발의할 수 있다.


그렇다면 저 당나라 대리인단의 주장은 가치가 있는 주장일까?
이번 탄핵소추안 가결과 일사부재의의 원칙 적용 사이에는 두 가지 층위가 존재할 수 있음을 알아두고 일단 폐기된 첫 번째 탄핵소추안을 잠시 살펴보자.

제안회기가 제418회라고 되어 있다. 제418회는 정기국회였다. 기억이 나지 않으면 다시 임기와 회기 편을 잠시 확인하고 오자. 이 정기국회의 회기는 언제까지였을까? 9월2일부터 100일 동안이라 12월 10일까지였다. 그래서 민주당은 바로 임시회 소집요구를 했고 12월 11일부터 제419회 임시회의 회기가 시작되었다. 

다음으로 가결된 두 번째 탄핵소추안을 보자.


분명히 제안회기가 제419회라고 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참고적으로 제안일자가 12월 12일로 제419회 임시회 회기가 시작된 이후이고 부가정보의 비고란을 보면 12월 13일에 본회의 보고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일사부재의의 원칙 중 동일 회기 문제는 완벽하게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을 간단히 알 수 있다.

두 번째 층위는 사실 저 당나라 대리인단에게는 그닥 중요하지 않고 민주당 내부에서 잠시 오간 이야기인데 첫 번째 탄핵소추안의 부가정보 비고란에 하일라이트된 부분, 투표불성립-폐기 부분이다. 투표불성립으로 인해 폐기된 탄핵소추안을 '부결된 안건'으로 볼 것이냐의 문제이다. 엄밀히 말해 부결도 아닌 상태이기는 하기 때문이다. 민주당 내부에선 소수였던 것 같지만 이게 부결이 아니니 시간을 더 주지 말고 바로 또 발의하자는 의견도 있었던 모양이다.(그 마음도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중요한 일에 조금이라도 빌미를 주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것이 중론이어서 마침 정기국회가 끝나가는 타이밍이니 바로 임시회를 소집해서 새롭게 본회의 부의하고 표결에 들어가자, 그리고 혹시 또 부결이 될 수도 있으니 제419회의 회기도 7일만 하자, 또 부결 나면 제420회 열어서 또 하자, 그런 결론이 났을 것으로 추측된다. 


어쨌든 이상을 종합해보면 탄핵심판 피청구인 대리인단은 헌법재판관들을 앉혀 두고 기본적인 사실관계조차 전혀 맞지 않는 내용은 답변서라면서 들고 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그냥 일사부재의 원칙이 무엇인지 알고 넘어갈 계기로 삼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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