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셀 참사로 인해 사람이 그렇게 많이 죽었다. 스물세 명이라고 글자로 쓰면 그냥 스물셋인가보다 할 수도 있겠지만 그중 한 사람이라도 나의 소중한 가족, 친구, 지인이라고 생각하면 그게 그냥 스물셋이기만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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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https://www.khan.co.kr/article/202610201011021 |
대법원에서 게시한 이 사건의 개요를 잠시 보자.
이리저리 꼬아놨지만 일단 피고인6은 아리셀 회사 법인, 피고인1은 박순관 아리셀 대표, 피고인2는 그 아들인 박중언 아리셀 총괄본부장이다.
일단 중대재해처벌법 조항부터 보자.
제4조(사업주와 경영책임자등의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 ①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등은 사업주나 법인 또는 기관이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종사자의 안전·보건상 유해 또는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그 사업 또는 사업장의 특성 및 규모 등을 고려하여 다음 각 호에 따른 조치를 하여야 한다.
1. 재해예방에 필요한 인력 및 예산 등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 및 그 이행에 관한 조치
2. 재해 발생 시 재발방지 대책의 수립 및 그 이행에 관한 조치
3. 중앙행정기관·지방자치단체가 관계 법령에 따라 개선, 시정 등을 명한 사항의 이행에 관한 조치
4. 안전·보건 관계 법령에 따른 의무이행에 필요한 관리상의 조치
② 제1항제1호·제4호의 조치에 관한 구체적인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제5조(도급, 용역, 위탁 등 관계에서의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등은 사업주나 법인 또는 기관이 제3자에게 도급, 용역, 위탁 등을 행한 경우에는 제3자의 종사자에게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하지 아니하도록 제4조의 조치를 하여야 한다. 다만, 사업주나 법인 또는 기관이 그 시설, 장비, 장소 등에 대하여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책임이 있는 경우에 한정한다.
제6조(중대산업재해 사업주와 경영책임자등의 처벌) ① 제4조 또는 제5조를 위반하여 제2조제2호가목의 중대산업재해에 이르게 한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등은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이 경우 징역과 벌금을 병과할 수 있다.
② 제4조 또는 제5조를 위반하여 제2조제2호나목 또는 다목의 중대산업재해에 이르게 한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등은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③ 제1항 또는 제2항의 죄로 형을 선고받고 그 형이 확정된 후 5년 이내에 다시 제1항 또는 제2항의 죄를 저지른 자는 각 항에서 정한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한다.
아리셀 화재 사건 수사를 통해서 아리셀이 적자가 난 뒤로 무리한 생산 감행, 안전보건 예산 및 관련 부서 인력 감축, 형식적 안전보건 관리자 임명을 하여 산업재해 발생 위험을 방치했으며, 불법 파견업체를 통해 외국인 노동자를 파견 받아 제대로 된 안전교육 없이 고위험 전지 생산 공정에 즉시 투입했다는 점 등이 밝혀졌다. 숨진 스물세 명 중 스무 명이 불법 파견노동자였고 그 중 열여덟 명은 중국과 라오스에서 온 외국인 이주노동자였다. 검찰은 유해·위험 요인 점검을 이행하지 않고, 중대재해 발생 대비 매뉴얼을 구비하지 않는 등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위반한 혐의로 박순관 대표를 구속기소하였고 박중언 총괄본부장은 전지 보관 및 관리(발열감지 모니터링 미흡)와 화재 발생 대비 안전관리(안전교육·소방훈련 미실시) 상 주의의무를 위반해 대형 인명 사고를 일으킨 혐의로 공소제기 하였다. 검찰의 구형량은 박순관 대표 징역 20년, 박중언 총괄본부장 징역 15년이었다.
이에 대하여 1심 수원지법 형사14부(재판장 고권홍 부장판사) 재판부는 우선 박순관이 "아리셀 설립 초기 경영권을 행사했고 이 사건 화재 시까지 동일하게 유지된 점, 일상적 업무는 박중언이 하도록 하면서 주요 상항을 보고받아 경영 판단이 필요한 경우 구체적인 업무 지시를 내린 점 등을 고려"하여 경영책임자에 해당한다고 인정했다. 또한 "비상구와 비상 통로를 안전하게 유지해야 할 의무를 위반해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위반한 점", "기업 매출은 강조하면서 근로자에 대한 안전 지시는 거의 하지 않았다는 점"도 인정하면서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박중언에 대해서도 징역 15년과 벌금 일백만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피해자들과 합의를 하였지만 형량에 이를 반영하는 것은 제한적으로 해야 한다고 보았다.
이는 2022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가장 높은 형량이었다.
항소심에서는 어떻게 그렇게 형량이 대폭 깎인 걸까.
수원고법 형사1부(재판장 신현일, 강명중, 차선영)는 박순관 징역 4년, 박중언 징역 7년과 벌금 일백만 원을 선고했다. 1심과 동일한 부분은 박순관이 경영책임자임을 인정했다는 점 정도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 재판부가 박순관에게 비상구와 비상 통로를 안전하게 유지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본 것을 뒤집어 무죄 판단하고 예비적 공소사실이었던 안전보건 확보의무 일부만을 위반한 것으로 보았다. 또한 피해자들과 합의한 것까지 참작하여 저렇게 형량을 대폭 깎은 것이다. 박중언은 박순관보다는 좀더 직접적 의무가 있었다고 보았지만, 1심에선 유죄 인정된 부분이었던 안전조치의무 위반 치사에 따른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을 무죄로 뒤집어 형량을 절반 이상 깎아주었다. 항소심 재판부가 남긴 어록이 너무 아름답다(n).
"리튬 1차전지에 관한 국내외 연구 결과와 현재의 기술 수준 등을 고려하면 재해 발생을 완벽히 막는 데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다"
"이익추구에만 몰두했다거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 등을 완전히 방치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합의 뒤 일부 유족이 처벌을 탄원했더라도 이를 이유로 합의를 양형에 있어 제한적으로 반영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쌍방 모두(세상에) 항소심 판결에 상고하였고 지난 2026년 6월 유가족 측에서는 "정보 접근 면에서 취약한 처지의 유족이 사측 종용으로 한 합의를 형을 낮추는 근거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담아 항소심 판결을 파기해달라는 의견서를 대법원에 전달했다.
그런데 대법원 소부 1부(천대엽, 서경환, 신숙희, 마용주)는 항소심 판단에 법리 오해가 없다고 한다.
누가 스물 세명을 다중살인(mass murder)했다고 하면 아무리 한국이라고 해도, 또 초범이라고 해도 최소 무기징역이 나올 것이다. 스물세 명에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도 제대로 알려주지도 않고서 위험한 일을 시키면서 대피할 문과 통로조차 제대로 마련해놓지 않은 건 다중살인과 비교할 때 고의냐 미필적 고의냐의 차이 정도밖에 없는 것 같은데 형량은 왜 이렇게 차이가 많이 날까?
사법부는 왜 이렇게 대놓고 중대재해처벌법을 무력화하려고 들까?(정말로 몰라서 물어보는 것 아님)
아리셀 참사로 유명을 달리한 분들과 그 유가족의 평안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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