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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것과 젊은 것과 멍청한 것과 나쁜 것

진짜 농담이 아니다. 나는 진지하다. 


근데 또 영현백은 진압군측이어야 들어가는 거라면서. 진압되는 나 같은 사람은 걍 암매장ㄱㄱ라며.


제목에 왜 저 네 가지를 적었냐면 주로 질이 별로 좋지 못한 사람들이 저 넷을 뒤섞기 때문이다.


아마 주입식 교육을 받은 분들은 이것을 기억하실 것이다.(나는 주입식 교육을 좋아한다.)

출처 : https://archives.hangeul.go.kr/ko/M000000594/heritage/view?heritageNo=3&pageIndex=1
훈민정음언해. 

"이〮런 젼ᄎᆞ〮로〮 어린〮 百姓ᄇᆡᆨ셔ᇰ〮이〮 니르고〮져〮 호ᇙ〮 배〮 이셔〮도〮"

 백성이 어리다는 건 어리석다는 말이다. 지금은 어리다는 말이 나이가 어리다는, 대체로 중립적인 뜻으로 쓰이지만 거슬러 올라가면 어리석다는 뉘앙스가 깔려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어리다고 놀리지 말아요'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그 맥락에서 어린 것은 다소 정상성에서 모자라기 때문에 놀림을 당한다.

젊다는 건 어리다는 것과 비슷하지만 다르다. 어느 정도 실수해도 너그럽게 받아들여진다는 점은 유사하겠지만 더는 어리지 않기에(법적 연령이든 정신적 성숙이든 정상성에서 모자란 것은 아니므로) 과감한 행동을 했을 때 돌아올 여파에 대한 책임을 지기는 해야 한다. 물론 시행착오를 경험할 때 젊은 사람은 조금 배려를 받을 만하다. 경험이 상대적으로 부족하고 그렇기에 잘못된 판단을 할 확률이 더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도 무한정 제공되지는 않는다. 우리는 결국 실수와 잘못에서 배우는 것이 있어야 한다는 관습적 당위의 세계에서 산다.

멍청하다는 건 연령을 가리지 않는다. 어리거나 젊어도 멍청하지는 않을 수 있고 나이를 먹을 만큼 먹어도 멍청하게 살기는 아주 쉽다.

채현국 선생님

왜 늙으면 지혜로워진다는 게(덜 멍청하다일 수도?) 농경시대의 꿈이냐면 농경의 특성 때문이다. 농사는 한국의 경우 봄, 여름, 가을이 다 투입되는 연간 이벤트다. 농사를 짓고 사는 곳의 지형과 기후, 계절과 절기, 날씨를 잘 알아야 농사에 유리하고 특히 계절과 절기, 날씨에 관한 것은 오래 살며 축적된 자료에 정보 가치가 있다. 성숙해졌다는 뜻으로 '철든다'는 말을 쓰는데 거기 있는 '철'도 계절을 말하는 그 철이다. 계절과 날씨의 변화를 경험적으로 알게 될 만큼 성숙해졌다는 것이다. 근데 채현국 선생님은 그나마도 농경시대의 꿈 같은 소리라고 했다. 설령 그 경험을 다 가지고 있더라도 그걸 지혜롭게 활용한다는 것은 또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일 수도 있고 현대사회는 그 이전 시대의 경험이 거의 소용 없기 때문일 수도 있을 거다. 

채현국 선생님이 말씀하신 맥락도 그렇고 멍청한 것은 대개 부정적인 말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또 그렇다고 해서 그 자체로 선악을 구분하는 말은 아니다. '멍청하면 수족이 고생'이라고 하는 것처럼 나같이 별볼일 없는 개인에게는 멍청한 것이 약간의 불편함이 될 수는 있어도 선악을 가르는 문제는 아닐 수도 있는 것이다. 그리고 때로는(사실은 자주) '몰랐다'는 변명으로 책임을 회피할 수도 있고.

그러나 그저 내 체감에 불과할지도 모르지만, 현대 한국에서 멍청한 것은 대체로 나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그게 참인 경우도 물론 있다. 잘못인 걸 모르고 잘못해도 잘못은 여전히 잘못인 것처럼. 하지만 나쁜 것은 '이러저러한 이유로' 나쁠 수 있다. '무엇이 어떻게, 왜 나쁜가?'에 대한 답은 정말 다양하게 존재할 것이다. 나쁜 것은 다른 여러 이유들과 '나쁜 부분'을 교집합으로 둔 속성이라는 것이다.

왜 이런 뜬 구름 잡는 소리를 한참 했느냐면 최근 민주당에서 전당대회를 앞두고 청년 최고위원이니 청년후보 경선 기탁금 인하니 하는 이야기가 인구에 회자되고 잼칠라가 또 가만히 있지를 모대서 틔타에서 기어이 입을 대고 후보라는 자는 공적인 자리에서 즙을 짜고 이 온갖 촌극을 보다보니 어린 것과 젊은 것과 멍청한 것과 나쁜 것을 다 뒤섞어 저마다 자기가 불리할 때 방패로 삼거나 반대로 자기에게 유리한 부분만 가져다 쓰거나 남 비난할 때 써먹는 게 보여서다. 이게 진짜 그야말로 나쁘다.

내가 젊은 것은 무례한 것을 둘러대는 데에 쓰고 내가 멍청한 것을 어려서 그렇다고 변명하고 다 알면서, 내가 나빠서 나쁜 일을 했으면서도 내가 나쁜 것은 멍청해서 한 실수라고 거짓말한다.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 말을 오래 들어주지도, 무게 있게 생각해주지도, 이런 사람들에게 중요한 직책을 맡기지도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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