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제 폐지 운동을 하고 남편을 호주로 하는 혼인신고를 호주제 폐지 뒤로 미루려고 19년을 사실혼 관계로 산 인권변호사, 고 최진실 배우의 친권 소송을 했던 변호사, 민변의 여성인권위원장이던 진선미 변호사는 제19대 국회 때 생활동반자등록법을 발의한 의원이기도 했다. 그랬던 진선미 의원은 지난 번 민주정부 때 두 번째 여성가족부 장관이었다.
여가부 장관이 되어서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알고 무얼 할 것인지가 명확한 사람. 진선미 의원의 장관 후보자 모두발언을 가져와봤다.
존경하는 전혜숙 여성가족위원회 위원장님, 그리고 위원님 여러분!
바쁘신 의정활동 중에도 인사청문회 준비를 위해 노고를 아끼지 않으신 위원장님과 위원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또한 여성가족부장관후보자로서 역량과 자질을 검증받기 위해 위원님들 앞에 서게 된 것을 매우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저는 오늘 청문회에서 위원님들의 질의에 진솔하고 성실하게 답변드릴 것을 약속드립니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호주제 폐지, 양성평등기본법, 남녀고용평등법과 같은 법과 제도가 도입되면서 성평등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습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장관급 여성 비율이 30%를 달성하였고 지난해에는 행정부 국가직 여성 공무원 비율이 50%를 넘는 등 여성의 사회 참여와 위상도 높아졌습니다. 또한 한부모가족과 다문화가족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위기청소년과 학교 밖 청소년을 위한 지원체계를 마련하여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여건도 조성하였습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는 아직도 보이지 않는 차별과 장벽이 여전히 존재합니다. 성별 임금격차와 유리천장, 독박육아 등 일터와 가정에서의 남녀차별은 여성의 경력 단절로 이어져 우리 사회의 성장동력을 떨어뜨리고 있습니다.
미투 운동에서 비롯된 성희롱·성폭력 문제와 갈수록 심각해지는 디지털 성범죄는 기존의 법과 제도로 대응하기에 분명 한계가 있습니다. 다양한 형태의 가족과 환경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방황하는 청소년들에 대한 보다 촘촘한 지원 방안도 고민해야 할 시점입니다.
저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특히 다음 세 가지 목표에 중점을 두고 정책을 수행하고자 합니다.
첫째, 무엇보다 폭력으로부터 안전한 여성의 삶 구현을 정책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려고 합니다.
성희롱·성폭력과 디지털 성범죄, 스토킹과 데이트 폭력과 같은 모든 여성폭력에 대응하는 범정부 컨트롤타워로서의 여성가족부 기능을 강화하겠습니다. 미투와 디지털 성범죄 관련 법률과 제도의 제·개정은 빠른 시일 내에 이루어져야 합니다. 위원님들과 협의하여 조속히 실행하겠습니다.
여성폭력에 대응한 통합처리시스템 구축도 필요합니다. 신속하고 엄정한 수사와 처벌을 강화하고 피해자 보호·지원을 확대하는 한편 범죄행위를 근본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둘째, 차별 없는 일터를 이루겠습니다.
공공 부문은 차츰 개선되고 있습니다만 2016년 기준 국내 500대 기업의 여성임원 비율은 2.7%에 불과합니다. 기업들의 자발적 동참을 유도하고 주요 기업들과 협약을 맺어 민간 부문의 고위관리직 여성 비율 목표제 도입을 추진하겠습니다.
아울러 기업 내 성차별 등에 대한 특별점검을 실시해 성차별적 직장문화 개선에 앞장서 나가는 한편 성평등 교육의 전방위적 확산을 위해 국민 누구나 생애주기별로 성평등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성평등 교육과정을 각 부처와 협의를 통해 체계적으로 운영해 나가겠습니다.
셋째, 다양성이 존중받는 문화를 만들겠습니다.
가족환경의 변화에 대응해 새로운 가족정책의 틀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한부모, 다문화, 미혼모·부, 1인가구 등 다양한 가족의 형태가 기존 가족의 형태와 구분되고 차별받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원하는 모습으로 함께 사는 삶, 따뜻한 보살핌 속에서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드는 데 소홀함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청소년이야말로 다양성의 집합소입니다. 청소년들이 흥미와 소질에 따라 다양한 활동과 학습 참여 기회 속에서 성장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려고 합니다.
또한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현재 정부에 등록된 피해자 가운데 생존해 계신 분은 겨우 스물여덟 분에 불과합니다. 피해자들의 명예와 존엄의 회복에 더욱 힘쓰겠습니다. 12월 28일 한일 위안부 합의의 산물인 화해·치유재단 처리 문제는 철저히 피해자의 관점에서 하루속히 마무리 짓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존경하는 전혜숙 위원장님, 그리고 위원님 여러분!
되돌아보면 여성가족부는 항상 제 든든한 동지였습니다. 20여 년 전 제가 신임 변호사로 호주제 위헌소송 변론을 맡아 동분서주하던 시절 여성부라는 하나의 독립된 부처가 출범했고 이후 여성인권을 보호하고 여성폭력과 성차별에 대응하기 위해 함께 노력해 온 시간이었습니다.
제가 여성가족부와 함께해 온 시간만큼 그 시간과 경험들이 헛되지 않게 어느 정책 하나 소홀하지 않고 어느 누구도 차별받지 않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여성·가족·청소년 정책을 총괄하는 부처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이는 저와 여성가족부의 노력만으로 실현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위원님들께서 적극적으로 조언을 해 주시고 또 함께 긴밀히 협력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오늘 청문회에 성실히 임할 것을 약속드리며 위원님들의 소중한 조언과 격려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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