읍내에서 이 짤이 한창 나돌았었다.
짤과 함께 붙어 다니던 캡션은 "저는 장관이지 실무자가 아닙니다 보고서 여부를 일일이 다 알지는 못합니다."였는데 진짜 그런 빡치는 내용이 회의록에 남았는지 확인해보고 싶어서 회의록과 영상회의록을 다 뒤져보았다.
때는 바야흐로 제21대 국회 제408회 임시회 국토교통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인데 이 날 회의안건은 "서울~양평고속도로 관련 현안 보고"였다. 짤방의 주인공은 국토도시실장을 하다가 저 전체회의가 열리기 보름쯤 전에 기획조정실장으로 발령을 받은 문성요 국토부 기조실장이다. 제주도 출신이긴 한데 행정고시 출신 30년 넘은 국토부 늘공이다.
영상으로 저 표정이 보고 싶다면 위의 영상회의록 링크로 들어가서 전체보기[1]의 56분39초부터 맥락을 쭉 따라가다가 1시간04분무렵의 원새끼 발언부분을 보면 된다. 나는 저 표정이 나오게 된 희의록에서 맥락을 좀 읽어보려고 한다. 왜냐하면 원새끼의 오만방자함이 정말 하늘을 찌르는데 그 가운데 늘공이 '저 새끼 진짜 아무 말하고 자빠졌네'라는 표정을 왜 짓는지가 잘 보이는 사례라서이기도 하고 내가 저 영상을 보는 것이 너무 괴로웠다. 원새끼 관상 진짜 심각하다, 심각해.
1. 문제의 배경
서울~양평고속도로의 노선이 V0 일가가 소유한 땅 근처로 변경되어 권력형 투기에 정부사업이 이용 당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제기된 상황이었다. 자세한 설명은 시사인 기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2. 발단
먼저 심상정 위원의 자료제출요구가 있었다.
◯심상정 위원 장관님, 이번 논란의 핵심은 누가 무엇을 근거로 강상면을 최종 노선으로, 잠정노선으로 정했느냐 그게 핵심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것을 규명하는 데 꼭 필요한 게 두 가지인데 하나는 타당성조사 용역사가 국토부에 제출하도록 되어 있는 월간진도보고서가 있더라고요, 국토부 지침에 보니까. 그러니까 용역사는 매월 말일에서 다음 달 10일 사이에 월간진도보고서를 국토부에 제출하라 이렇게 과업지시서에 돼있어요. 여기에는 사업 추진의 문제점과 대책 등이 기록되도록 돼 있거든요. 그러니까 아마 국토부와의 협의 과정을 확인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상식적으로 용역사가 발주처와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대안 노선을 제시하는 것은, 제가 100명을 물어봐도 그것은 다 상식적이지 않다고 하기 때문에, 국토부와 어떤 협의 과정이 있었는가를 확인할 수 있는 근거 자료인데 이게 지금 아무 응답이 없어요, 제가 요청을 했는데. 그것 답을 해 주시고.
두 번째는 타당성조사의 강상면 대안 B/C 분석 결과를 내놓으세요. 말로 때울 게 아니라 최종 노선으로 작년 11월에 용역사가 중간보고에서 제안했는데 그 근거를 제시해 주십시오. 그 근거가 B/C 분석이거든요. 그 B/C 분석 자료를 주세요.
이 두 가지에 대해서 제가 여러 차례 요청을 했는데 아직 안 오고 있습니다. 답변을 부탁드립니다.
거짓말이 시작된다.
◯국토교통부장관 원희룡 우선 월간진도보고는 용역 사업계획서에는 그런 용어로 돼 있는데요. 도면을 가지고 와서 매달마다 한 번씩 실무자들끼리 협의를 했습니다, 도면을 놓고. 그렇기 때문에 진도보고서를 용역사에서 국토부에다가 작성해서 보고한 것은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못 드리는 거고요.
그래서 자료를 줬니 안 줬느니 논란이 된 게 우리가 실무적인 실태를 잘 몰라서 서로 혼동됐던 면도 있는데요. 그래서 제가 자료를 전부 확인하고 나서는 용역사에서 들고 왔던 자료, 거기에 메모한 것까지 다 그대로 공개하자, 그래서 공개돼 있는 겁니다.
막무가내 아무말이다. 일이 그렇게 될 수가 없다. 정부와의 일은 기본이 서류다. 종이가 아니어도 최소 파일이 오간 수발기록이라도 남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전혀 맞게 진행된 일처리가 아니다.
◯심상정 위원 아니, 들고 온 자료가 아니라 국토부의 과업지시서에 제출하도록 돼 있어요, 기록해서 제출하도록. 그런데 없다면 말이 됩니까?
◯국토교통부장관 원희룡 그게 보고서가……
◯심상정 위원 그러면 누군가 책임을 져야지요, 그것은.
◯국토교통부장관 원희룡 이따 용역사를 불러서 한번 물어보십시오. 보고서 작성이 안 돼 있습니다. 작성이 안 된 자료를 제출할 수는 없고요.
◯심상정 위원 그다음에 B/C는요, B/C 분석 결과?
◯국토교통부장관 원희룡 B/C는 전략환경영향평가가 끝난 상태에서 B/C를 계산하도록 돼 있기 때문에 아직 그 절차까지 한참 못 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B/C가 잘 나올 것이다라는 예상을 얘기하는 이유는 비용이 얼마가 추가되는지가 나왔고요. 거기에 따라서 교통량 분석을 했기 때문에 늘어난 비용에 비해서 교통량이 이렇게……
◯심상정 위원 됐습니다, 장관님. 그것은 말로 때우실 일이 아니고요. 그것은 제가 이따 본질의에서 하겠습니다.
이렇게 한 턴 넘어가는가 했는데 몇 분 지나지 않아서...
3. 전개
원새끼가 한번 방자하게 굴고 넘어가는가 했는데 문제가 생긴다. 앞서 말했듯이 정부와의 일처리는 문서가 기본이다. 진도보고서를 제출하기로 되어 있었다면 진짜 껍데기로라도, 전달 진도보고서 복붙이라고 해도 문서로써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그리고 심상정 위원의 생각처럼 이 진도보고서는 당연히 존재했다.
◯한준호 위원 자료제출 요구를 드리겠습니다.
(자료를 들어 보이며)
한 세 가지 드릴 텐데 그 전에, 저는 오늘 계속 초반에 태도 문제에 대해서 말씀드리는데, 조금 전 심상정 위원님께서 자료 요청하신 것 월간진도보고서 저 들고 있습니다. 이게 왜 없습니까? 이것 없습니까? 국토부는 없어요? 이것 없으세요?
저는 들고 있는데요. 이 안에 내용도 있습니다. 왜 저는 들고 있는 게 장관님께 없습니까? 이것 제가 심상정 위원님께 드릴게요.
아니, 이런 식의 태도로 어떻게 국토부하고 장관님께서 현안질의에 임하신다는 겁니까?
원새끼가 거짓말로 아무말이나 하면서 둘러대고 있는 것이다. 지금 이 부분은 사실상 현안 보고의 거의 초반이다. 질의 전에 각 국토위원이 돌아가면서 당신들 이러저러한 자료 안 줬으니까 빨리 내놓으라고 닦달하는 시간이라는 말이다. 근데 이미 그 타이밍부터 그짓불엉 아무말이었던 거다.
3. 위기
위 짤방은 이제 나올 차례가 됐다. 한준호 위원의 타당한 지적에 대해서 또 뭐라고 거짓말로 아무말하는지 보자.
◯국토교통부장관 원희룡 저는 이거든 저거든 우리 실무자한테 그렇게 설명을 들었습니다마는 파일로 갖고 있는 것 전부 공개하도록 했습니다.
그래서 지금 가 있지 않습니까, 자료들이?
◯장철민 위원 공개 이것은 안 돼 있어요. 또 거짓말하시는데.
◯박상혁 위원 온라인에 없어요.
◯장철민 위원 이것 홈페이지에 안 떠 있어요.
◯국토교통부장관 원희룡 제가 자료를, 실무적인 것을 일일이 어떻게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다 알겠습니까?
◯위원장 김민기 장관님, 됐습니다.
심상정 위원님 발언해 주세요.
◯장철민 위원 홈페이지에 안 올라와 있습니다. 확인해 보세요. 장관 입만 열면 거짓말이야.
◯국토교통부장관 원희룡 필요하면 저희 실무자가 답변하도록 하겠습니다.
바로 저 '일일이 어떻게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다 알겠습니까?' 즈음이 문성요 기조실장의 '니가 모른다고 하면 어떡하라는 거야 지금'의 표정이 나오는 부분이다. 사실 그냥 일반적으로 생각해보면 원새끼가 하는 말이 일견 설득력이 있는 것처럼 들릴 수 있다. 장관이면 저 부처에서는 최고 전결권자이고 세부사항은 잘 모르는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사실 기조실장이 저런 표정을 지을 것도 없는 일이다. '장관이라는 인간이 그렇지 뭐'의 영역이어야 더 자연스러울 수 있는 반응일 수 있다는 거다. 하지만 '뭐야 이 책임감 없이 부하한테 다 떠넘기는 윤새끼 같은 놈은?'의 얼굴이 되는 건 사실 저 과정에 원새끼의 입김이 실질적으로 작용했다는 뜻 아닐까, 하는 킹리적 갓심을 나는 하게 되는 것이다. 그냥 100% 추정의 영역이지만.
어쨌든 다른 민주당 위원들도 다 가세해서 '저 새끼 거짓말하고 있어요! 자료 다 없어요!'를 하는 것을 보면 어지간히 방자하게 버텨서 자료제출도 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4. 절정
자, 당사자인 심상정 위원이 발언을 해야만 할 때가 됐다.
◯심상정 위원 자, 저 발언할 때입니다. 제가 발언할 때예요. 가만히 계세요.
아니, 도대체가 장관이 지금 큰소리 할 때입니까? 자료 조사도 차별해요, 큰 당, 작은 당?
그리고 오늘 어떤 자리인데 내용 파악도 안 하고 오셨습니까? 이 문제가 누가 최초로 이것을 제안했는가, 용역사가 제안했다고 여러분들이 이야기를 하시기 때문에 이것을 규명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자료라고 봤어요. 제가 언제부터 요구했는데 없다고 합니까? 한준호 위원, 누가 줬어요? 이런 식으로 장관이 국정을 운영하니까 의혹만 눈덩이처럼 커지는 겁니다.
사과하세요. 당장 주세요.
◯국토교통부장관 원희룡 저희가 실무적인 자료가 가는 부분에서 착오나 누락이 있다면 다 드리겠습니다. 다 드리겠습니다.
◯홍기원 위원 죄송하다는 말씀 한마디 하신 다음에 그렇게 얘기하세요.
◯국토교통부장관 원희룡 빠진 부분들에 대해서 죄송합니다.
심 위원님, 그런 차별은 아닙니다. 그 부분은 오해를 푸십시오.
◯심상정 위원 사과하세요.
◯국토교통부장관 원희룡 사과했습니다.
◯홍기원 위원 어쨌든 장관님과 실무자 간의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는데 전반적인 것에 대해서 죄송하다고 말씀하셔야지.
◯국토교통부장관 원희룡 실무적인 착오에 대해서는 바로잡도록 하겠습니다.
◯심상정 위원 지금 이 양평고속도로 노선 전환과 관련해서 얼마나 국민들이 상처를 많이 받았습니까? 그리고 이게 지금 몇 번 연기된 거예요?
그리고 자료 요청을 만천하에 ‘7년치를 다 했다’ 이렇게 큰소리치고 정치적 퍼포먼스는 그렇게 하면서 정작 제일 중요한 자료, 장관도 챙겼어야 될 자료, 그게 도대체 있는지 없는지도 몰랐다고 하면 장관 자격 없어요. 그리고 왜 심상정한테 안 줍니까?
솔직히 심상정 위원실 주면 제일 잘 파헤칠 테니까 안 준 거 너무 뻔하고 정말 속이 빤히 보이는 짓거리다.
5. 결말
월간진도보고서는 타당성조사 용역사가 국토부에 매월 제출하도록 되어 있는 것이었고 이 자료를 웬만하면 꽁꽁 숨겨 내놓지 않으려던 국토부는 저 전체회의가 열린 2023년 7월 26일 이래 1년 7개월이나 지난 2025년 3월에서야 왜 국토부가 이 문제에 대한 자체 감사 결과를 내놓고 고의누락이었음을 인정했다.
담당 공무원 7명(그 중에서도 국회의 요구자료 제출 부적정만 놓고 보면 4명)만 징계한다는 황당한 결과가 나왔는데 정말 저 원새끼가 잘못이 없을지는 특검이 파봐야 하지 않을까? 어떻게 일개 공무원이 간도 크게 국회의원이 요구하는 자료를 고의로 누락한단 말인가.
전체회의에서의 소동으로 인하여 월간진도보고서는 의원실로 제출이 되었으나 다른 제출자료에도 문제가 있었다. 임의적으로 자료의 일부를 삭제하고 보낸 것이다. 근데 하려면 제대로라도 할 것이지 페이지수도 안 맞고 어떤 방엔 삭제를 한 버전을, 어떤 방에는 삭제하지 않은 원래 버전을 보내는 바보짓까지 했다.
의원실에만 바보짓을 했을까? 그렇지 않다. 국토부 홈페이지에다가도 바보짓을 했다!
담당자들은 삭제본이 업로드된 것을 인지한 뒤 이틀 뒤 미삭제본으로 재게시 했다고 진술하였다. 더구나 이런 자료에 대한 가공을 한 의도라는 게 기가 막히다.
결국 민원이 많아질까봐 고의로 한 일이고 혼동이 생긴 건 파일명이 똑같아 구분을 못 했다는 변명이다. 이 논란으로 사업은 전면 중단됐고 권력형 비리가 생길 뻔했던 상황이었는데 아랫사람 몇 징계하면 끝이란 말인가?
명태 아저씨와 김영선 씨가 개입된 창원산단 문제와 우크라이나 재건사업에 갑자기 불려나와 주가조작의 shell이 된 삼부토건 건, 그리고 이 서울~양평 고속도로 문제까지 전부 원새끼가 국토부 장관을 하던 시기인 것은 단순한 우연일까? 구린 사건이 한 건만 있어도 엄청 구리다고 할 텐데 무려 알려진 것만 셋이다. 더 파면 더 나올 수도 있다.
빨리 특검해야 한다. 오늘의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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