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도 다 읽었을 터라 너무 귀찮은데 서울중앙지법 공보담당 판사님이 보도자료를 너무 헷갈리게 쓰셔서 꼼꼼히 읽어봐야겠다.
1페이지에 우선 주문이 있고 이유로 인정사실이 나온다. 사실관계가 주르륵 나온다.
1/15 22:33 체포
1/17 17:46 구속영장 청구 -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위해 법원으로 수사 관련 서류 접수
1/19 02:53 구속영장 발부 - 서류 반환
여기서 1/17 17시 46분부터 1/19 02시 53분까지 33시간 7분 동안 서류가 법원에 머물렀다, 는 설명이다.
2페이지. 사실관계 확인이 이어진다.
1/23 공수처에서 검찰로 수사기록 넘어옴
1/26 18:52 공소제기
사실관계 확인에 이어서 판단이 시작된다. 우선은 기소 전에 구속기간이 만료되었는지 여부를 따진다. 결정문의 관련 법리에서는 형사소송법 제203조의 구속하고 10일 이내 기소하여야 한다는 규정, 제201조의2 제7항의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서류가 법원에 가 있는 동안은 이 10일에 산입하지 아니한다는 규정을 일단 이야기하면서 "구속기간에 산입하지 않는 '법원이 구속영장청구서 등을 접수한 날부터 반환한 날까지의 기간'은 '수사 관계 서류 등이 실제 법원에 있었던 시간'을 의미하는 것으로 제한하여 해석함이 상당하다."로 판단을 내린다.
통상 검사의 구속기간은 체포시점으로부터 10일이고 10일 연장할 수 있다. 이번에는 법원이 구속기간 연장 신청을 기각해서 딱 10일밖에 없었고 10일의 기산일을 15일로 봤을 때 곧이 곧대로 10일을 따지면 24일 자정(25일 0시)에 구속기간이 끝나는 것이다. 그러나 17일, 18일, 19일은 법원에 서류가 가있던 날이니까 3일을 빼주면 27일 자정이 구속기간 만료다, 라는 것이 검찰 주장이다.
사실 이번 법원의 판단은 윤새끼가 대상이어서도 문제지만 일반적으로 생각하더라도 꽤나 큰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비록 내가 법학사 나부랭이에 불과하긴 하지만 나는 생전 이 기간을 날로 세지 않고 시간으로 세는 경우는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물론 구속취소 자체도 처음 본다.) 지금까지 내가 아는 한은 모든 법원이 그렇게 계산을 해왔기 때문에 이번에 변경이 된다고 하면 당장 다음주 월요일부터 이 경우에 해당하는 모든 피의자(또는 피고인)의 변호인이 다 시간을 일일이 따져서 같은 이유로 구속취소를 신청할 수도 있다. 그래서 굉장히 민감한 문제일 수 있는 것인데 이걸 대법원도 아니고 그냥 서울지방법원이 최초로 결정을 내려버린다니? 정말 물음표가 크게 생기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여튼 결정문은 이제 그렇게 판단한 이유에 대해서 설명하기 시작한다.
3페이지에서는 이제 구구절절 이 기간을 날로 세면 피의자에게 너무 불리하다는 사실을 설명하고 있다. 그래서 막 예시를 들어가면서 날로 셀 경우와 시간으로 셀 경우를 직접 대조하고 있는데 한 가지 짚고 싶은 점이 있다. 형사소송법 제200조의2 제5항을 보자.
제200조의2(영장에 의한 체포) ⑤체포한 피의자를 구속하고자 할 때에는 체포한 때부터 48시간이내에 제201조의 규정에 의하여 구속영장을 청구하여야 하고, 그 기간내에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아니하는 때에는 피의자를 즉시 석방하여야 한다.
그럼 이제 우리의 관련 법규 형사소송법 제201조의2 제7항, 제203조, 제203조의2를 보자.
제201조의2(구속영장 청구와 피의자 심문) ⑦피의자심문을 하는 경우 법원이 구속영장청구서·수사 관계 서류 및 증거물을 접수한 날부터 구속영장을 발부하여 검찰청에 반환한 날까지의 기간은 제202조 및 제203조의 적용에 있어서 그 구속기간에 산입하지 아니한다.
제203조(검사의 구속기간) 검사가 피의자를 구속한 때 또는 사법경찰관으로부터 피의자의 인치를 받은 때에는 10일 이내에 공소를 제기하지 아니하면 석방하여야 한다.
제203조의2(구속기간에의 산입) 피의자가 제200조의2·제200조의3·제201조의2제2항 또는 제212조의 규정에 의하여 체포 또는 구인된 경우에는 제202조 또는 제203조의 구속기간은 피의자를 체포 또는 구인한 날부터 기산한다.
형사소송법은 필요한 경우에, 피의자의 신체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기 위하여 구금되어 있는 기간을 정확히 시간 단위로 세게 할 수도 있는 법률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법률 상에 시간으로 세는 경우와 날로 세는 경우가 구분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지금까지의 모든 관행도 그러하였을 뿐더러 규정도 그렇다. 제203조와 제203조의2 조문으로 보아, 검사의 구속기간은 날로 세는 것이 맞아보인다. 입법자의 의도가 이걸 시간으로 세도록 할 거였으면 240시간이라고 썼어야 한다. 하지만 아니다. 10일 이내이고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서류가 법원에 넘어가 있는 기간도 '날'부터 '날'까지다. 이 점을 확실히 해두고 싶다.
4페이지에서는 그래서 이제 나는 이러한 법리 해석을 했으니까 이제 이 사건을 대입해볼게? 하고 설명을 시작하여 17일, 18일, 19일=3일이 아니라 살뜰히 따져서 서류가 법원에 머문 시간으로 딱 33시간 7분을 빼야 맞는 거라는 산수를 하고 있다.
5페이지에서는 검사가 "체포적부심 때문에 서류가 법원에 가 있었던 기간도 구속기간에서 빼줘야 한다"는 주장을 한 것이 맞지 않다고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해당조문은 형사소송법 제214의2 제13항이다.
제214조의2(체포와 구속의 적부심사) ⑬법원이 수사 관계 서류와 증거물을 접수한 때부터 결정 후 검찰청에 반환된 때까지의 기간은 제200조의2제5항(제213조의2에 따라 준용되는 경우를 포함한다) 및 제200조의4제1항을 적용할 때에는 그 제한기간에 산입하지 아니하고, 제202조·제203조 및 제205조를 적용할 때에는 그 구속기간에 산입하지 아니한다.
이 설명만은 법원이 설명한 게 맞아 보인다. 검찰은 이거 가지고 다투기보다는 왜 하필 이 타이밍에 구속영장실질심사 기간을 날이 아닌 시간으로 세는 것이 적용되기 시작하여야 하는지에 대한 타당성을 따져야 하지 않았나 싶다. 법이란 건 안정성과 형평성을 엄청 중시하는데.
6페이지는 앞선 그 체포적부심 기간을 구속기간에서 제외하지 않는 판단에 대한 설명이 조금 더 이어지다가 '그 밖의 사정'으로 넘어간다. 여기부터 보도자료가 되게 안 좋게 되어 있는데 결정문을 보면 우선 피고인의 변호인들이 제기하는 주장을 일단 주르륵 써줬다. 그리고 마지막에 판단이라고 재판부의 결정을 덧붙이고 있다.
그리하야 7페이지에 그 판단이 나온다. "이와 관련한 대법원의 최종적 해석과 판단 등이 있기 전까지는 변호인들이 들고 있는 사정들만을 이유로 피고인의 구속에 관한 위법 여부를 섣불리 판단하기 어렵다."는 건 대법원이 판단 내려주기 전까지 당신들의 일방적 주장이 맞다고 우리 재판부가 받아들여줄 수는 없다, 는 뜻이다. 이어서 "이제 막 공소가 제기되어 형사재판절차가 진행되는 이 사건에 있어서 절차의 명확성을 기하고 수사과정의 적법성에 관한 의문의 여지를 해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므로 구속취소 결정을 함이 상당하다"고 하는 것은 아직 본격적인 재판이 시작된 것은 아니니 이거 한참 진행된 다음에야 이거 트집 잡아서 재판 처음부터 다시 하자는 애먼 소리하지 말고 초장에 이걸 상급 법원(사실 콕 찍어 대법원)이 판단하게 해서 뒷말 안 나오게 가자, 는 말로 보인다.
사실 나도 대충만 봤을 때는 '피고인 변호인측 주장 다 받아줬네?'했는데 결정문을 잘 읽어보니 저런 판단을 내리고 있었다. 그리하야 내 생각은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구속기간에서 영장실질심사 기간 빼주는 걸 여태 수십 년 동안 날로 세고 있었는데 이렇게 갑자기 예고도 없이 시간으로 따져서 법적 안정성을 해칠 타당한 이유가 없다는 것이 하나요, 그 밖의 사정에 대하여서는 '우리 재판부가 판단하긴 껄끄러우니 상급 법원의 판단을 받아달라'는 투정 섞인 소리를 하고 있다는 것이 다른 하나이다.
나는 고매한 법조인이 아니고 그냥 법학사지만 여러 선생님의 설명을 듣고 조문을 찾아가며 낑낑대고 내용을 종합해서 이케저케 주물주물 해보았는데... 검찰이 즉시항고를 해줄지 그것이 걱정이다. 그냥 나의 노파심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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