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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정당류 정당(현 내란 순장조)과 영남 사투리

민정당 의원실에서 일할 때 한 명은 충청 출신 수도권 지역구, 한 명은 PK 출신 PK 지역구, 한 명은 수도권 출신 수도권 지역구였다. 내가 일하는 지역구가 어디이든 간에 민정당에서 일하면 어쩔 수 없이 영남 사투리를 많이 듣게 된다. 물론 나는 사투리를 일부러 교정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니다. 오히려 일부러 고치려 들지 말고 지역마다 사투리를 잘 보존하고 이어가야 한다는 쪽이다. 다만 공적인 자리에서 말할 때는 청취자가 널리 들어 이해하는 데에 어려움이 없도록 되도록이면 알아듣기 쉬운 표준어를 사용하고자 하는 것이 조금 더 발화의 의도와 목적 상 적절하다는 정도이다. 그러니까 재차, 일부러, 미리, 말해두는 것인데 나는 모든 사람이 반드시 꼭 언제나 사투리가 아닌 표준어만 구사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그러나 민정당류 정당, 현 내란 순장조의 지역적 성격과 영남 사투리의 관계에 대해서 말할 때에는 표준어 사용에 대한 사회적 압력의 정도라는 측면에서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통상 지역을 막론하고 서울에서 생활을 시작한 비수도권 출신인들은 표준어 사용에 대한 사회적 압력을 느낀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이 압력은 남성에 비해 여성이 더욱 크게 느낀다. 타지역 출신 중 수도권에서 생활하는 사람 중에 여성과 남성 중 어느 쪽이 좀더 표준어를 준수하게 구사하는가를 따지면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여성이 더 표준어를 잘 구사한다'고 대답할 것이다. 출신지역에 대한 편견에 여성혐오까지 곁들여진 이중의 스테레오타입이 말씨 때문에 동시에 들이대지는 것을 어느 누가 유쾌하게 생각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국회, 민정당류 정당 안에서 영남 사투리는 그런 압력을 받지 않는다. 영남 출신 영감들은 사투리를 고치지 않는다. 고치지 않는다뿐인가. 오히려 과시하듯 사용한다. 그 자체가 권력의 표상이기 때문이다. 기득권의 상징이니까 잘 들리게 사용한다. 그나마 방송 출연 같은 거 할 때나 좀 신경쓰는데 나중에 자의식이 무럭무럭 자란 후에는 그마저도 약해진다. '마! 내가 낸데'의 마인드로 아무 제어가 없어진다. 

그리고 이 집단 안에서 영남 사투리는 권력의 상징이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권력과의 유대를 상징하기도 한다. 내가 친하던 부울경 쪽 지역구 남성 보좌진은 출신지역에 상관 없이 지역구가 수도권이어도 자신이 영남 출신이 아니어도 다 영남 사투리를 쓸 줄 알아야 했다. 서로서로 '행님~' '맞나' 이런 말을 일상어로 다 썼다. 같이 어울리다보면 나도 옮아서 쓰게 되고.

저 위에 올린 영상에서도 아무리 한국어를 잘 해도 그렇지 기본적으로 국회 상임위원회장이라는 공적인 자리이기도 하고 하니 씨가 외국인이라는 인식이 있으면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서 의식적으로 표준어를 구사하기 위해, 그리고 좀 천천히 말하려는 노력이라도 해야 할 것이 아닌가? 근데 말하는 걸 보면 본인이 그러고 있는지 어떤지 하니 씨가 얼굴에 '????'을 띄우고 못 알아듣겠다고 하기 전까지는 자각도 없어 보인다. 단순히 사투리가 심하다고 그러는 게 아니고 일부러 좀 표준어를 구사할 필요가 있는 상황에서도 그냥 자기 하고 싶은 말만 죽죽 편하게 내지르는 것에서 발화자가 가진 기득권의 몰지각함이 타인의 눈에 너무 선연히 보인다는 것이다. 


문득 예전 생각이 나서 줄줄 써보았는데 마무리는 사투리 관련 여담 및 잡담으로 하도록 하겠다. 나는 PK 지역구 사무실에서 단기로 일할 때 PK 사투리 속성과정을 마쳤다. 일할 당시에 TK 출신 지인이 한참 내가 하는 말을 듣더니 '부산 출신인데 서울서 오래 살아서 서울말을 잘 하게 된 것 같은 서울말을 한다, 지금'이라고 평한 적이 있는 정도. 지금은 거의 많이 잊어버리긴 했는데 그래도 어디 지역말인지 들으면 조금 구분할 수 있는 정도는 된다.

하루는 지역 사무실에서 전화를 받았다. 아직 사투리 패치가 덜 된 시기였는데 우선 초심자에게는 체감이 이랬다. 여성분들이 하시는 사투리는 대개 알아듣기 쉬웠다. 근데 가장 어려운 게 고령 남성의 사투리. 극악의 난이도는 이제 이걸 전화로 들을 때였다. 그래서 그런 전화인데 중요한 전화가 오면 지역 사무실의 다른 선배한테 전화를 돌리기까지 했을 정도였다. 여튼 그래서 전화를 받았는데 상대는 장년 남성이었다. 선배한테 전화를 돌리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상대가 다짜고짜 전화로 명단을 불러준다는 것이다!!! 사람이름은 그래도 좀 낫지 않을까, 하고 들으며 확인을 위해 복명복창을 하며 타이핑을 하기 시작했다. (다음에 나오는 이름은 다 임의의 이름이다.)

- 홍길동
"홍길동."
- 유관순
"유관순."

이런 식으로 성공적으로 받아적고 있었는데...

- 이은적
"이은적."
- 아아니, 이'은'적
"이은적이오?"
- 아이다! 은! 은! 은니할 때 은!
"아아아아아아! 이언적이오?"
- 그으래! 이'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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