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총선이 끝나고 새로운 국회가 열릴 때마다 1호 법안이 무엇인지가 기사로 나곤 한다. 그 화제성을 위해서 임기 개시 하루이틀 전부터 의안과 앞에 줄을 서고 밤을 새고 그런다. 하지만 누가 그걸 아는지 또는 기억하는지 생각해본다면 조금 공허한 경쟁 같기도 하다. 그래도 제22대 국회에 제일 처음 접수된 법안이 무엇인지 나도 궁금해서 한 번 찾아봤다.
국회의안정보시스템(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다.
- 의안번호 2200001
- 제안일자 2024-05-30 (제22대 국회 임기 개시일)
- 의안명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전부개정법률안
- 제안자 서미화 의원(대표발의) 등 28인
- 발의의원 명단
- 제안이유
‘이동권’은 모든 국민에게 기본권으로 보장되어야 할 권리임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정치권이 그 책임을 다하지 않아 지하철 시위를 비롯한 장애인단체의 요구가 지속되고 있음. 게다가 사회적 갈등 양상으로 표출되고 정치와 일부 언론을 중심으로 장애인에 대한 혐오와 양극화는 심화되고 있음.
이에 장애인단체의 지하철 시위를 멈추고, 사회적 갈등을 종식시키기 위한 교두보로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의 전부개정을 제안함.
현행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이하 ‘교통약자법’)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을 추구할 권리 보장을 위해 교통수단, 여객시설, 도로 등에 있어 이동권이 보장되어야 함을 명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한적인 이동편의시설과 서비스를 규정하고 있음. 이에 따라 교통약자들에게는 여전히 이동에 대한 물리적, 사회적 차별이 해소되지 않음.
특히 이동권은 헌법에 명시된 자유권 그 자체이자 사회권 보장을 위한 전제임에도 불구하고 법령명에는 ‘편의’라는 용어가 사용되어 권리로서의 이동권의 의미를 퇴색시킴. 이에 교통약자법의 명칭을 ‘교통약자 이동권 보장을 위한 법률’로 변경하고 비장애인이 이용하고 있는 모든 교통수단과 여객시설 및 도로 등에 대해 교통약자가 차별받지 않고 시민으로서 그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법률을 전면 개정하고자 함.
- 주요내용 (자세한 내용은 의안정보시스템에서 확인 가능)
가. 교통약자 이동권 보장을 위한 주요 개념 추가 및 변경(안 제2조)
나. 국가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계획 체계화 및 내용 구체화(안 제7조 등)
다. 교통약자 이동권 보장을 위한 전달체계 마련(안 제11조 등)
라. 이동편의시설ㆍ서비스 관련 기준 추가 및 인증 체계화(안 제15조 등)
마. 교통사업자 및 승무원 교육(안 제26조 등)
바. 버스 및 택시에 대한 교통약자의 이용 보장(안 제6장제1절)
사. 철도, 항공, 해운에 대한 교통약자의 이용 보장(안 제6장제2절)
아. 교통약자 이동지원차량의 종류별 목적 및 이용자의 특성을 고려한 전달체계의 역할과 응급의료 및 위급한 상황 시의 이동지원 명기(안 제38조)
자. 개인형 이동수단 이용 및 관련 사업자에 대한 책임 명시(안 제49조)
- 소관위 심사정보 : 국토교통위원회 회부일 2024-06-11 → 상정일 2024-08-21
- 소관위 회의정보 : 제417회 국회(임시회) 제1차 전체회의 상정/제안설명/검토보고/대체토론/소위회부
- 부가정보 : 비용추계요구서 제출됨
내란 이후 열린 광장에서 많은 시민의 눈에 가시화한 전장연의 장애인 이동권 투쟁을 아는 사람이라면 '어어? 익숙한 내용이다?' 했을 것이다. 바로 그 이동권 투쟁의 내용을 원칙으로 천명하는 내용의 개정안이라고 볼 수 있다.
이 법안을 대표발의한 서미화 의원은 법안이 상정되는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여 제안설명을 직접 했는데 회의록에 따르면 내용은 아래와 같다.
사실 여기에 간단하게만 전달해서 그렇고 법률을 전체적으로 다 개정하는 '전부개정법률안'이면서 내용이 꽤 많아 국토위 전문위원의 검토보고서도 내용이 꽤 길다. 위의 링크에서 전문을 pdf파일 형태로 다운로드하여 확인 가능하다. 여기서는 검토의견 중 총괄검토의 맺음 부분을 살짝 옮겨보겠다.
더 요약해보면 "입법부로서는 개정 취지가 옳다고 보지만 국토교통부는 '돈 안 들고 생색낼 수 있는 건 받아줄 수 있지만 돈 쓰는 건 못 받겠는데'라고 하고 있다."라는 내용이다.
위의 비용추계를 보면 중앙재정과 지방재정을 합하여 5년 간 2조 4647억 원이 소요된다고 예상하고 있다. 1년으로 나누면 약 4929억 원이다. 2025년 예산안에서 민주당이 삭감한 검찰의 특경비와 특활비를 합치면 약 587억 원 정도 된다. 전국의 검사는 다 합쳐서 2050명이 좀 안 된다. 단순계산하면 1인당 약 2870만 원 정도이다. 4929억 원 퉁쳐서 5천 억이라고 치고 교통약자 인구 1586만 명으로 단순하게 나누면 1인당 3만2천 원이 좀 안 된다. 검사 나으리들께는 눈먼 돈이 1인 당 거의 3천씩 턱턱 나가던 걸 깎으면 그렇게 뉴스가 많이 나오는데 전국의1500만이 넘는 교통약자가 평등하게 이동권을 누리게 할 수 있는 예산을 1인당 3만2천 원 정도 들이는 건 왜 뉴스거리조차 되지 않을까. 국토교통부는 왜 당당하게 이런 건 못 받아요, 같은 입장을 말할 수 있는 것일까.
이 개정안이 상정된 전체회의의 대체토론에서는 이 개정안에 대한 의견이 나오지는 않았고 법안은 교통법안심사소위원회로 회부하고 일단락되었다. 이후 교통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는 이 개정안이 상정되지 않아 추가 심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채로 계류 중이다. 제22대 국회의 제1호 접수 법안이었는데 임기가 끝나기 전에 이 법안이 더 심의될 수 있을까? 임기만료폐기라는 결말을 맞지 않고 의미 있게 개정되기를 바라며 오늘의 포스팅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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