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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2월 25일 대통령 탄핵 심판(2024헌나8) 청구인측 대리인 장순욱 변호사 최종변론 전문

고등학생 때 국어 선생님이 이런 말씀을 해주셨다. 


"사람이 생각하는 대로 말하는 것 같겠지만 사실 말하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이 말이 너무나 깊게 남아서 나는 항상 말이 가진 힘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동안의 증인신문에서도 발군이었던 장순욱 변호사가 오늘 탄핵심판 최종변론에서는 이 '말'이라는 것을 소재로 윤새끼의 헌법 수호 의지 없음이 비단 내란 사건뿐 아니라 임기 내내 이어졌다는 주장을 여러 근거를 통해 우아하게 펴고 있어 직접 들으며 타이핑을 해봤다.

(일부 구절을 한국어 어법에 맞게 윤문하였음을 미리 밝힌다.)



네, 청구인 대리인 장순욱 변호사입니다.


저는 이 사건 탄핵소추 사유와는 살짝 비껴나서 피청구인이 오염시킨 헌법의 말에 대해서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피청구인이 헌법에 대해 언급했던 말을 일별해 보면서 그가 얼마나 왜곡된 헌법인식을 가지고 있었는가 하는 점을 살펴보겠습니다. 


말은 같은 말을 사용하는 언어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서로 소통하는 수단이자, 생각을 담는 그릇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누군가가 사용하는 말이 그 말하고자 하는 대상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고 엉뚱한 의미로, 심지어 정반대의 의미로 쓰인다면 더는 소통이 불가능할 것입니다. 만일 그 누군가가 권력자라면 개인과 개인 사이의 소통 단절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언어 공동체 전체가 큰 혼란을 겪게 될 것입니다. 

피청구인은 자신이 당선된 지난 대선 시기에 자주 헌법을 이야기했습니다. "이번 대선은 반헌법적 세력과 헌법 수호 세력의 대결"이라고 하면서 "이 나라의 헌법을 지켜야겠다는 마음에서 대선에 나왔다"라고 했습니다. 자신의 검찰총장 이력을 내세우면서 상식과 공정을 역설하기도 했습니다. 피청구인이 강조한 헌법 수호나 상식, 공정과 같은 말들은 유권자들에게 적지 않은 울림을 주었습니다. 그 결과였는지 피청구인은 대통령에 당선되었습니다.

대통령 취임식에서 피청구인은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로 시작하는 대통령 선서를 하였습니다. 이어진 취임사에서 피청구인은 민주주의 위기의 원인으로 반지성주의를 지목하면서 그 극복 수단으로 합리주의와 지성주의를 말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피청구인이 이야기한 공정과 상식, 합리주의와 지성주의, 헌법 수호라는 말의 의미가 국민 일반의 보편적인 인식과는 다르다는 것을 확인하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피청구인이 대통령으로 취임한 지 넉 달쯤 되었을 무렵입니다. 미국 순방 중에 피청구인이 사용한 비속어가 논란이 된 적이 있습니다. 이후 대통령실은 그 논란을 집중 제기했던 특정 언론사 기자의 전용기 탑승을 배제하는 조치를 하였습니다. 이에 대해서 피청구인은 "대통령의 헌법 수호 책임의 일환"이라면서 "부득이한 조치"라고 하였습니다. 헌법이 보장하는 언론의 자유를 탄압하면서 헌법 수호를 내세운 것입니다. 이후로도 피청구인의 반헌법적인 언사는 지속적으로 반복되었습니다. 

2022년 10월경에는 "적대적 반국가세력과는 협치가 불가능하다"고 했습니다. 협치의 대상인 야당을 '적대적 반국가세력'이라고 규정한 것입니다. 2023년 광복절 경축사에서도 "우리 사회를 자유 민주주의와 공산 전체주의로 갈라진 분열적 상태"로 규정하면서 사실상 진보적 시민사회와 야권을 싸잡아 '반국가세력, 공산 전체주의 세력'이라고 낙인 찍었습니다. 이후로도 정부나 대통령에 비판적인 세력을 자유 민주주의에 반하는 것으로 보고 이들을 척결대상으로 삼겠다는 피청구인의 인식은 갈수록 강고해졌고 그의 언어는 더욱 강퍅해졌습니다.

피청구인의 이러한 언행에 민심이 등을 돌린 것은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2024년 4월 총선에서 국민들은 피청구인의 독단적인 국정운영에 대해 냉엄한 심판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총선 결과를 받아들고도 비판세력에 대한 피청구인의 태도는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선거 결과를 부정선거의 탓으로 돌리려는 망상을 키워온 것으로 보입니다. 피청구인은 급기야 종북 반국가세력을 척결하겠다면서 45년만 비상계엄을 감행하기에 이르렀습니다. 

12.3 그 날 대국민 담화를 필두로 피청구인은 일련의 어지러운 말들을 쏟아냈습니다. 그날 밤 담화문에서 피청구인은 "야당의 입법독재가 헌정질서를 짓밟고 있다"고 했고 "내란을 획책하는 명백한 반국가행위"라고 규정했습니다. "국회는 범죄자 집단의 소굴이 되었고 자유 민주주의 체제를 붕괴시키는 괴물이 되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패악질을 일삼은 망국의 원흉,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했습니다. 피청구인이 말하는 자유 헌정 질서, 즉 자유 민주적 기본질서의 핵심 요소는 복수 정당제 하에서 야당으로 대표되는 정치적 반대파를 존중하고 보호하는 것입니다. 피청구인은 대국민 담화에서 존중과 보호의 대상인 이들을 척결하겠다고 했습니다. 이것은 자유 민주적 헌정 질서를 파괴하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그런데도 이 대목에서도 피청구인은 '자유 민주적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서'라고 강변했습니다. 

자유 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한 피청구인의 이러한 전도된 헌법 인식은 자신이 검토하였다고 실토한 포고령에도 오롯이 드러나 있습니다. 포고령에는 피청구인을 비판해온 모든 세력이 망라되어 있고 이들을 영장 없이 체포할 수 있다고 되어 있습니다. 한 마디로, 비상계엄을 통해 자신에 대한 모든 정치적 반대파들의 입을 틀막고 손발을 묶으려 한 것입니다. 그러면서 피청구인이 내세운 것은 역시나 '자유 민주주의의 수호를 위해서'라는 것이었습니다.


존경하는 재판관님,

12.3 비상계엄은 1987년 민주화 이후 차근차근 내디뎌온 민주 공화정의 도정을 무로 돌리려는 것이었습니다. 무모하지만 위험천만한 도발이었습니다. 그러나 피청구인이 이 역주행을 기도하면서 간과한 것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우리 국민들이 온몸으로 저항해 민주주의를 지켜내는 과정에서 체득하고 어느새 DNA에까지 각인된, 우리가 주권자라는 시민의식이었습니다. 피청구인이 내팽개친 헌법 수호자로서의 책임을 국민들이 자임하고 나섰던 것입니다. 비상계엄 선포 직후 권력자의 헌정 파괴 시도를 저지하기 위해 많은 시민이 국회로 달려왔습니다. 그 모습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1조가 현실에서 작동하는 것을 확인시켜주는 감동적인 장면이었습니다. 이날 우리는 살아 숨 쉬는 헌법의 실체를 온몸으로 느끼는 실로 역사적인 체험을 한 것입니다. 이러한 경험은 앞으로 설령 독재를 꿈꾸는 또 다른 몽상가의 또 다른 헌법 파괴 시도가 있더라도 그로부터 민주 공화국을 지켜내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탄핵 결정이 나온 후에 우리 사회가 분열과 혼란을 겪을 것이라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주권자가 헌법을 지켜낸 우리의 경험은 그러한 혼란을 극복하는 과정에서도 많은 지혜를 줄 것입니다. 따라서 그 혼란의 시간은 길지 않을 것입니다.


존경하는 재판관님,

피청구인은 자유 민주주의를 무너뜨리는 언동을 하면서 자유 민주주의를 수호를 말했습니다. 헌법을 파괴하는 순간에도 헌법 수호를 말했습니다. 이것은 아름다운 헌법의 말, 헌법의 풍경을 오염시킨 것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노래 가사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세상 풍경 중에서 제일 아름다운 풍경 / 모든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풍경' 이 노랫말처럼 모든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가고 우리도 하루 빨리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저는 그 첫 단추가 권력자가 오염시킨 헌법의 말들을 그 말들이 가진 원래의 숭고한 의미로 돌려놓는 데서 시작되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국민과 함께 이 사건 탄핵 결정문에서 피청구인이 오염시킨 헌법의 말과 헌법의 풍경이 제자리를 찾는 모습을 꼭 보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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