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에 앞서, 이 글은 철저히 내 개인의 인상평에 지나지 않음을 밝혀둔다. 나야말로 아무런 권력도 영향력도 없다.)
여기 유명인이 한 명 있다.
한때는 운동권의 영웅유닛이었다가 차기 대권주자 급 권력의 최정점에도 있었다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망한 정치인이기도 했다가 재야의 지식인으로 인기를 얻기도 했던 사람.
모두가 어지럽던 1년 전에는 신경 안정제라는 별명을 얻었다가 1년 뒤에는 이제 유튜브에 좀 그만 출연하셔라, 라는 말까지 듣는 분열의 아이콘이 된 사람.
이견도 있을 수 있으나 나는 유시티즌의 리즈시절은 항소이유서를 쓰던 1984년이라고 생각한다. 이후는 사회적, 공적 지위의 고저 등락이 있을지언정 대세로 내리막이라고 생각한다. 흔히 하는 표현으로 너무 일찍 터뜨린 샴페인, 뭐 그런 느낌.
현 정권은 정식출범조차 하기 전에 도덕적으로는 이미 파산한 권력입니다. 현 정권이 말하는 ‘새시대’란, 노골적·야수적인 유신독재헌법에 온갖 화려한 색깔의 분칠을 함으로써 그리고 총칼의 위협 아래 국민에게 강요함으로써 겨우 형식적 합법성이나마 취할 수 있었던 새로운 ‘유신시대’이며, 그들이 말하는 ‘정의(正義)’란 소수군부세력의 강권통치를 의미하며, 그들이 옹호하는 ‘복지’란 독점재벌을 비롯한 있는 자의 쾌락을 뜻하는 말입니다. (항소이유서 중 일부 발췌)
전체적으로 읽어보면 알겠지만 항소랑 직접 연관성은 떨어질 수 있으나 시국과 전낙지 정권에 대한 칼칼한 비난과 쫠깃한 젊은이의 문장이 돋보인다. 학생운동을 빡세게 하던 몇몇 지도자 중 영웅유닛으로 활약하던 이 시기의 유시티즌은 훗날 '이것저것 규탄한다!' 때 써먹을 본인의 아우라를 이때 다 획득했다고 봐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1997년 대통령 선거 때 유시티즌은 책을 써서 DJ의 출마에 반대했다. 1987 이후로 반 민정당으로 수렴하는 정치세력에서 왜 대통령을 내지 못 했는가에 대한 그 나름의 분석에 따른 결론이었다. 당시만 해도 대학생 때 영웅유닛이던 재야의 진보지식인 같은 아우라를 가지고 있던 유시티즌은 국민의정부 후반에는 하야도 주장했었다. 뭐... DJ가 잘못한 것도 꽤 있긴 한데 어쨌거나 그런 얘기를 정치권 외곽에서 해줘야 기성 정치권에서 뭔가 경각심을 갖는다든가 그러기도 하는 시대였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다 이해찬 의원실(지역구 출마 불패 신화)에서 보좌진으로 일하기도 하고 한겨레의 독일통신원이 되기도 했다가 성공회대에서 강사도 하고 그러다 2000년에 백분토론 진행을 맡는다. 이때를 리즈시절로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 것 같다. 사실 백분토론을 진행하던 유시티즌은 중립적인 토론 진행자라기보다는 거의 플레이어에 가깝게 논쟁에 불을 확 붙이는 그런 역할을 하면서 그의 꽤나 유려하게 들리는 싸이퍼 실력이 유감없이 드러나는 시기였기 때문에. 내게는 살짝 '아 저 사람은 멍청한 소리를 되게 못 견디나 보다'라는 느낌이었다.
그러던 그에게 나타난 바보가 한 명 있었으니, 노무현. 아마 많은 분이 참여정부 시절 열린우리당 소속으로 제17대 국회 개원날 점퍼 입고 출근하던 유시티즌의 이미지 또는 복지부 장관으로 권력에 가장 가깝던 시절의 유시티즌을 리즈시절로 꼽으실 수 있다. 그럴 만하다고 생각한다. 권력의 관점에서는 그게 맞을 수도 있고. 그치만 사실상 진보적 지식인으로서의 유시티즌은 이 시기를 전후로 끝났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2002년 해일 조개 발언도 그렇고 말이다.
통진당-정의당 시기는 뭐랄까. 젊었을 때 진 빚을 어거지로 갚고 있다는 느낌이었고 솔직히 열린우리당 때 만큼 영혼이 느껴지고 그런 것도 아니었다. 물론 통진당 부정경선 사태 때는 처음으로 유시티즌이 좀 불쌍했지만 어쨌거나 그건 정치인으로서의 유시티즌 문제고 솔직히 앞서 말했듯 노와 심만큼 JINJUNGSUNG이 느껴지지도 않았던 터라 그냥 업보를 턴다고 저러고 있구나 싶은 느낌이었다. 그러더니 이제.
정계 은퇴를 선언한다. 그리고는 '작가'로 불러달라며 비정치인으로서 정치에 대해 입 터는 방송을 많이도 한다. 물론 개중에는 알쓸신잡 같은 예능도 있으나 아시는 분들은 아시는 바와 같이 유시티즌이 맛깔지게 풀어놓는 온갖 썰 중에는 부정확한 것이 너무나 많았다. 정말 솔깃하고 재미지게 들리지만 팩트와 안 맞고 굉장히 그럴 듯한 스토리텔링으로 재조합된 지식의 파편이 들어간 썰. 사실상 정계를 은퇴한 유시티즌이라는 구 지식인은 이제 큰 틀에서 저 썰을 파는 사람의 지위를 계속 유지 중이다. 나영석 예능이라는 대중성의 힘입어 이 시기의 유시티즌은 전에 없던 인지도와 호감도 상승을 경험했다.
그러다가 503 탄핵이라는 빅 이벤트가 있고 문재인 정부가 선 뒤에 '저거 유시티즌 아니고 유시티즌 카케무샤 아니냐' 싶기까지 한 다운그레이드를 스스로 감행했는데 자칭 '어용지식인' 행이었다. 뭐, 정서적으로는 이해가 아주 안 될 바는 아니다. 안타깝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억울하기도 하고 여러 가지 복잡했을 텐데 지식인의 포지션에서 정부를 돕고 싶은 그 갸륵한 마음이 투영된 어휘였을 것이다. 저 어용지식인이라는 것은.
그런데 이 시점부터 나는 이게 호칭이 '작가'고 아무런 공직과 연관이 없다뿐이지 저렇게 시종일관 정치에 관련한 말만 끊임없이 쏟아내는 사람이 정말 정계 은퇴를 한 거라고 할 수가 있냐는 의문이 들었다. 이건 사실 상의 정치인의 행위에 가까운 것이 아닌가 말이다. 그것도 책을 내거나 발언하거나 하면 많은 언론이 그 내용을 바로 받아 쓰고 때때로 정치권에 파장을 일으키기도 하는 영향력을 가지고서 말이다.
윤새끼 기간 동안은 잠깐 뛰어넘고. 윤새끼 탄핵안 가결부터 파면 전까지의 기간 동안에는 더욱 털보와 밀착하여 일명 '신경안정제'랍시고 또 반 윤새끼로 얼기설기 모여든 사람들에게 역시 재야의 지식인 포지션을 점하여 영향력을 무럭무럭 키웠다.
그러다 이번 알파벳 어쩌고 하는 솔직히 진짜 같잖은 분류썰을 풀면서 안 그래도 개갈 안 나는 상황에 풍파를 불러왔다. 털보 채널 라이브 시청자가 원체 많으니 문제가 된 거지 솔직히 나는 그 알파벳 어쩌고하는 분류란 1호선 광인이 아무렇게나 취해서 떠들었다고 봐도 하나 어색할 게 없는 내용에 지나지 않는다고 본다. 물론 정치권에 기회주의자 그룹이 존재하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란 순장조 수준의 기회주의자 그룹이 아닐 바에야 그런 집권여당 근처에 순수하게 가치만 추구하는 정치인이나 비평가도 없다고 본다. 누가 더 나은 인간이고 질이 떨어지는 인간이고 그런 것 이전에 그냥 기본적으로 권력과 가까운 유력한 정당 언저리에 있는 인간의 성향이나 가치판단이 언제나 매사 일관되고 일도양단으로 딱딱 떨어지는 것일 수가 없기 때문에 그렇다. 그런 걸 자기 나름의 잣대를 가지고 와서 동그라미, 동그라미 그리며 그럴듯한 말인 것처럼 떠드는 건 진짜 1호선 광인들도 잘 할 것이다.
그러나 거기까지도 나는 그냥 너그럽게 '아이고 영감님 이제 좀 쉬시지' 하며 무시하고 넘기려 했는데 AS니 뭐니 하면서 추가 또 입을 턴 데서 정말 이제는 정말 리즈시절에서 시작해 하락에 하락을 거듭하다 이렇게까지 떨어지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변명에 뭐에 구차하기 짝이 없다. 젊었을 때 재야에서 DJ 출마하지 말라거나 하야하라고 하는 거야 후배들한테 물려주라거나 정치 개혁을 외치는 거라고 할 수 있지만 국회의원이고 장관이고 다 할 만큼 한 원로에 가까운 양반이 정계 은퇴했다면서 실명 이름 세 글자만 안 나왔지 정치인 이름 거명해가며, 그것도 일부는 다가올 선거에 출마하겠다는 사람을 저격해가며 '저쪽을 보세요. 같이 흉봅시다' 하듯이 손가락질을 하고 있으면 그게 뭐 하는 짓거리냐 말이다. 당연히 사람들로 하여금 의도를 의심하게 하는 것 아닌가? 게다가 그러면서 지금 인기가 한창 좋은 잼칠라는 깔 수 없는 어떠한 '고정된 선(善)'처럼 놓고 말하는 것도 정말 속이 빤히 보이는 구도다.
무엇보다 이번 행태를 과정으로 봤을 때 쭉 보이는 행태가 너무 별로다.
우선 (1) 나가서 말했을 때 본인의 영향력을 널리 확산시켜 줄, 설화가 크게 퍼질 만한 미디어를 통해서 (2) 비약이 지나쳐 거칠고 용어를 자의적으로 가져다가 가치 지향 그룹, 이익 추구 그룹이라고 나누면서 (3) 마치 가치 지향 그룹은 숭고한 대의만을 좇는 사람들인 것 같은 뉘앙스로 가치 판단을 넣은 해설을 덧붙여 놓은 것이 첫 번째 알파벳 썰이 구린 점이었다. 그런데 이걸 가지고 사람들이 비판을 하니 (4) 당신들이 잘 안 봐서 그래, 오독한 거야, 라고 일단 깔고 시작한 것부터 진짜 구리고 (5) 일반 지지자들을 가지고 한 얘기가 아니었어, 라며 사람들이 지적하는 것의 본질이 아닌 지엽말단을 가지고 원래 의도가 그렇지 않았다며 교묘하게 초점을 흐리려 했고 (6) 결국 본인이 너무 납작한 이야기를 퍼뜨려서 본의 아니게 평지풍파를 일으켜 죄송하다는 일언반구 없이 (7) 자신에 대한 비판이 나온 어느 한 매체의 유튜브 채널을 콕 찍어 '구리다'고 까는데 또 하필이면 구린 이유가 '보는 사람이 적어서'라고 하는 저열함까지.
| 여러분의 시력은 소중하니까 |
이 언행의 주체가 유시티즌이 아니라 칠불사 매화남1이라고 해도 무리가 없을 수준이다. 구독자, 동접자 적은 한국일보 유튜브보다 유시티즌의 발언이 구렸다.
구독자 많고 동접자수 많은 유튜브 방송 나가서 자기가 하는 말이 언론에 주르륵 실리는 맛에 취하신 거 같은데 지금이라도 남은 체면이나마 지키고 싶거들랑 칩거 좀 하셔라. 어차피 나는 해일 조개 이후로 댁의 말을 귓등으로도 안 듣지만 여전히 뭐라도 되는 양 떠받들어 듣는 사람들이 아직 많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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