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그건 사법부 잘못이 크다고 생각한다.
2021년에 헌재에서 아주 기가 막힌 위헌 결정이 하나 나왔었다.
해당 조항은 구 성특법의 제30조 제6항이었다. 아래 조문은 현행 조문이 아니라 당시 조문이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舊법에서는 성폭력범죄의 피해자가 19세 미만이거나 장애인인 경우에 영상물로 진술을 촬영 및 보존하고 법정에서는 공판준비기일이나 공판에서 이 진술 당시에 동석한 신뢰관계인이나 진술조력인이 이 진술이 피해자의 진술로써 틀림없다, 피해자가 자신의 의도대로 진술한 내용이다, 라는 진술을 함으로써 증거능력이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위의 위헌 판결 요지는 피해자가 19세 미만이라는 이유만으로 법정에 출석하여 진술하지 않는 것은 피고인의 반대신문권을 제한하여 방어권이 제한되고 과잉금지원칙을 위배하여 피고인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므로 위헌이라는 것이다. 저 조항이 왜 생겼는가에 대한 연원을 생각해본다면 다소 아연해지는 결정이다. 물론 헌재도 이에 대한 설명을 하긴 한다.
(전략) 나아가 심판대상조항에도 불구하고, 법원이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피고인 등의 신청이나 직권으로 미성년 피해자를 증인으로 소환할 여지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러한 신청이 받아들여진다거나 원진술자가 법정에 출석하리라는 보장이 없으므로, 피고인은 여전히 자신이 탄핵하지 못한 진술증거에 의하여 유죄를 인정받을 위험에 놓이게 된다. 이상의 사정을 종합할 때,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한 피고인의 방어권 제한의 정도는 매우 중대하다.
그에 비하여, 미성년 피해자에 대한 피고인의 반대신문권을 보장하면서도 증언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미성년 피해자의 2차 피해를 방지할 수 있는 조화적인 방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함으로써 심판대상조항의 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 우선, 미성년 피해자는 범죄 경험에 대한 반복적 회상과 진술로 인하여 2차 피해를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성폭력범죄 사건 수사의 초기단계에서부터 증거보전절차를 적극 실시함으로써, 피고인에게 반대신문 기회를 보장하면서도 미성년 피해자의 증언을 조기에 확보하여 불필요한 반복진술의 위험을 방지할 수 있다. 또한, 입법자는 신상정보나 사생활 노출 위험 방지를 위해 심리의 비공개, 피해자의 신상정보의 누설 방지 등을 위한 제도를 두고 있고, 법정 환경 및 피고인과의 대면 등으로 인한 충격 등을 방지하기 위하여 피고인의 퇴정, 비디오 등 중계장치에 의한 증인신문제도 등을 마련하고 있다. 그리고 피해자가 반대신문 과정에서 받을 수 있는 고통을 방지하기 위하여, 신뢰관계인 동석제도, 진술조력인제도, 피해자 변호사제도 등을 두고 있다. 특히, 비디오 등 중계장치에 의한 증인신문의 경우, 피해자가 법정 외에 마련된 증언실에 출석하여 중계장치를 통해 증언하게 된다. 따라서 나이 어린 피해자가 법정에 출석하거나 피고인을 직접 대면할 필요가 없게 된다. 나아가 피고인 측이 정당한 방어권의 범위를 넘어 피해자를 위협하고 괴롭히는 등의 반대신문은 금지되며, 재판장은 구체적 신문 과정에서 증인을 보호하기 위해 소송지휘권을 행사할 수 있다.
우리 사회에서 미성년 피해자의 2차 피해를 방지하는 것이 중요한 공익에 해당함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한 피고인의 방어권 제한의 중대성과 미성년 피해자의 2차 피해를 방지할 수 있는 여러 조화적인 대안들이 존재함을 고려할 때, 심판대상조항이 달성하려는 공익이 제한되는 피고인의 사익보다 우월하다고 쉽게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러므로 심판대상조항은 피해의 최소성 및 법익의 균형성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다.
— 위헌 결정 요지 중
결국 19세 미만 피해자 부분에 대해서는 6대 3으로 위헌 결정이 났고 나는 이선애, 이영진, 이미선 재판관의 반대의견이 없었다면 인류애를 상실했을지도 모른다.(자연히 위헌 의견 여섯 명은 유남석, 이석태, 이은애, 이종석, 김기영, 문형배이다.)
(전략) 증거보전절차에 의한 증인신문의 경우 최소한 수사기관의 조사 이후에 시행되므로 반복진술로 인한 2차 피해를 줄이는 효과가 크지 않은 점, 피고인의 증거부동의와 관계없이 미성년 피해자를 반대신문에 일률적으로 노출시켜 더 큰 부담이 될 수도 있는 점, 교호신문제도에 의한 증인신문 방식은 공판절차와 동일하므로, 피해자의 진술 탄핵을 본질로 하고, 원칙적으로 유도신문이 허용되는 반대신문의 속성에서 비롯되는 2차 피해를 방지하지 못하는 점을 고려하면, 증거보전절차의 활용을 이 조항과 동일한 정도로 입법목적에 기여하는 대안으로 보기는 어렵다. 심판대상조항은, 공판절차 또는 증거보전절차의 증인신문에서 법정의견이 열거하는 ‘피해자 보호를 위한 각종 제도’가 활용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성년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의 방지가 불충분하였다는 현실 인식에 기초하여 마련된 것인데, 이러한 입법자의 판단을 가볍게 볼 수 없다.
헌법상 재판절차진술권의 주체인 형사피해자가 그의 기본권 보장을 위한 형사소송절차 진행 도중 오히려 2차 피해를 입는 현상을 방지해야 할 공익은 매우 중대하다. 이러한 공익의 중요성이 최근에서야 비로소 주목받게 되었음을 고려하면, 성폭력범죄재판에서 피고인의 반대신문으로 발생할 수 있는 2차 피해로부터 미성년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입법자가 마련한 장치가 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보다 신중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 심판대상조항이 보호하고자 하는 공익의 중대성에 비추어 볼 때, 이 조항이 전문법칙의 예외를 정하고 있다는 사정만으로 미성년 피해자의 보호만을 앞세워 피고인의 방어권을 사실상 무력화하고 있다고 볼 수는 없는바, 이 조항은 피해의 최소성 및 법익의 균형성 요건을 갖추었다. 이 조항은 청구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다.
— 3인 재판관(이선애, 이영진, 이미선) 반대의견의 요지 중
공판 과정에 아무리 아름다운 제도들이 있어도 피해자가 그 과정에서 2차 피해를 입는 것을 막지 못 했기 때문에 도입한 제도인데 이딴식으로 무력화 되었다는 것이 정말... 기가 막히는 일이었다. 결국 이 위헌 결정 이후 19세 미만의 영상 진술이 증거로 인정 받기 위해서는 여러 조건을 만족해야만 하도록개정되었다. 제30조의2라는 가지조항이 생긴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저 특례에서 19세 미만을 제거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는지 장애인마저 제거하려는 시도(=위헌 제청)가 2023년에 있었다. 그리고 그 결과가 2026년 3월 26일에 나왔다.
다행히 합헌. 그런데 스크롤을 쭉 내려보면...
가까스로, 깻잎 한 장 차이로 합헌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합헌이라는 의견은 김형두, 조한창, 정계선, 마은혁 네 사람이고 위헌이라는 의견은 김상환, 정정미, 정형식, 김복형, 오영준 다섯 사람이다.
헌법재판소는, 그래. 인정한다. 아주 원칙적인 것을 따지는 곳이라는 걸 당연히 나도 안다. 형사소송법에도 그렇고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는 아름다운 제도들이 있고 그것이 잘 활용된다면 충분히 피해자에 대한 보호를 할 수 있다고 거기 앉아서 결정문을 쓰는 것이 원칙에는 부합하는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을 논리적으로는 납득을 한다. 그런데 법은 논리적이지만 논리가 다는 아니라고 바로 얼마 전에 여기다 썼던 거 같은데 저 진술녹화 증거능력 인정 제도가 왜 생겼는지를 생각해본다면, '어떻게 저걸 위헌이라고 생각을 할까?'라는 인류애 상실 모먼트를 맞지 않을 도리가 없다.
수십 년 성폭력범죄에 대한 형사재판과 그와 연관된 민사재판들이 실시가 됐고 피해자에 대한 보호는 아주아주 처참할 정도로 더디게 제도 보완이 이루어졌다. 성폭력범죄의 친고죄가 폐지된 것도 겨우 2013년의 일이다. 이마저도 영화 '도가니'가 2011년 불러온 전 국민적 공분을 타고 아동·청소년과 장애인 대상 성폭력범죄의 친고죄가 먼저 폐지된 것이 아니었다면 나오기 어려웠을 거라고 보는 이들도 많다. 형사사법기관의 수사과정에서, 재판 과정에서 벌어지는 너무나 수많은 2차 가해 사례는 애써서 검색하지 않아도 툭 치면 와르르 쏟아질 정도로 많다. 위에서 나열한 형사재판 공판 과정에서의 피해자 보호 제도가 생긴 뒤에도 마찬가지다.
피고인의 변호사들은 어떻게든 '화간'을 주장하기 위해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를 서슴지 않는다. 그런 것이 법정에서 당해 사건과 관련이 없어서 실제로 증거가 되는 것이 아니어도, 멀쩡한 검사가 그런 망할 피해자신문에 이의를 제기해서 판사가 받아들여 준다고 해도 일단 그런 인상을 심기 위해 갖가지 2차 가해를 한다. 성인 피해자라고 해도 다 감당하기 쉽지 않은 일인데 이걸 청소년인 피해자에게 감당하라는 것이다. 위에 저 성특법 제30조의2 제1항 제2호에서 나열한 사유, 즉 사망, 외국 거주, 질병/장애, 소재 불명 등이 아니면 법정에 출석해서. 그런데 그걸 이제 장애인에게까지 그렇게 하라는 건데, 그렇게 하라는 헌법재판관이 다섯 명이나 된다는 건데, 그게 정말 헌법정신에 맞는 건가? 공정한 재판이라는 명목으로 국가권력이 또 피해자에 대한 2차가해 판을 허용한다는 게 정말 법적으로 정의로운 건가?
피해자가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겪던 고통을 겪지 않게 하려고 마련한 제도를 이렇게 손쉽게 무력화 할 수 있다는 것이 헌재의 결정이고 그런 판이 깔려도 웬만해선 자정 노력을 대대적으로 하지 않던 것이 사법부의 그간의 행태였다. 성폭력범죄 재판이 피해자 재판이 되는 건 그런 환경을 용인한 사법부의 탓이 크다. 절대적으로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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