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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순간이 있다

흔한 표현이긴 하지만 쓸 수밖에 없는 말이다. '만시지탄이나 이제라도 다행.' 이제 겨우 대통령이 입을 뗀 것이긴 하지만 대통령이 본인 입으로 한다 했으니 이 정도는 해줄 수 있으리라 믿어보고 싶다.

출처 : https://www.nocutnews.co.kr/news/6492843

4·3에 대하여 공적으로 처음 언급한 정치인은 DJ다. DJ는 6월 항쟁 이후 첫 대선인 1987년 대선 유세 때부터 4·3에 대한 공약을 했다. 본인도 용공조작의 피해자라며, 자신이 당선되면 억울함을 풀어주겠다고 한 것이다. 그 당시엔 4·3이라고 하면 지금처럼 런승만 정권의 양민학살인 게 널리 알려진 시기도 아니었고 그냥 공산당이 일으킨 폭동이라고 아직 퍼져있을 때였다. 당시 대선 패배 후에도 DJ는 꾸준하게 4·3에 대하여 언급하고 꼭 진상규명을 하겠다고 반복했다. 마침내 당선한 1997년 대선 공약에도 4·3 특별법 제정이 있었으며 2000년 1월 청와대에서 4·3유족과 시민단체 대표들이 지켜보는 현장에서 4·3특별법에 서명을 하는 행사를 치렀을 정도였다. 이 날 DJ는 "4·3특별법은 인권이 그 어느 가치보다 우선되는 사회, 도도히 흐르는 민주화의 도정에 금자탑이 될 것"이라는 발언을 남기기도 했다. 


출처 : https://www.jejusori.net/news/articleView.html?idxno=141854


그렇게 4·3특별법이 처음 생겼고(이때 국민회의에서 대표발의한 게 추미애 의원이었고 국민회의 제주 4.3사건 진상조사특위 부위원장직을 맡고 있었다. 그 공로로 명예 제주도민증을 받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3년에 대선공약이었던 '정부 차원 사과'를 표명했다. 그리고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2006년 4·3 희생자 위령제에 참석해서 추도사를 한다. 다음은 그 추도사 중 일부이다.


국민 여러분,

자랑스런 역사든 부끄러운 역사든, 역사는 있는 그대로 밝히고 정리해 나가야 합니다. 특히 국가권력에 의해 저질러진 잘못은 반드시 정리하고 넘어가야 합니다.

국가권력은 어떠한 경우에도 합법적으로 행사되어야 하고, 일탈에 대한 책임은 특별히 무겁게 다뤄져야 합니다. 또한 용서와 화해를 말하기 전에 억울하게 고통받은 분들의 상처를 치유하고 명예를 회복해 주어야 합니다. 이것은 국가가 해야 할 최소한의 도리이자 의무입니다. 그랬을 때 국가권력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확보되고, 그 위에서 우리 국민들이 함께 상생하고 통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직도 과거사 정리 작업이 미래로 나아가는 데 걸림돌이 된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저는 결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과거사가 제대로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에 갈등의 걸림돌을 지금껏 넘어서지 못했던 것입니다.

누구를 벌하고, 무엇을 빼앗자는 것이 아닙니다. 사실은 사실대로 분명하게 밝히고, 억울한 누명과 맺힌 한을 풀어주고, 그리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함께 다짐하자는 것입니다. 그래야 진정한 용서와 화해를 통해 우리 국민이 하나가 되는 길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지난날의 역사를 하나하나 매듭지어갈 때, 그 매듭은 미래를 향해 내딛는 새로운 디딤돌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앞선 민주당 정권의 이런 시도가 없었다면 이러한 오늘날이 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살다가 이런 순간을 종종 맞는다. 오늘의 어떠한 변화는 완전 갑툭튀이기 어렵다는 것을 실감하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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