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나는 반대다.

출처 : https://www.hani.co.kr/arti/politics/bluehouse/1246263.html

많은 어른이, 실로 많은 어른이 '요즈음 애들은 알 거 다 안다'면서 자꾸 형사 책임능력 연령을 낮추자고 주장한다. 

현행 형법 제9조는 형사미성년자를 규정하고 있다.


형법 제9조(형사미성년자) 14세되지 아니한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



만 14세 미만, 그러니까 만 13세까지는 형사 책임능력이 없다고 본다. 이 블로그에서 여러 차례 설명한 바가 있는데 어떤 인간이 범죄를 저질러서 재판에 넘겨진 뒤 유죄가 확정되려면 몇 가지 요건을 충족해야만 한다. 법에 규정된 범죄의 구성요건에 다 해당해야 하고 그럴 경우 위법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하며 그 행위자에게 행위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자여야 한다는 것이다. 형법 제9조가 말하고 있는 것은 만 14세보다 어리면 그러니까 13살까지는 본인의 범죄적 행위에 책임을 전적으로 질 만한 능력이 없다고 본다는 뜻이다. 쉽게 말하면 '걔가 뭘 알고 그랬겠어요.'이다.

여기까지 말하면 당연히 이런 반응이 돌아온다. '요즈음 애들은 알 거 다 안다.' 내가 이 이슈에 늘 반대 의견을 표명하면 미성년자(이 표현이 정치적으로 부적절하다는 견해가 있는 것을 알지만 여기서는 형사 책임능력이 있는 성인이 아니라는 뜻으로 이해해주기를 바란다.)들이 저지른 여러 흉악범죄를 사례로 가지고 오면서 이런데도 그렇게 주장하느냐고 묻는다. 

그런데 정말 그런가? 나이 먹어보니 알 만큼은 안다고 생각했던 청소년기의 나는 얼마나 쥐뿔 아무것도 몰랐던가, 하는 그런 생각은 나만 해봤단 말인가?


미성년자가 살인 등 중범죄를 저지른 특수한 경우는 얼마나 무수히 일어나고 있을까? 그렇게 성인처럼 엄벌을 할 만큼 무시무시하게 일어나고 있을까?

주요 형법범죄 다섯 가지의 경우이다.

출처 : 지표누리 소년범죄자율

10만 명당 통계이다. (참고로 검찰청의 범죄분석통계에는 살인범죄에 기수/미수, 예비음모방조 등이 다 포함된다.) 아래는 다른 특별법 범죄까지 포함한 표이다.

출처 : 지표누리 위와 동일

전체 소년범죄 중 상당부분은 폭행·상해와 절도가 차지하고 특별법 범죄는 여러 가지 특별법 범죄를 다 합친 것이다.

만 13세가 절도를 했다면 그게 온전히 그 한 사람의 책임이라고 물을 수 있을까? 절도의 동기는 무엇일까? 생활비를 위해서라면 그 보호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유흥비를 위해서라면 만 13세가 유흥에 빠지도록 놔둔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만 13세가 학교에서 다른 사람을 폭행·상해했다면 그 책임은 전적으로 그 가해자에게만 있다고 할 수 있나? 학교 밖이라면? 만 13세가 학교도 다니지 않는 환경에서 타인에게 폭행·상해를 가했다면 그 사람이 사는 환경은 어떤 환경일까? 

만 13세가 성폭력 범죄를 저질렀다. 성폭력 범죄도 그 경중이 수없이 다양하겠으나 가장 심각한 경우라고 한다면 그 사람에게 그런 범죄행위가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한 사람은 누구이며 그 사람에게 책임이 없을까? 

실제 책임을 온전히 그 범죄를 저지를 당사자에게 물을 수 있느냐는 문제 외에 실질적으로 형사처벌을 한다 가정하고 생각을 해보자. 

살인 같은 범죄의 경우는 미성년 범죄자가 극히 적은 걸 볼 수 있다. 

출처 : 검찰청 범죄분석(2024년 자료)

출처 : 위와 동일

출처 : 위와 동일

성인 범죄자는 정말 저렇게나 많고 범죄의 경중을 따져봤을 때 대부분은 청소년보다 중하다. 그것도 매우. 심지어 절도 같은 범죄는 초/재범 여부를 가려봤을 때 성인 범죄자는 재범이 굉장히 많다.

출처 : 위와 동일

실제로 만 13세가 범죄를 저질러 재판에 넘겨진다고 가정했을 때 이 저연령 범죄자들은 일반 대중이 바라는 합당한 정도의 처벌을 받게 될까? 법의 공정성 측면에서 성인 범죄자들이 받는 양형과 견주어 법적으로 합당한 양형을 받아야 공평할 것이 아닌가? 그럼 십중팔구는 아주아주 훨씬 가벼운 형량을 받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오히려 소년부에서 보호처분을 받는 것보다도 더 가벼운 처벌만 받고 지나가버릴 가능성이 있다. 소년부에서 7호(병원/의료보호시설 입원)나 8호 이상(단/장기 소년원) 보호처분을 받을 일도 집행유예 같은 식으로 풀려나버릴 여지가 훨씬, 아주 훨씬 많다. 그렇게 되면 이건 결코 일반 대중이 원하는 정의의 응징과는 거리가 구만 리 멀 것이다. 

그렇게 되면 또 이런 연쇄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 그렇게 처벌을 사실상 받지 않은 그 13세를, 사회가 풀려난 예비범죄자로 키울 위험이 있고 이는 장기적으로 봐서 치안에 훨씬 더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현재 한국의 소년 사법체계는 좀 이상하다. 검찰청이 없어질 예정이라 이 부분이 정확이 어떻게 정리될지 모르겠는데 현재까지는 이렇다. 

대체로 경찰에서 1차적으로 심각한 범죄가 아니면 선도조치, 아동복지법에 따른 조치 등을 취하거나 소년부에 송치 결정을 할 수 있고 만약 금고 이상의 형이 나올 범죄라고 하면 이건 소년부에 송치를 해야 한다. 또는 진짜 좀 심각한 사건이라면 검찰에 송치를 할 수도 있다. 검찰로 송치된 경우에는 검사가 보호사건으로 처리할지, 형사사건으로 처리할지 결정한다. 검사에게 소년 사건이 송치가 되면 이 검사가 법원 소년부에게 송치를 하거나, 형사법원에게 기소를 할지 정한다는 뜻이다. 이때 검사가 법원 소년부로 송치를 해도 법원 소년부가 다시 검사에게 기소를 하라며 송치(역송치)할 수도 있다. 이렇게 하면 검사가 다시 소년부로 보낼 수는 없게 된다. 그렇게 기소가 되어 일반 형사법원의 재판에 넘겨진다고 하더라도 사실심리의 결과에 따라서 법원의 결정으로 다시 또 소년부로 보낼 수가 있다. 혼돈의 카오스다. 

둘 다 사법부인 법원 소년부와 형사법원이 서로 다른 결로 처분을 하는 것도 요상하다. 소년부와 형사법원의 처분이 다르다보니, 사건이 형사법원으로 넘어갔을 때 소년법이 따로 존재하는 목적이 존중될 길이 없는 것도 뭔가 법 체계의 일관성을 해친다. 그뿐만 아니라 범죄 피해자가 있다면 이 단계 사이사이에 그 피해자의 의사가 반영될 수 있는지도 좀 의문이다. 

형사 책임 무능력자의 연령기준을 낮추자고 하는 사람들 중에 이런 과정과 결말을 바라면서 낮추자고 하는 사람은 아마 거의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분명히, 사이버 성폭력 범죄라든지 여러 가지로 점점 심각한 범죄의 가해연령이 내려가는 것이 사실인데 이것을 단죄할 필요가 있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 있다. 나도 이에 동의를 한다. 

일부 국가에서는 중범죄에 대하여서 제한적으로 형사 책임능력에 차등을 두거나 청소년을 위한 형사사법체계를 따로 마련하는 방식을 도입하였다. 가령 프랑스는 만 13세 미만인 자에게 어떠한 형도 내릴 수 없지만 만 13세 이상 만 18세 미만은 구금형의 경우 성인이 받는 형량의 절반이 넘지 않도록 규정하고 중대한 사안의 경우 만 16세 이상 만 18세 미만은 성인과 동일한 형량을 선고 받을 수 있다. 

캐나다의 경우는 아예 소년법을 The Youth Criminal Justice Act(YCJA), 즉 소년 사법이라는 법으로 바꿨는데 성인에게는 성인의 사법체계가 적용되고 청소년에게는 청소년에게 맞는 교정과 교화, 교육이 제공될 수 있도록 청소년에게 맞는 사법체계를 적용한다는 의의가 있다.

미국의 캘리포니아 주의 경우는 한국처럼 만 14세 기준을 적용하는데 다만, 범죄 당시 책임성을 명백히 인지하고 있었다면 예외로 한다. 그러나 그와 별개로 캐나다의 경우처럼 소년 사법체계를 두고 있어서 이쪽이 우선한다. 12세부터 17세까지 청소년의 범죄의 경우 소년법원 관할로 하고 12세 미만의 아동이더라도 살인 같은 강력범죄의 경우에는 소년법원이 관할권을 갖도록 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는 16세 미만 청소년이 범죄를 저지를 경우 그 보호자가 보호 또는 교육 의무 위반을 이유로 벌금형 또는 징역 3년까지도 처벌 받는데 이런 걸 도입하자는 소리는 없는 걸로 안다.)

그래서 한국도 소년사법을 도입해서 법원 소년부와 형사법원으로 나뉜 현재의 부조리를 없애고 소년전담재판부를 두고 그 과정에서 정말 선도와 교화가 가능할 것인지 복지제도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인지 또는 정말 사회에서 일정기간 격리가 필요할 정도의 심각한 범죄자인지를 일관성을 두고 가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많은 나라에서 형사 책임무능력 연령은 10~14세로 다양하지만 14세가 다수이다. 14~18세 사이는 자기 삶을 결정할 법적 권리는 주어지지 않는데 형사책임은 질 수도 있는 좀 불공평한 연령구간이 됐다. 이러한 연령구간을 더 넓혀 놓는 게 과연 맞는지도 같이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