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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8일 DJ의 기일을 맞아 기록용 포스팅

DJ의 가장 명연설로 알려진 1969년 7월 19일 효창공원 연설문을 옮겨본다. 녹취가 하나 남아있는데 아이러니 하게도 당시 정보기관이 녹음해두었던 것이라고 한다. 


당시는 503 애비의 공화당(김종필 전 당의장 등)이 3선 개헌을 하겠다고 한 터였고 6월 말부터 어용학자들을 동원해 개헌을 위한 헌법강좌와 지상토론을 실시하고 여론전을 펼치기 시작한 때였다. 7월 17일 신민당은 3선개헌 반대 범국민투쟁위원회를 열고 투쟁을 전개하기 시작했고 전국 각지의 대학에서도 학생들이 투쟁을 벌이고 있었다. 

새삼스럽게 DJ DJ pump this party 는 드립이 아니라 찐이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고 지난 겨울 광장에서 3분이라는 시간 동안에도 골계미를 추구하던 해학의 민족 드립러들은 DJ의 후예였다고 자부하셔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6월 28일자 조간신문을 보니까 경기도 안성에서 황소 한 마리가 미쳐 가지고 주인 내외간을 마구 찔러서 중상을 입혔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이 황소를 때려잡으려고 몽둥이를 들고 나섰지만 잡지 못해서, 마침내 지서 순경이 와 가지고 칼빈 총을 다섯 방이나 쏘아서 기어이 때려잡았습니다. 나는 이 신문을 보고 ‘과연 천도가 무심치 않구나’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왜? 대한민국에서 황소를 상징으로 한 공화당이 지금 미쳐가지고 국민 주권을 때려잡을 3선개헌 음모를 하니까 애먼 짐승인 황소까지 같이 미쳐서 주인한테 달려든 것이다, 이거예요.

내 오늘 여기 와 가지고 ‘반공을 하고 국방을 하려면 무엇을 해야겠느냐?’ 하는 것을 하나 배웠습니다. 그것은 야당이 강연대회를 해야 돼. 왜? 서울시에서는 40만에 달하는 예비군을 오는 22일부터 소집하기로 했다가 신민당이 연설을 한다니까 어제 저녁부터 부랴부랴 서둘렀다 말이야. 여러분, 서울시가 아무리 그렇게 예비군을 소집하고 경찰관이 나와서 삐라를 뿌리고 해도 하느님은 우리 편이여. 보시오. 지금까지 오던 비가 오늘 오후 2시 정각부터 딱 그쳤어.

3선개헌을 반대하는 데모가 지난 방학 전에 전국에서 퍼졌습니다. 데모를 제일 치열하게 한 데가 어디냐? 서울이 아닙니다. 경상도, 정권의 본고장인 경상도서 제일 데모를 치열하게 했어. 그것도 박정희 씨가 나온 경상북도라 그 말이여! 대구에서는 대학교뿐 아니라 모든 고등학교가 총동원됐어. 그런데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박정희 씨가 대통령을 그만두고 나면 그 대학교의 총장을 할 것이라는 영남대학교 학생들의 데모 구호가 재미있다 그 말이야. 무엇이라 했느냐? ‘미친 황소의 갈 길은 도살장뿐이다’ 이랬단 말이여.

내 오늘 여기서 450만 서울시민과 더불어 박정희 대통령과 한 마디 얘기 좀 해야겠어. 박정희 씨, 당신은 지금 입으로는 점잖은 소리 뭐라고 뭐라고 하지만 당신 내심으로는 헌법 고쳐 가지고 71년 이후에도 영원히 해 먹겠다는 시커먼 배짱 가지고 있는 것 사실 아니오? 3선개헌은 무엇이냐? 이 나라 민주국가를 완전히 1인 독재국가로 이 나라의 국체를 변혁하는 것이여. 3선 독재가 통과되는 날, 3선개헌이 통과되는 날에는 대한민국 헌법 제1조 1항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하는 그 조문은 장사 지내는 날이다, 그 말이여! 민주주의의 적은 공산 좌익 독재뿐만 아니라 우익 독재도 똑같은 적이여. 히틀러도, 동조(도조 히데키)도, 박정희 정권의 3선개헌 음모에 의한 이 1인 독재도 민주주의의 적인 것은 다름이 없다는 것을 여러분은 알아야 한다 말이여. 아 이 나라가 누구 나라인데, 이 나라가 박정희 씨 나라요? 이 나라는 대통령은 바뀌어도 헌법은 영원한 것이여. 헌법이 박정희보다 위여. 박정희를 위해서 헌법을 바꿀 수 없다는 것을 여러분은 알아야 한다 이 말이여!

아까 유(진산) 당수께서도 말씀했지만 놀라운 이야기여. 이번에 헌법을 고치면 지금 같은 준전시 하에서는 대통령선거를 안 하겠다? 이번에 개헌만 되면 71년에는 선거를 안 하겠다는 거여. 다시 말하면 털도 안 뽑고 그대로 먹겠다는 거여. 공화당에 윤치영 씨라는 사람이 이런 말을 했어. ‘박정희 대통령은 단군 이래의 위인이다’ 이랬다 말이여. 단군 이래의 위인이니까 신라의 김유신, 고려의 태조 왕건, 이조의 세종대왕, 이순신 장군보다 더 위대하다 이 말이여! 그런데 이 사람 대통령 갈릴 때마다 똑같은 소리를 한다 말이여, 과거 이(승만) 박사가 사사오입 개헌 때도 ‘이 박사는 개국 이래의 위인이다’ 이랬어. 우리가 과거에 결혼식장에 가면 축사를 많이 했는데 축사를 하는 사람마다 똑같은 소리를 해. 신랑은 대학을 졸업한 모범 청년이고 신부는 가정에서 부덕을 닦은 요조숙녀라고. 아마 이 양반 대통령에 대한 아첨을 무슨 결혼식의 축사로 착각을 한 모양이여. 이번에 아폴로 11호가 달세계로 가는데, 제발 안되었지만 이런 양반들을 실어다가 거기다 두었으면 대한민국이 편할 텐데.

내 박정희 씨가 단군 이래의 위인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어요.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만일 박정희 씨가 3선개헌을 그대로 추진했다가는 박정희 씨가 단군 이래의 위인이 아니라 단군 이래의 폭군이 된다는 것만은 분명하다는 말을 여러분에게 분명히 말하고 싶소. 왜? 남은 정치 생활해 가지고 평생에 국회의원 한 번 못된 사람이 수두룩한데 밤중에 한강 건너와 남의 정권 빼앗아 가지고 10년 해 먹었으면 됐지 말이야. 다시 자기가 만든 헌법을 고쳐서 또 해 먹겠다는 것이여?

지난 번 국회에서 김영삼 의원이 ‘박정희 씨가 독재자다’ 이랬다 말이여. 공화당 사람들이 노발대발했어. 그야 아무리 못생긴 사람도 대놓고 ‘너 이 자식 못생긴 놈’이라고 하면 화 안 내는 사람 없겠지요. 박정희 씨가 독재자냐 아니냐? 단적인 증거가 있소. 명색이 민주국가에서, 명색이 언론의 자유가 있다는 나라에서 국회의원이, 국민의 대표가 국민의 머슴인 대통령에 대해서 독재자라 했다고 해서 그 말이 신문에 한 자도 못 나간 그 사실이 ‘이 나라가 독재자가 지배하는 나라’라는 것을 반증한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느냐 말이오, 여러분!

여보시오, 세계에서 민주주의 한다 해 가지고 3선개헌해서 영구 집권하는 민주주의가 어디 있소? 무슨 속담에 맹자 공자 10년 배워도 쫄쫄이란 문장 처음 듣고, 무당 생활 평생 해도 목탁이란 귀신 처음 들어 본다고 그러지만, 내 들어봐도 이런 민주주의가 있다는 소리 처음 들어 봤어.

오늘날 이 나라의 현실이 어떻습니까? 언론의 자유는 완전히 말살되었어. 신문은 신문기자나 편집인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중앙정보부가 밀어라 빼라, 높이 올려라 아래로 내려라, 다 결정한단 말이여. 지금 오늘날 신문같이 불쌍한 사람들이 없어.

국회는 어떻소? 나라의 주인인 국민이 자기 마음대로 선거할 권리가 있습니까? 지난 6·8 선거가 온통 부정선거요. 나도 목포에서 박정희 씨한테 좀 단단히 당해 보았어. 이 양반이 직접 와서 목포에서 연설을 하고 전 국무위원들을 데리고 와서 회의까지 하고, 한때 대한민국 정부가 서울서 목포에 이사를 왔어요. 선거가 끝나고 올라와 보니까 웬걸. 국회는 온통 가짜 투성이여, 진짜는 3분지 1도 못 되고 3분지 2는 국민이 뽑은 게 아니라 중앙정보부나 경찰이나 면장, 반장들이 뽑은 사람이다, 그 말이여. 이래 가지고 이 사람들이 국회에서 우리가 무슨 옳은 소리를 해도 듣지 않아. 그저 황소같이 고개만 숙이고 정부가 하라는 대로만 한다 그 말이야. 하도 분통이 터져서 ‘이 자식들아’ 하고 한 번 달려들어 보지만, 웬걸 공화당 사람들은 군대 갔다온 사람들이 많아서 유도가 3단, 당수가 5단이었다 그 말이여. 해볼 수가 없어. 이 다음에 국회의원 국민이 뽑을 때 제발 당수 잘하고 유도 잘하는 사람 뽑아 주었으면 좋겠어.

사법부는 어떻소? 사법의 독립은 지금 완전히 유린됐어요. 동백림 사건 그 판결의 일부가 비위에 안 맞는다 해서 대법원을 빨갱이의 소굴로 몰았어, 대법원 판사들을 김일성의 앞잡이로 몰았어. 그 판사가 그만두고 나갔대. 

학원은 지금 짓밟힐 대로 짓밟히고, 학원은 진리의 탐구장소도 아니요, 대학의 자치도 없는 것이요, 학생들이 나라의 일에 대해서 관심을 가졌다가는 최루탄과 곤봉에 의해서 대가리가 터지고 갈비가 부러지고, 대학은 자유의 낙원이 아니라 창살 없는 감옥이요, 대학의 교수와 학생들은 번호표 없는 죄수라는 것을 여러분은 알아야 한다 그 말이여!

이 나라의 국시인 민주주의는 지금 빈사 상태에 들어갔어, 국체는 이미 변혁 중인 거요! 여러분, 이 더러운 민주주의에 대한 원수들, 이 용서 못할 조국에 대한 반역자들, 나는 분노와 하염없는 통분된 심정을 금할 수 없으면서 내가 호소하는 것은 '하느님이여! 이런 자들에게 벌을 주소서, 국민이여! 궐기해서 이런 자에게 철추를 내리라'는 말을 나는 호소하고 싶습니다.

여러분, 나는 저기 계신 김구 선생과 3열사의 무덤 앞에서 여러분 앞에 맹세합니다. 나는 피로써 여러분 앞에 맹세해! 나는 이 조국의 멸망과 국민을 불행의 진구렁 속으로 끌고 간 박정희 씨의 3선개헌에 대해서는 내 이 사람의 정치적 생명뿐 아니라 육체적 생명까지 바쳐서라도 의정 단상에서 내 목숨을 걸고 싸울 것을 여러분 앞에 맹세합니다.

우리는, 우리 신민당 국회의원들은 우리의 집 주소를 서대문 현저동 101번지로 옮긴 지 오래여. 감옥에 갈 각오를 하고 있다 이 말이여! 천명대로 우리의 목숨을 마치지 못하더라도 우리가 그것을 두려워할 사람들이 아니여! 내가 여러분들한테 이야기하고자 한 것은 우리 신민당은 유진오 당수 중심으로 결속해서 우리들의 눈동자가 새까만 한, 국민 여러분이 자유와, 국민 여러분이 조국에 대한 신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우리는 결단코 박정희 씨의 망국적인 3선개헌을 저지하고야 말 사람이라는 것을 여러분 앞에 분명히 말씀한다. 그 말이여!

마지막으로 이 사람은 온갖 정성과 온갖 결심으로써 박정희 씨에게 마지막 충고하고 호소합니다. 박정희 씨여! 당신에게 이 나라 민주주의에 대한 일편의 양심이 있으면, 당신에게 국민과 역사를 두려워할 지각이 있으면, 당신에게 4·19와 6·25 때 죽은 우리 영령들 죽음의 값에 대한 책임이 있으면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3선개헌만은 하지 마라! 만일 당신이 기어이 3선개헌을 했다가는 이 조국과 국민들에 대해서 말할 수 없는 죄악을 가져올 뿐 아니라 박정희 씨 당신도 내가 몇 월 며칠날 그렇게 된다고 날짜와 시간은 말 못 하지만 당신이 제2의 이승만 씨가 되고 제2의 아유브 칸이 되고 공화당이 제2의 자유당이 된다는 것만은 해가 내일 아침 동쪽에서 뜬 것보다도 더 명백하다는 것을 나는 경고해 마지않는 바입니다.


국민 여러분이여! 

국체의 변혁을 꿈꾸는 3선개헌을 분쇄합시다.


국민 여러분이여!

민주주의를 이 땅에 꽃피워 가지고 우리들의 후손에게 영광된 조국을 넘겨줍시다. 여러분, 다같이 궐기해서 3선개헌 반대 투쟁에 한 사람 한 사람이 결사의 용사가 될 것을 호소하면서 제 말씀을 줄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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