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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감각이 있는 사람일까?

너무 충격적인 장면이었다.

출처 : 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

외국인 이주노동자를 대상으로 자행된 비인간적 폭력(괴롭힘) 영상을 보고 정말 너무 깜짝 놀랐다. 나는 개인적으로 외국인 이주노동자 무료 진료소에서 10년 정도 자원활동을 했었는데 '타국에서 불안한 신분으로 살며 노동하며 고향의 가족을 부양하는 삶'에 대한 것, 그래도 결국 사람 사는 일이라는 것, 그런 것들을 자연스럽게 느끼는 시간들이었다. 무료진료소가 문을 닫고 그 뒤로 긴 시간이 흘렀고 그 사이 산업안전보건법이 개정되고 각종 제조업이나 건설업 현장에서는 외국인 이주노동자를 위한 안전정보를 의무적으로 제공하도록 한다거나 하는 변화도 생겼다. 하지만 사람이 바뀌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이 사건 이후 대통령의 반응은 꽤 인상적인 데가 있었다. 


"용납할 수 없는 폭력이자 명백한 인권유린", "야만적 인권침해"라는 워딩. 적확하다. 저 폭력행위는 야만적 인권침해다. 


페이스북에 이렇게 남기기까지 했다. 문제에 대한 파악은 틀리지 않았다. 당사자성이 있는 일에 대해서는 이 정도의 감수성이 있는 사람이라는 것에 감탄했다. 그렇기에 역시 '성평등에 대해서는, 차별금지법에 대해서는 본인이 사회에서 지극히 다수자로만 살아서 감수성이 없는 건가?'라는 생각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물론 사람은 그럴 수 있는 존재이긴 하다. 애석하게도. 

대통령의 '이주노동자에 대한 인권침해가 노동현장에서 일어나선 안 된다'는 문제의식은 맞았지만 그러한 일이 왜 벌어지는가에 대한 고찰은 더 해야 한다. 단지 그 사람들이 지금 약자고 소수자니까 불쌍하다고 사회가 그 사람들한테 그러면 안 된다는 식이면 곤란하다. 그렇게 하면 사회의 품격이 최악까진 아니겠지만 겁나 재수없게 시혜적인 가부장주의가 될 수도 있다. 

이주노동자에 대한 차별과 괴롭힘이, 저런 끔찍한 가해가 왜 일어났는지 우리는 모르지 않는다. 저 유명한 대사처럼 '그래도 되기 때문'이다. 차별이 문화가 되어 있기 때문에. 그 문화에 단순히 속해 있으면 그게 잘못임을 느끼지 못 하기 때문에. 수많은 우리가 이미 아는 노동현장에서 힘 없는 노동자니까 해고해도 되고 여성이니까 부당한 대우를 감수하고 싫으면 그만두든가 하는 식이어도 되고 일상의 현장에서 장애인이니까 외출이 힘들고 교육의 기회에서 차별을 겪는 것이 부당하다고 시위하는 걸 폭력적으로 진압해도 문제의식을 갖지 못하는 그 모든 게 다 사람들이 차별이 당연한 문화 속에 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차별금지법이 필요하다. 모든 사람이 본질적으로 평등하다는 걸 법으로 명시하고 유난스럽게 강제를 해야 한다. 


광복절에 주한 외교단 앞에서 아래와 같은 내용으로 연설했다고 하는데 외국인들 앞이라 좀 좋게 보이고 싶어서 한 말일 수 있음을 감안하더라도 조금은 기대해봐도 될까?

대통령이 그럴 감각이 있는 사람일까? 이제는 그래야만 하는 타이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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