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푸는 썰은 내가 일하던 10년 전의 이야기다. 지금은 법이 바뀌면서 의원실의 구성과 내용이 바뀌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그냥 예전에 얼마나 부조리 했는지 짧게 기록으로 남기려 한다.
국회에서 일할 당시에 자괴감이 많이 들었을 때(영감 사적인 일할 때 수시로 느꼈지만)는 비정규직 관련 입법 예고 같은 게 떴을 때 오는 항의전화를 받을 때가 꽤 최상위권이었다. 당연히 의원실에 불만, 비판, 비난을 쏟아내는 전화가 오면 공손하게, 최대한 고분고분한 태도로 '네네, 선생님 의견 충분히 전달하겠습니다' 하고 응대하기는 했었다.
전화를 받는 내가 자괴감이 컸던 이유는 속으로 '네, 국회인턴인 저는 1년에 11개월밖에 등록을 못 해요. 그래서 퇴직금도 못 받고 마지막 한 달은 4대보험도 없지요. 세전 120 받는데 주말도 없이 매일 10시간 이상 여기서 이러고 있네요.' 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당시 국회인턴제도는 정말 비정규직법 악용의 최전선이었다. (**지금은 개정됨)
그 때는 의원실 당 인턴을 2명까지 둘 수 있고 이 두 사람을 합쳐서 1년에 22개월동안 국회사무처가 임금을 주었다. 왜 1년 단위로 2명이 일하는데 국회사무처가 급여를 주는 기간이 총 24개월이 아니라 22개월일까. 국회인턴을 정말 인턴이라는 말의 원래 뜻에 맞게 단기간으로 6개월 하고 말고 그럼 아무 문제가 없었겠으나 통상은 그냥 9급 밑에 불가촉천민을 더 두는 것으로 생각하는 게 거의 대부분이었다. 6개월, 1년 같은 단기간이 아니라 2년 이상 일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근로기준법 상 12개월을 채우면 그만둘 때 퇴직금을 줘야 하고 연속해서 2년 이상 계속 등록하면 정규직으로 채용해야 한다. 그 둘다 할 수 없고 하기도 싫으니 2명이 22개월인 것이다. 물론 한 명이 12개월 다른 한 명이 10개월 쓸 수도 있지만 어쨌든 그 사람은 2년 이상 일하진 못 한다. 비정규직법에 걸리니까. 그래서 12월에만 의원실에서 따로 월급을 주는 곳이 꽤 많았다.
사실상 다른 급을 단 보좌진과 같은 정도로 일을 하지만 급여는 세전 120, 대부분의 보좌진이 받는 후생복지 없음(있어도 규모가 훨씬 하잘것 없음), 신분 보장이 안 되고 4대보험도 1년에 한 달씩은 끊김(직장-지역 왔다갔다 함), 방에 티오가 나지 않으면 반영구적 인턴 붙박이 신세, 심지어 민보협에서 건의해서 바꾸기 전까지는 국회인턴은 출입증 색깔도 달랐다. 뭐 이런 처지여서 나는 늘 국회인턴이 국회 불가촉천민이라고 했다. 업무도, 의무도 많지만 복지와 권리는 없고 근데 그나마 되기도 하늘의 별따기인 불가촉천민.
흔한 의원실 인턴 모집 공고문의 예시이다. 인턴을 뽑지만 경력자를 우대하는 아름다운 전통은 국회의원실도 예외가 아닌 한반도의 국룰이다. 특히 요즈음은 최근 한 3~4년 사이에 뉴미디어, 유튜브 시대가 되면서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의원실이 아주 많이 늘어났고 이 컨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하는 포지션으로 인턴을 채용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이제는 급여가 세전 약 월 210 정도인 것으로 아는데 솔직히 의원실 일정 따라다니며 촬영하고 돌아와서 컨텐츠 방향 정해고 (영감에 따라) 확인 받아서 편집하고 자막이랑 효과 입히고 완성본 업로드 전에도 한 번 리뷰하고 확인 작업하고 올리고 채널 관리도 좀 하면서 SNS에도 업데이트 해주고 하는 그런 일들을 하는데 세전 210 정도... 괜찮은가... 생각해보게 된다. 근데 또 이런 일 외주 준다고 돈 쓰면 사람들이 욕하려나. 국회의원들 정치자금 헛돈 쓴다고?
국회의원 한 명이 사재를 따로 정치자금에 계속 부어넣지 않는다면 보좌직원을 8명 쓰는 게 고작이니 인턴 한 자리도 직원처럼 쓸 거면서 인턴이라고 채용하고 대우하는 이 부조리를 의원들이 개선할 의지가 있을까? 사실 잘 모르겠다. 예전에 국회인턴 면접 보러 가서 이 문제를 이야기 했더니 당시 듣던 영감이 진짜 놀라는 반응이어서 더 놀란 적이 있다. 그 사람은 정말 등잔 밑에 비정규직 차별 및 편법 고용 사업장이 있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이다. 그리고 그 영감만이 아니라 아마 지금도 대부분 모를 것이고 최근 시국에 인기 많은 의원실들도 국회 보좌진을 꿈꾸며 세전 210에 밤잠과 열정을 갈아가며 최신 밈을 적재적소에 딱 맞게 가져오는 센스를 발휘해 MZ들도 좋아할 유튜브 컨텐츠를 낋이고 있는 인턴들이 정확히 어떤 대우를 받는지 모를 것이다.
어떻게 해야 이런 부조리가 없어질까. 모르겠다.
사라질 수 있긴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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