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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좌진의 신분

아래 이미지는 제22대 국회 보좌직원 오리엔테이션에 나오는 내용 중 일부이다.

의원실 당 공문원인 보좌진은 8명이 정원이고 별정직 공무원이다. 법적 근거가 '국회의원의 보좌직원과 수당 등에 관한 법률'이다. 이 법의 예전 이름은 그냥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법률'이었다. 보좌직원의 지위가 사실상 국회의원에게 사람 쓰라고 돈 이만큼 준다, 정도의 인식인 것 같아서 여야 의원들이 비슷한 내용으로 발의한 법안을 합쳐 제21대 국회 때 전부개정한 법률이다. 

현행법령 링크

이렇게 전부개정된 이유는 내가 해고된 것처럼 영감이 '너 해고'하면 그냥 꼼짝 없이 그날로 면직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법 개정으로 '면직 예고' 제도가 생겼지만 사실상 이게 제 역할을 하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난 의심을 가지고 있다. 왜냐하면 법률 제5조 제1항의 2호에 나오는 '국회규칙'이 없어서다.


    제5조(면직 예고) ① 국회의원이 보좌직원의 의사에 반하여 그 보좌직원의 면직을 요청하려는 경우에는 면직대상자, 면직일 및 면직요청사유를 기재한 서면(이하 “직권면직요청서”라 한다)을 그 면직일 30일 전까지 국회사무총장에게 제출하여야 한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1. 천재ㆍ사변, 그 밖의 부득이한 사유로 국회의원이 입법활동을 계속할 수 없게 된 경우
        2. 보좌직원이 고의로 국회의원의 입법활동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한 경우로서 국회규칙으로 정하는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

    ② 국회사무총장은 직권면직요청서를 받는 즉시 해당 보좌직원에 대한 면직 예고를 서면으로 하여야 한다.


여튼, 보좌직원 임용의 특성은 이렇다고 한다.

일단 법적으로 임용권자는 국회의원이 아니고 요청권자가 국회의원이지만 나는 이런 비유를 자주 쓴다. '국회의원이 300명이면 소기업이 300개' 국회의원 각자가 사장님이라는 뜻인데 영감을 가리키는 은어로 '사장님'을 쓰는 보좌진도 본 적 있다. 여튼 여기까지는 평민의 영역. 아래는 이제 내가 7년 넘게 머물렀던 불가촉천민 영역이다.

국회인턴. 따지고 올라가면 IMF 극복기라고 할 수 있는 1999년에 청년들 일자리를 국회에서라도 만들자고 해서 생겼다고 한다. 하지만 2017년 11월 법 개정 전까지는 국회인턴은 사실상 보좌직원과 같은 일을 하는데 계약직 쪼개기 계약을 통해 몇 년을 비정규직으로 일해도 정규직 전환이 안 되는 처지였다. 공무원이 아니고 정규직이 아니고 근데 거의 같은 일을 한다. 몇 년을 일해도 연속된 경력이 되지 않는다. 국회가 2년 이상 일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안 시키기 꼼수를 쓰고 있었던 거다. 쪼개기 계약을 하므로 퇴직금도 없었다. 세전 120에 연차수당 억지로 쳐줘서 실수령 120 하던 시절의 이야기다. 
지금은 제도가 개선되어서 어쨌거나 인턴 1명이 24개월 이상 일해서 정규직 전환을 해야만 할 수 없게 상한선이 22개월로 정해졌다. 

국회 보좌진은 도대체 돈을 얼마나 받느냐! 작년 기준은 이렇다고 한다.

이 표는 기준호봉의 표이다. 기준호봉과 실제 경력을 비교해서 유리한 쪽으로 적용한다. 만약 4급인데 내 경력은 사실 10호봉이다, 하면 21호봉으로 받고 23호봉이다 하면 23호봉으로 적용한다. 그리고 공무 외에 원칙적으로 영리행위나 겸직이 금지된다. 영리 목적이 아닌 금직은 국회사무총장의 사전허가가 필요하다. 근데 현실적으로 보좌직원을... 21년 이상 연속으로 한다? 농담이나 비유가 아니라 그 전에 병을 얻어 그만둘 확률이 훨씬 높다고 생각한다. 

세전 120 때보단 올라서 다행이지만 인턴 저렇게 받는 거 괜찮을까, 모르겠다. 사실상 보좌진 일 똑같이 하는 건 여전할 텐데. 공무원이 아닌지라 공무원이 받는 혜택 같은 것도 없는 처지라 서럽다. 복지 포인트 뭐 그런 거 오래 일하니까 좀 줬었는데 복지 포인트 몰에서 그 어떤 것도 살 수 없을 정도로만 줘서 그냥 못 썼던 기억이 있다. 이젠 좀 달라졌길.


댓글

  1. 어떻게 보면 가장 모범이 되게 제대로 대우하며 사람을 써야 할 곳에서 가장 박하게 쓰고 있다는 게 씁쓸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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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예전에 민정당이 비정규직법 개악할 때 사무실에서 항의 전화 많이 받았었는데 당시 다른 방에서 인턴하던 친구랑 같이 '전화 뭐라고 받아?' '제가 몇 년씩 쪼개기 계약해서 정규직 전환 안 되는 그 비정규직입니다. 죄송합니다, 그래?' 그러면서 씁쓸해 했던 기억이 납니다.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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