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누구도 내게 '네가 가진 지식을 나눠줘'라고 먼저 제안한 적은 없다. (당연하다. 나는 늘 주변인의 처지에만 있었어서 아무런 공신력 있는 권위를 가진 적이 없다.)
언제나 나 스스로 하고 싶어서 떠들어왔고 아마 앞으로도 쭉 그럴 것 같다. 세상이 궁금해하진 않지만 나는 말하고 싶은 것들이 가끔 있어서.
2024년 12월 동안 지난 10년 동안 열심히 모른 척하던 국회의 일들을 떠올려 말하다가 내가 참 그곳의 일을 좋아했었던 기억이 났다. 읍내에서 가끔 민정당 당직자라는 민주당 지지자들의 비아냥은 받았지만 사실 별로 타격은 없었다.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첫째, 민정당 의원실에서 인턴(a.k.a. 불가촉천민)으로 일했지만 한 번도 정식 직원이 된 적조차 없으며 당적을 가진 적도 없다. 불가촉천민은 입당도 강제가 아닐 만큼 신분이 하찮다. 둘째, 나는 민주당 선거캠프에서도 일했고 민주당 의원실의 하청 일을 하기도 했으며 민주당 의원실에도 평민 또는 불가촉천민이 되려 시도했으나 번번이 낙방했을 뿐이다.(근데 나를 거절했던 민주당 영감들이 어찌 된 일인지 지금 전부 리타이어 상태다. 흥. 쌤통.) 셋째, 지금은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내가 10년 전에 느끼기로는 솔직히 보좌진의 일 자체는 본인의 양심적 정치 성향과 무관하게 수행할 수 있는 성질의 것들이 대부분이고 모두 정치색을 잔뜩 담아 일을 하지는 않는다. (정파성이 일치한다면 일할 때 좀더 행복할 수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민정당 의원실의 불가촉천민 생활이 정치성향과 완전히 무관하게 해피한 것만은 아니었다. 나는 나의 계급적 이익에 배치되는 일들이 벌어지는 것도 여러 차례 목도해야만 했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기로 했고 그래서 입법을 열심히 하려고 했었다. 사실 상임위 질의는 좀 더 스킬을 요하는 일이었는데 불가촉천민에게 그런 일을 배울 기회는 별로 없었다. 국회의 일 중에 내가 아는 것은 약 90% 정도는 내가 그냥 알아서 눈치코치서치로 배운 것들이다.
국회 주변에서 일한 건 2006년부터 2014년까지의 띄엄띄엄 기간이고 제17, 18, 19대 국회를 경험했지만 지금은 제22대 국회고 국회 언저리에서 일한 시간보다 밖에서 관심을 부러 끊고 지낸 시간이 더 길어졌다.
그래서 이제는 10년이 넘어서 세부사항은 안 맞는 게 많을 것 같지만 그대신 이제는 나도 법학 패치가 조금 되어서 오히려 당시에는 잘 몰랐던 절차적인 것들을 보강해서 이야기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여전히 내가 하려는 말들에 큰 가치는 없겠지만 역시 나는 아직도 입법부의 일들을 좋아하더라고. 정치는 내가 기억하는 나의 가장 오래된 관심사(나는 다섯 살 때도 부친에게 '아빠 김종필은 어떤 사람이야?' 같은 것을 묻고는 했다.)이고 입법부는 오랜 시간 나의 짝사랑 대상이었다.
그렇다고 여기서 국회 이야기만 하지는 않을 거다. 내 다른 모든 SNS와 마찬가지로 온갖 잡다한 이야기를 다 할 테니 모두 그런 나를 견뎌주길.
(어느 날 갑자기 결심을 해서 일을 저지르는 것이 나다운 흔한 일이긴 한데 어째 마침맞게 그게 새해 첫날이다.)
꺄아아 첫 댓글! 입법부 이야기 흥미롭게 기다리구 있겠습니다
답글삭제꺄아아아! 모두 부추겨주신 덕분입니다! 무슨 이야기가 될지는 모르지만 한번 이어가볼게용!
삭제국회에서 일한 경험이라니, 너무 멋져요. *.* 계엄의 밤에 마저리님의 글이 저에게 얼마나 위안이 되는 동앗줄이었는지 몰라요.
답글삭제새해맞이 블로그 시작도 축하드립니다~ ^^
그 모든 일의 결합으로 그 밤의 내란이 그 정도로 일단락되어 정말 다행이었어요! 사실 블로그 자체는 한참 전부터 있었지만 아무 글도 올리지 않은 상태였긴 했거든요. 저지르는 데에 떠밀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앞으로도 뭔갈 쓰긴 해야 할텐데! 많은 지도편달 부탁 드립니다. :)
삭제흥미롭고 즐겁게 읽을 자신이 있습니다.
답글삭제흥미롭게 읽으실 수 있길... 노력하겠습니다!
삭제으아니!!! 이 블로그를 이제서야 보다니!!!! 잘 읽겠습니다!
답글삭제앗! 이 댓글을 이제서야 보다니! 반갑습니다. :)
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