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한 지 좀 되고나니까 리갈 마인드(아직도 이게 뭔지 잘 모르긴 함)를 다시 채워볼까 싶어서 2022학년도 1학기에 들었던 법학개론 제1강을 다시 듣기 시작했다. 스불재를 자꾸 찾아가는 게 그냥 나라는 인간인가 싶기도 하다. 시간이 없다 없다 하면서도 결국 그 수업을 다시 듣고 있다니. 하지만 이젠 시험을 볼 일도 없고 더 즐겁게 들을 수 있지 않을까? 내 멋대로 잔뜩 생각을 해가며.
그러다보니 이거 시간이 꽤 걸린다. 1.5배속으로 들어도. 생각을 하면서 들으니깐 듣다 멈추고 생각을 정리하고 그러느라. 의미를 곱씹고 또 생각하는 것, 그게 내가 제일 잘 하는 종류다보니 아무래도.
여튼 제1강의 제목은 '법의 의미와 목적'이었다. 그러다보니 제1강에서부터 귓가를 예리하게 스쳐지나가다 남는 말이 있었는데 바로 법의 특징을 설명하는 부분에서 나온,
"법은 논리가 아닙니다."
였다. 이 블로그에서 제도를 해킹하는 썁놈들에 대해 얼마나 성토를 했던가! 나는 얼마나 불을 뿜었는가! 나는 비록 학사 나부랭이라서 개론 수업 들으며 마음의 평온을 찾는다. 아래는 교수님 말씀.
일단 법은 사회규범입니다.
"우리가 어떤 생각과 행동을 하면서 크고 작은 판단을 할 때 마땅히 따르고 지켜야 하는 가치판단의 기준"이 된다는 거죠.
이렇게 하는 것이 옳고 이렇게 하는 것은 그르다, 라는 그런 가치판단의 기준. 그래서 법을 공부할 때는요, 항상 여러분께서 염두에 두셔야 할 것이 가치를 생각하셔야 합니다. 가치를.
무슨 말이냐? 법은 논리가 아닙니다. 사실 법에서 법학을 공부해보시면 많이 느끼시겠습니다만, 어떤 논리적인 논증이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어떤 개념이 있고 개념에 따른 요건이 있고 그 요건을 가지고 일정한 효과가 발생을 합니다. 예, 굉장히 논리적이죠, 법학이라는 것이. 어떤 명제들로부터 요소를 추론해내고 하는데.
그렇게 논리적임에도 논리가 다 법의 전부는 아니라는 겁니다. 즉, 이런 모든 어떤 개념적인 조작이라든가 논증 방법, 해석 방법 이런 것들은 법이 추구하는 어떤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것입니다. 그러니까 법이라는 것은요, 그냥 자기들만의 'A가 B고 B는 C니까 A는 곧 C야' 이런 식의 얘기가 아니라 '왜 법을 만들고 지키고 실현시켜야 하느냐 하는 그런 목적과 가치가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여러분께서 법을 공부하실 때 '대체 이 규정이 왜 어떤 목적으로 무엇을 실현하기 위한 것인가?' 그런 점을 염두에 두시고 생각을 해보셔야 합니다. 고민을 해보셔야 합니다. 그냥 기계적인 대입과 적용은 법을 대하는 바람직한 태도가 아닙니다. 어떻게 보면 법이라는 것은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거죠. 그래서 이 규범이라는 것이 이런 의미고요.
법학개론 시간에 이렇게 배우는데, 저 온갖 어려운 시험 다 뚫고 법조인이 된 과거의 훌륭하신 나으리들은 어째서들 그렇게 간사하게 제도를 해킹하는 건가? 윤새끼가 끌려내려오기 전까지 나는 진짜 제도의 본래 목적, 그걸 규정하는 법이 원래 추구하는 가치를 훼손하는 것들에 지치고 질려 있었다.
특히나 국회에서 법안 업무를 하다보면 결국 '제안이유 및 주요내용'을 쓰면서 '이 법을 왜 개정해야 하는지'를 쓰게 되어 있다. 국회에서 입법이 된다는 것은 결국 "입법자의 의도"라는 것이 관철되는 과정이다. 행정부는 입법부가 통과시킨 그 법을 적용, 집행하며 결국 최종적인 해석을 사법부에서 한다. 그런데 행정부의 수장이 적용과 집행 과정에서 입법자의 의도를 무시한 채 제도를 해킹하고 사법부는 최종적인 해석을 하면서도 또 입법자의 의도는 무시한 채 이런 논리 저런 논리만 들이대고 또 무도한 베노사 나으리들이 논리의 논리의 논리를 따지며 해킹을 하는 일이 난무했다. 매일 속으로 외쳤다. '고작 네 새끼들이 그러라고 만든 법이 아니다아아아아아아악' 그래서 사실상 다소 쓸모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선언적으로라도 법 왜곡죄에 우호적인 쪽으로 돌아선지도 모르겠다. 도저히 그 썁놈들의 무시를 견딜 수가 없어서.
이 블로그에서 법안 이야기를 할 때면 대체로 제안이유 및 주요내용을 전한다. 이 법을 왜 이렇게 고치는 건지가 중요하기 때문이고 그게 내게 당연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행정/사법에서 이걸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으면 어떡하나? 법이 존재하는 이유는 그 법이 추구하는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서인데 말이다. 오히려 시민은 이 법이 왜 필요한지를 이해하고 지키는 사람들이 많은데 오히려 관에서 저런 행태를 보이니까 법조인을 법비라 조롱하고 사법경찰, 공무원을 불신하게 된다. 그게 사회자본을 갉아먹는 주범이다.
사법고시를 부활시켜 변호사시험(로스쿨)과 병행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던데 시험보다도 대체 법이란 왜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에 대한 철학이 확실하게 있는 사람을 법조인으로 등용해야 하는 것 아닐까? 공무원도 마찬가지고. 특히 물리력을 동원할 수 있는 경찰과 군을 그렇게 교육하고 재교육하는 일도 중요할 것이다. 이런 문제의식이 앞으로 좀더 공유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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