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뉴스에 자꾸자꾸 나오는 두 가지 범죄가 뭔 차이인지 간단히 정리해보도록 하겠다.
1) 뇌물죄
형법 상 뇌물죄는 제129조부터 제133조까지 규정되어 있고 수뢰(뇌물을 받음), 증뢰(뇌물을 줌)로 구분한다. 우선 조문은 아래와 같다.
우선 뇌물이란 직무에 관한 부정한 보수로서의 모든 이익을 말하며, 뇌물죄란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직무행위에 대한 대가로서 부당한 이익을 취득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범죄이다. 공무원의 순수성을 강조하는 로마법 사상을 기반으로 공무원의 직무의무위반을 강조하는 게르만법 사상이 가미되었다고 본다. 로마법에서는 공무원이 뇌물을 직무행위를 대가로 받았으면 일단 뇌물죄가 성립하고 직무의무를 위반했는지 안 했는지를 따지지는 않는다. 게르만법에서는 직무의무에 위반하는 부정행위가 있어야 뇌물죄를 인정한다. 한국의 형법은 일단 뇌물을 요구하거나 약속하거나 주고받으면 직무의무위반을 따지지 않고 수뢰죄를 인정하면서 실제 부정행위가 있을 때 형을 가중한다.
뇌물죄의 보호법익은 여러 설이 대립하지만 공무원의 직무행위를 돈으로 사고팔 수 없다는 불가매수성과 직무행위의 공정성에 대한 사회일반의 신뢰를 보호법익으로 한다는 신뢰보호설이 다수설이며 판례도 이러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우리 판례는 또한 뇌물을 주는 것과 받는 두 범죄를 필요적 공범 관계로 본다. 따라서 뇌물수수가 일어나면 공무원은 수뢰, 공여자는 증뢰로 처벌한다. 다만 외부관여자가 있는 경우 범죄 형태에 따라서 수뢰나 증뢰의 공동정범, 교사범, 종범이 될 수 있다.
엄청 길게 할 수도 있지만 좀 간추려보면 뇌물죄가 성립하기 위한 요건은 크게 (1) 직무관련성, (2) 부정한 보수(=대가관계), (3) 이익(=영득이사)로 구성된다.
(1) 직무관련성에는 현재·과거·미래 직무와 엄밀히 직무행위가 아니어도 밀접한 연관이 있는 행위가 다 포함된다. 직무관련성 판단은 사회일반으로부터 직무 집행의 공정성을 의심받게 되는지 여부가 기준이 된다. 직무에 관한 독립된 결정권을 요하지는 않으며 그렇기 때문에 결정권자의 보좌직으로서 영향을 줄 수 있는 직무도 해당된다. 직무행위의 정당/부당성, 적법/위법성, 작위/부작위도 불문한다.
(2) 부정한 보수는 직무에 관한 부정한 보수임을 요하기 때문에 뇌물과 행위 사이에 급부/반대급부라는 대가관계가 필요하다. 대가관계는 구체적일 필요는 없고 그 공무원의 직무에 관한 것이면 특정적이거나 포괄적이거나를 불문한다. 이 대가관계가 있는 부정한 보수는 사회윤리적으로 용인할 수 있을 정도를 벗어나거나 사회일반의 신뢰를 해할 정도여야 불법·부정성이 인정된다. 아울러 사회상규 상 선물과 뇌물도 구분하는데 이 경우는 김영란법을 생각해보면 간단할 것 같다.
(3) 뇌물의 내용인 이익은 유무형의 이익 모두를 포함한다. 재산적/비재산적 이익을 가리지 않으며 제공 당시에 꼭 확정적일 필요도 없다. 가령 주식 같은 기대이익이거나 조건부 이익이라도 포함된다.
제129조의 수뢰죄는 진정신분범으로 주체가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며 객체는 뇌물, 행위는 뇌물을 수수·요구·약속하면 성립한다. 수수죄가 성립하려면 영득의사가 필요하다. 요구하면 일단 기수가 된다. 상대가 응하지 않아도 기수다. 또한 뇌물수수 약속이 이루어졌을 경우, 후에 약속이 깨져도 수수죄는 성립한다. 미수나 예비음모는 처벌하지 않는다.
제130조의 제삼자뇌물제공은 공무원이 뇌물을 직접 받지 않았더라도 그 직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고 제3자에게 뇌물을 공여하게 하거나 공여를 요구 또는 약속함으로 성립하는 범죄다. 제3자가 부정한 청탁의 대가을 알았거나 몰랐거나 여부를 따지지 않으며 실제로 제3자가 뇌물을 수수하지 않고 거절하였더라도 죄는 성립한 것으로 본다. 여기서 떠오르는 최모 씨와 그 딸인 정모 씨가 받은 말이 떠올랐다면 그런 관계가 맞다(다만, 해당사건 판례는 지금 봐도 좀 이상하다. 최모 씨의 뇌물수수죄 가담 정도가 커서 503과 공동정범이 되므로 제3자가 아니라 단순 뇌물수수죄가 된다고 하는데 이건 특검에서 기소를 이상하게 한 탓이라고 생각된다. 역시 9수 윤ㅅㄲ...).
제132조의 알선수뢰는 공무원이 그 지위를 이용하여 다른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의 알선에 관하여 뇌물을 수수·요구·약속하면 성립하는 범죄이다. 판례상 직무상 직간접적 연관관계를 가지고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지위의 공무원이 그 지위를 이용하여 다른 공무원의 직무에 영향을 끼쳐야 성립한다고 본다. 이때 공무원 간의 관계는 상하/협동/감독권한 등 특수권한을 요하지 않는다.
알선수뢰와 말이 비슷한 알선수재는 무엇일까? 우선 조문부터.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은 형법, 관세법, 조세법 처벌법, 마약류 관리법 등 특정한 범죄에 대한 가중처벌규정을 담은 법률이다. 제2조를 보면 수뢰액이 3천만 원만 넘어도 특가법이 적용됨을 알 수 있다. 특별법 우선의 원칙에 따라 이런 경우엔 형법보다 특가법이 우선 적용된다.
다음으로 제3조를 보면, 형법 제132조의 알선수뢰죄가 알선의 주체가 공무원이어야 적용되는 것과 비교해서 알선수재는 뇌물수수 알선의 주체가 공무원이 아니어도 적용이 된다.
이상의 내용으로 볼 때, 김학사, 가짜법사, 명태 아저씨, 김학사네 가족들, 김학사 가족의 집사들, 관련자들은 액수 단위가 이미 3천만 원 정도가 아니라 억 단위로 아득히 올라갔을 것이라 특가법 적용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이는데 앞으로 어떻게 굴러갈지 지켜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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