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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사위는! (찰싹) 상원이! (찰싹) 아니라고! (찰싹) 햇찌!

지난 1년 간 이 블로그에서 "법사위가 체계자구 심사를 한다"는 말을 몇 번이나 했을까. 정확하게는 모르겠다. 하지만 법사위는 체계자구 심사라는 것을 한다.

미국 연방의회 의사당

체계자구 심사란 무엇인가. 쉽게 말하면 다른 상임위에서 의결한 법안을 법사위에서 우리 현행 법 체계에 맞도록 문구나 용어,등을 다듬는 심사이다. 법사위가 워낙에 법을 다루는 상임위이다 보니까 그런 업무가 주어진 것이다. 타 상임위에서 의결한 법안의 본질 내용을 심사하는 것이 아니라 자구(字句), 말 그대로 문자와 어구를 심사한다.

그런데 종종 법사위는 '상원'이라는 힐난을 듣고는 한다. 상원이 뭐길래? 

양원제를 채택한 나라 중 한국 사람들에게 가장 유명한 나라는 역시 미국 연방의회이다. 미군 파병, 행정관료의 임명 동의, 외국과의 조약 비준 같은 좀 중요하고 신속을 요하는 사안은 상원의 권한이어서 보통 하원이 센 다른 나라들에 비해서 미국은 상원이 강하다는 인상을 많이 준다. 하지만 헌법적으로, 제도적으로 미국의 양원은 입법적으로 동등하다. 어떤 법안이 상원에서만 통과되고 하원에서 통과되지 않으면 안 된다. 꼭 같은 내용의 법안이 양원에서 다 통과되어야만 정부로 보낼 수 있다. 문제는 상원은 정원 100명, 하원은 435명이고 조세와 관련한 법안은 반드시 하원에서 발의해야 한다는 원칙이 있어서 법안 발의 건수 자체가 하원이 매우 많다는 사실이다. 그렇게 하원에서 법안에 대한 심사가 이루어지면 웬만하면 동일한 그 안으로 상원에서도 심사를 해서 같은 내용으로 상하 양원 각각의 본회의에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통과를 시키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럴 때, 하원에서는 먼저 통과가 된 법안을 상원에서는 통과를 안 시키고 버틸 때가 있다. 또는 상원에서 하원과 내용이 좀 다른 법안을 통과시켜놓고 두 안을 일치시켜야 하니 양원협의위원회에 보내서 조정을 하자고 하면서 미루고 미루는 방식으로 상원이 법안에 사보타주 같은 걸 할 수가 있다. 

한국의 법사위는 그럼 왜 상원이라며 까이느냐.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에 대해서 현행법 상 명확한 범위 설정이 없어서 법사위가 '자구'의 범위를 폭넓게 해석해 법안의 내용을 바꿔 통과시키거나 영원히 법안2소위에 계류시키는 방법 등으로 상원 노릇을 하기 때문이다. 그런 일이 아주 더럽게 또 일어났다.



과방위에서 통과시킨 방송법 개정안 중 일부를 법사위에서 법 체계와 안 맞는 게 있으니 수정하자는 것도 아니고 아주 삭제를 해버렸다. 해당 조항은 우선 이런 내용이다.


제33항(심의규정) ①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는 방송의 공공성 및 공적 책임을 심의하기 위하여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을 제정·공표하여야 한다.

② 제1항의 심의규정에는 다음 각호의 사항이 포함되어야 한다. 


그리고 구체적으로 제2항의 각호의 사항 중 제5호를 과방위에서 통과시킨 안은 아래와 같이 의결했다.


그러나 법사위는 저 제5호의 개정사항을 '체계자구 심사'의 취지와 맞지 않는 이유로 삭제해버렸다. 

이 부분 민주당 박균택 의원과 내란 순장조 조배숙의 토론 내용이 아주 기가 막힌다.


왜 일반시민 사이에서는 차별금지법에 대한 찬성이 훨씬 높은데도 입법이 안 되나 했더니 저런 소리를 하는 최다수당이자 여당 법사위원과 거기에 이의 한 마디도 제기 안 하는 다른 만주당 법사위원들을 보니 확실히 알 것 같다. 조배숙이야 진작부터 혐세고 막말 제조기라지만 유생이나 윤리학자, 종교인 이런 썁소리 해가며 혐오표현을 용인하려는 꼴에서, 그리고 아무도 거기에 이의 제기도 하지 않는 데서 차별금지법 반대는 그냥 소극적인 게 아니라 만주당 다수 뺏지들이 소신을 갖고 반대하는 것이구나, 하는 확신만 더하게 된다.

탄핵광장에서 인권을 부르짖고 윤새끼 이후 우리가 살아가야 할 세상이 소수자에 대한 차별이 없어야 한다고 외치며 연대하자고 했던 시민의 목소리를 이딴 식으로 무시를 하는 게 저 자들의 소신이구나 싶다. 맨날 법사위 고생한다고 우쭈쭈하던 나지만 이런 썁짓거리를 하다니 정말 한심하고 역겹다. 어떻게 한 사람도 여기에 이의가 없을 수가. 내가 유생은 뭐라고 씨부릴지 모르겠는데 윤리학자라면 헤이트스피치를 용인하는 게 어떻게 윤리적일 수가 있겠냐고 할 것 같다만. 헤이트스피치에 표현의 자유를 운운하는 상식 이하의 차별주의 발언을 국회의원으로서 했다는 것에 수치심을 느끼기 바란다. 민주당의 광주 광산구 갑 지역구 박균택 의원.

법사위가 체계자구 심사를 할 권한을 가진 건 법사위원들의 혐오발산을 위해서가 아니다. 한낱 혐오와 차별주의를 발산하기 위해서 체계자구 심사권을 남용했다는 사실도 추미애 법사위원장 이하 모든 법사위원이 깊이 수치스러워 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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