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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직 예고제'는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가?

보좌진이 파리목숨이라 고용 불안정성이 너무 심하고 생사여탈권을 쥔 의원의 갑질에 속수무책이라는 의견이 많아서 '면직 예고제'라는 것이 2022년부터 도입되었다. 이것을 추진했던 건 의외로 내란 순장조 추경호 씨였다. 2021년에 국보협 쪽에서 보좌진 노조 이야기가 나왔기 때문에 부랴부랴 불을 끄기 위한 제스처가 아니었나 싶다. 당연하게도 보좌진은 '뫄뫄당 보좌진협의회'는 있지만 보좌진 노조는 없다.


이 법률의 이름에 얽힌 슬픈 사연이 있다. 이 면직 예고제가 도입되는 개정이 2021년 연말에 가결이 되고 2022년 초부터 시행이 되었는데 이 개정 때에 법률의 이름이 현재의 이름으로 바뀌었다. 그 전까지는 무엇이었냐면 그냥 '국회의원 수당등에 관한 법률'이었다. 보좌직원이 약 2700명 정도 실존하지만 그냥 '국회의원 수당등'에서 '등'이었던 것이다. 사람이지만 수당만도 못한 존재.

여튼 위 조항을 읽어보면 감이 오겠지만 그렇다. 직권면직에만 예고제가 생긴 것이다. 그래서 국회사무처는 보좌직원 임용과 관련하여 이런 공지를 걸고 있다. 

페이지 캡처 : https://nas.na.go.kr/nas/bbs/BNAS1020/view.do?menuNo=1800056&nttId=3086820

사무처 인사과가 나빴다는 게 아니고 굳이 저렇게 "일반면직은 당일면직 가능"이라고 써있는 데서 약간 '댁의 사장님이 어느 쪽을 사용하실지 잘 협의 보십쇼'라는 말 같아 보이고 참 아름답다. 내가 심사가 꼬여서 그런 것이 맞다. 그도 그럴 것이 일반(의원)면직이 존재하기는 해야 한다. 왜냐하면 의원실 내 직급 이동일 수도 있고 한 의원실에서 다른 의원실로 이동하는 경우도 존재하는데 이건 예고가 어렵기 때문이다.(강선우 의원이 이런 경우였다고 변명했는데 제 점수는요, '감안해도 지나치게 너무 많다'이다.) 하지만 직권면직이어도 보좌진을 계속 하고 싶은 사람이면 '나 해고 당했소'하면서 나가기가 힘들다. 다른 의원실에도 보좌진으로 지원할 텐데 보좌진 채용에는 평판 정보가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이 포스팅 제목에 대해 답변한다면 난 아니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다. 흔히 '파리 목숨' 비유되는 것이 보좌진인데 면직 예고제가 도입되었으되, 의원이 보좌진 불러다 놓고 "너 내일부터 나오지 마. 처리는 네가 나가고 싶어서 나가는 걸로 하자?"라고 하면 여기 맞서 싸울 수 있는 보좌진이 진짜 몇이나 될까? 사실상의 직권면직인 의원면직 건수는 난 알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면직 예고제 말고 보좌진을 보호할 장치가 전무하냐면 그런 것만은 아니다. 각 정당에는 보좌진 협의회라는 조직이 있고 국회에도 인권센터라는 게 있다. 

2018년 박완주 씨가 보좌진을 강제추행한 사건 이후로 2022년에 와서야 국회에 국회 인권센터가 생겼다. 박완주 씨 때문에 생겼으면 뭔가 그 관련한 굉장하고 막강한 일을 할 것 같지만 국회의원을 조사할 권한 같은 건 없다. 그래도 일단 생긴 뒤에 한국노동사회연구원에 용역을 맡겨 "제1차 국회인권 실태조사 및 인권 기본계획 수립 연구" 같은 것도 만들었다. 하지만 정작 국회 인권 기본계획은 아직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냥 실태조사를 했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고 봐야 한다. 2023년에 나온 이 실태조사 연구는 읽다보면 솔직히 표 몇 개만 봐도 기가 막힌다. 


모집, 채용에서 차별, 합리적 이유 없이 해고 또는 파면 대상 부분에서 의원보좌직과 인턴이 다른 집단에 비해 팍 튄다. 근무평정이나 전보배치, 승진심사 등은 상대적으로 사무처 공무원이나 공무직 노동자에 더 연관성이 높은 분야이다. 다음은 차별 사유인데...

저 압도적인 의원 보좌직 차별 사유 '성별'의 위엄. 인턴의 경우는 버금가는 '비정규직'의 위엄. 채용과 모집에서부터 해고에 이르기까지 더 하찮아지는 존재가 여성이거나 나이가 애매하게 많거나 또는 너무 어리거나 인턴이거나 한 보좌진인 것이다. 

마음만 먹으면 거리낄 것 없이 해고 가능한 직원이라니 사용자가 해이해지기 딱 좋은 조건이고 국회의원을 제재할 수 있는 건 국회의원뿐인데 서로서로는 뭐가 잘못인지도 모른다. 마치 ㄱㅂㄱ가 강선우 의원을 엄호하기로 했던 것처럼. 면직 예고제 조차도 없던 시절보다야 분명 나아졌지만 실제로는 파리 목숨에서 고용 안정성이 뭐 얼마나 나아졌을까 모르겠다. 물론 내가 현직 보좌진이 아닌 지가 오래 되어서 잘 모르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그래봤자 여전히 공사의 경계가 흐린 영감과의 밀접한 관계에서 '이건 아니죠'라고 말할 보좌진이 얼마나 존재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부터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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