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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범죄에 대한 정치권의 '그 태도'

사실 나는 국회 불가촉천민이었을 뿐, 정당 내부의 일은 잘 알지 못 한다. 내가 경험한 정당은 모시던 영감이 당대변인을 하던 시절 자주 만나던 원내 당 공보실, 대변인실 분들 정도이다. 나는 불가촉천민이었기에 필연적으로 그 분들의 처지가 나보다는 나았으므로 나는 늘 그 분들에게도 연민을 받던 처지였지만 여튼 그분들도 정치권에서 일하는 직업인으로서 일정 정도의 고충을 공유하는 사람들이었다.


해당발언은 진짜 어디부터 지적해야 할까.

'언어적 성희롱도 성폭력이고 위법행위다. 이 무식한 새끼야.'라고 욕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인데 벌써 해버렸네? 저런. 


형사처벌만 받지 않으면 땡이라는 저질스러운 사고방식도 구리지만 연루된 사람들은 그 당에서 꽤 이런저런 중요한 역할을 맡은 사람이었다고 하던데 그런 사람들, 잠재적으로 공천을 받을 수도 있을 그런 사람들이 처벌만 받지 않을 위법행위를 하는 건 비난할 수 없다는 정도의 윤리의식을 가진 것도 만만치 않게 최악이다.

솔직히 개인적으로는 조국혁신당에 관심이 없어서 그 당에서 그런 언어적 성폭력 사건이 발생한 걸 모르고 있었다. 그래서 사실 강미정 대변인의 기자회견만 봤을 때는 정확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궁금해졌고 그래서 일어난 사건에 대해 알아보는 수준이었다. 그러다 당에서 강미정 전 대변인의 사퇴 기자회견 내용에 대한 '팩트체크'라며 틀린 부분을 정정하려는 시도를 한 것을 보았다. 그것까지 읽고나니 정말 상황이 굉장히 명확해 보였다. 


그런 행위는 내가 아는 기성 정치권의 어떤 전형적인 틀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은 지극히 구태스러운 태도였고 나의 편견과 어우러져서 당이 계속 저런 태도였기 때문에 강미정 전 대변인과 다른 피해자들이 다 보호 받지 못 했다고 느낄 수밖에 없게 만들었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 태도'라는 건 이런 것이다. '정치권에서 이런 일 비일비재한데 그때마다 문제제기 할래? 아 여자들은 이래서 피곤해. 안 그래도 지금 상황 안 좋은데 너까지 그래야겠어?' 이런 티를 풀풀 내면서 절차대로 해주긴 할게, 선심쓰듯 나오는 것이다.

그렇게 당이 똑바로 해야 할 일을 안 하고 있는 상황이 지속되고 직장 내에서 이 피해가 구제될 것 같지 않다보면 '아 대표 대행체제라서구나. 조국 전 대표가 복귀하면 좀 사정이 나아지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이 피해자들로서는 당연한 사고의 흐름일 것이다. 그런데 사퇴한다고 발표할 때까지 약 삼 주라는 시간이 있었지만 달라지는 게 없었으니 "침묵도 제가 해석해야 할 메시지"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근데 거기에 대고 페이스북에 찌끄린 말이 고작 '제가 당원이 아닌 신분이어서 어쩌고'라니. 당원도 아닌 양반이 출소하는 데에 버선발로 달려나간 그 당의 국회의원을 포함한 수많은 당원은 다 무엇이며, 지나가는 사람 아무나 막고 물어봐도 조국혁신당에 조국 전 대표가 공식적으로 당적이 없었다고 한들 조국이 그 당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당 이름에 혁신이 붙었는데 그 안의 사람들이 내부에서 일어난 성폭력 범죄에 혁신과는 거리가 먼 구태의연한 변명과 책임회피만 하고 있으니 참으로 '혁신'이라는 말의 오염이 될 만한 사건이 아니라 할 수 없다.

차제에 남녀고용평등법 상에서도 현재 직장 내 성희롱으로 사업주가 과태료를 물거나 하게 되어 있는데 벌금으로라도 형사처벌이 되게 개정을 하는 방안도 생각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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