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는 노래가사가 아니고 '내가 알던 국회가 아냐'인 것 같다. 내가 알던 국회와 요즘 국회가 다르다는 걸 종종 체감해서 요새는 '국회는 통상 이렇습니다'라고 말하기 조심스러워졌다. 그렇게 생각하게 된 큰 계기는 사실 이 썰 때문이었다.
이 썰을 어떤 국회의원 인터뷰에서 접했는데 지금 그 영상이 뭐였는지는 정확히 기억이 안 나고 같은 내용의 인터뷰를 찾아냈다.
| 출처 : https://news.bbsi.co.kr/news/articleView.html?idxno=3152577 |
흔히들 정치혐오에 대한 대표적인 문구로 '다 거기서 거기다', '싸우는 척해도 다 한통속이다'는 말이 있었다. 요새는 내란 순장조가 내란을 일으키는 바람에 그게 아니라는 걸 아는 시민이 과거에 비하면 비약적으로 늘어나서 그런 얘기를 잘 하지 않기는 하지만 그러한 예시로 많이 입에 오르내리던 썰이 저런 종류였다.
(김희정 씨도 3선씩이나 됐기 때문에 국회에 대해 잘 몰라서 용어를 멋대로 쓰고 있는데 이 블로그를 보고 계신 여러분은 이 포스팅을 보셨을 거라 생각하고 (당연히) 3선 뺏지보다 국회에 대해 더 잘 아실 수 있다. 상임위 정회했을 때를 정전, 휴회라고 틀리게 말했는데 상임위 회의를 하다가 잠시 쉬는 건 '정회'라고 한다. '휴회'는 금회 본회의와 차회 본회의 사이 쉬는 기간을 말한다.)
상임위 전체회의 중에 정회를 하면 내가 일하던 때에는 영감들이 소회의실을 휴게실로 사용했다. 여야의 구분 없이. 물론 삼삼오오 모이는 건 당별로 모일 수도 있겠으나 아예 공간 자체를 분리하지는 않았었다. 그러다보면 직전까지 언성을 높이며 싸웠더라도 반강제로 코쓱머쓱 하면서 분위기가 누그러지게 마련이다. 계속 싸워도 되지 않느냐, 뭐가 꿇려서 그러느냐, 생각할 수도 있다. 최근 제21, 22대 국회를 연속으로 민주당이 과반의석이어서 이게 안 와닿을 수 있는데 제18, 19대 국회는 전부 구 민정당 현 내란 순장조가 다수당, 제20대 국회는 제3당인 초록색 국민의당을 두고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122대 123이었고 716, 503 재임기간이던 점을 깔고 봤을 때 이게 어느 쪽이 아쉬운지 잘 생각을 해봐야 한다. 교섭은 아쉬운 쪽이 매달리게 되어 있는 거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그때는 민정당 놈들이 나랏돈 빼먹을 도둑놈 정도인 줄 알았기 때문에 '아무리 그래도 이건 좀 너무 심하지 않느냐', '니들 해쳐먹을 만큼 해쳐먹었으면 이 정도는 받아줘라' 식으로라도 협상을 하면 먹히는 면이 있었다. 그래서 약간 약속대련처럼 보이는 데에서는 치고받고 싸우고 뭔 난리를 피우더라도 링 밖에서는 밥도 같이 먹고 축구도 같이 하고 야구도 같이 하고 사우나도 같이 다니고 회관에서 본청 오갈 때 같이 걷기도 하면서 교류를 했었던 거다. 외부에서 국회의원들을 볼 때 언행이 좀 선명하지 않으면 다 사쿠라 같아 보이긴 하지만 이게 완전히 좋은 쪽으로 뭘 한 번에 바꾸는 것이 여건 상 어려울 때 '야 이거라도 받아줘'라도 하려는 수면 아래의 발버둥도 있다는 거다. 물론 이게 각도를 조금만 틀면 바로 야합이 되기도 하지만.
어쨌든 제21대 국회가 어떻게 시작했는지를 지금 복기해본다면 당시 내란 순장조 이름인 미래통합당이 원구성 협상을 끝까지 안 받아줘서 민주당이 헌정사상 최초로 단독개원을 했다. 17개(+1 예결위) 상임위를 전부 민주당에서 위원장을 맡아 약 일 년 동안 의사일정을 소화했다. 내란 순장조는 2020년 7월에 국회로 복귀했으나 2021년 8월말에 가서야 상임위원장 7개를 가져오게 되었다. 더불어민주당 단독과반으로 가능했던 일이었고 2020년 6월 개원부터 2021년 8월 사이에 민정당은 미래통합당에서 국민의힘으로 간판을 갈기까지 할 정도의 기간이었다.
짐작컨대 제21대 국회부터 여야가 상임위 휴게실을 따로 썼다는 건 이 극단적인 상황에서부터 비롯된 것이었지 싶다. 내란 순장조에게 제21대 총선부터 일어난 일들을 생각해보면 당시 민정당의 대표는 요즘 부정선거로 유명한 황교안 씨인데 이때부터 아스팔트 세력과의 직접적인 결합이 시작된다. 부정선거황 씨는 본인도 서울 종로에서 낙선한 것과 함께 103석에 그치는 참패를 맞게 된다.
| 제21대 총선 지역구 카토그램 지도 |
지역적으로 포위된 정당의 모습이 이때부터 나타나고 아스팔트 세력, 종교세력과의 결합은 코로나19 정국부터였으니 이때부터 뺏지들은 선명성 경쟁을 해서 두각을 드러내야 생존하겠구나, 라는 판단을 내린 것 같다. 그러니 무려 '여당이 단독개원을 감행'하는데도 몽니만 부리다가 아무것도 못 하고 슬그머니 한 달만에 복귀해서 상임위원장 자리 돌려달라고 징징거리기나 하게 된 것이다. 원내에서의 일이 중요하지가 않게 된 거다. 나랏돈 슈킹, 이권 챙기기도 전보다 수월하지 않으나 뺏지는 유지를 해야 하니 지역에 틀어박히든지 아스팔트 지지자 또는 종교세력과 끈끈해지든지 각자 살 길을 찾게 된 거다. 그러면서 이제 이 수모를 어떻게든 되갚아주겠다고 이를 갈며 메시아를 찾았으니 그게 윤새끼였던 것이고.
| 제22대 총선 카토그램 (출처 : 중앙일보) |
그러면서 이제 제22대 총선까지 시워언하게 쳐말아먹은 거다. 제21대 때보다 지역적으로 더 포위되었음은 말할 것도 없다. 제22대 국회 개원과 윤새끼의 재임기간은 그리 멀지 않은 과거이니 그자들의 행태를 굳이 서술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 당 뺏지들 사정이 저러한데 '좋은 게 좋은 거 아닙니까'식의 교섭이 될 수 있을 리가 있나. 유례 없이 수많은 검사 나으리들이 공천된 내란 순장조에서 검사 출신 뺏지들이 원내로 들어와 디폴트 방자함을 뽐냈으며 거기에 윤새끼 측근들까지 더해져서 소수당 주제에 위세를 부리고 다녔다. 윤새끼의 거부권과 과감하게 겁대가리를 상실한 슈킹의 콩고물을 기대하면서.
이러니 같은 공간에서 차를 마시며, 수다를 떨며, 이건 좀 봐달라 설득하며, 밥도 같이 먹고 공도 같이 차며, 뭐 이런 게 가능하지 않았을 거라고 본다. 애초 한쪽은 비상대권을 운운하는 윤새끼를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는데 곧 친위 쿠데타 성공해서 영현백에 넣어버릴 상대와 굳이 교섭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 했을 수도 있다. 상대방이 그럴진대 민주당이라고 뭐 교섭할 필요가 있었겠는가. 이러니 본회의장에서 '차라리 너 그때 죽었어야 했는데'식의 말을 하고도 철판을 까는 오늘날이 온 것이다.
그리하여 이제 내가 알던 뺏지들 사이의 그런 모습은 없어졌고 전에 알던 국회가 아니게 됐다.
어서 저 내란 순장조가 위헌정당해산심판을 받아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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