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구 국회의원은 진짜 축사를 쓸 일이 많다. 아마 요즘 통일교 행사에서 누가누가 축사를 했니 마니 하면서 이러쿵 저러쿵 말이 많아서 축사 그게 뭔데? 싶을 거 같다.
결론부터 말하면 축사는 의미가 진짜로 있을 수도, 진짜 단순 관례적인 것일 수도 있다. 케바케, 사바사, 건바건이다.
왜냐하면 국회의원실에는 진짜 많은 축사 요청이 들어오고 어지간 하면 다 해준다. 내가 써본 축사만 해도 생활체육회 산하의 수많은 종목별 지역지부 춘계/추계/신년/연말 총회, 조기축구 대회(리그) 개/폐막식, 생체 종목별 대회 개/폐막식, 라이온스클럽, 4H클럽, 로타리클럽 등의 총회, 온갖 종류의 지역축제 개/폐막식, 유치원/어린이집 학예회와 졸업식, 초중고교 입학식/졸업식, 국회의원상 시상하는 대회나 공모전 프로그램 등 정말 온갖 축사 요청이 다 들어온다. 축사를 진짜 쓰다가 쓰다가 너무 쓸 말이 없고 내가 일일이 그 단체에 대해서 잘 아는 바가 없어서 막히면 예전에 다른 의원실은 축사를 어떻게 쓰는지 자료를 수집하곤 했었다. 친한 선배들한테 참고할 만한 파일 좀 보내달라고 하기도 하고 다른 의원실 블로그를 뒤지면서 혹시나 축사 영상이나 텍스트를 올려둔 게 있는지 뒤지기도 했다. 그러다가 뭘 찾았었냐면...
지금까지 수정을 안 한 나의 북마크 국회 폴더 중 일부인데 당시 김학용 의원실 사이트에 축사를 모두 올려놓았었다. 세상에 이렇게 감사할 데가 있는지. 사실 로타리클럽이라든지 생체회나 학교, 이런 곳은 내용이 일정할 수밖에 없는데 가장 난감한 종류가 지역축제 같은 지역색이 강한 것들이다. 내가 지역구에 대해 완전 속속들이 잘 알면 모르겠지만 평생 거기 산 사람보다 잘 알 수는 없으니 더듬더듬 검색해서 할 말을 찾는 것인데 그렇게 해도 진짜 완전히 막히는 때도 존재한다. 도대체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조차 막막한 경우. 내 경우에는 지역구에 축제 중에 무슨 음식메뉴 축제가 있었다. 지금이야 김천의 김밥축제 같은 게 유명하고 그리고 그 축제는 아이디어가 기발하니까 뭐라도 할 말이 있는데 당시 우리 지역구는 진짜 외지인은 하나도 모르는 그런 축제였어서 (지금도 하는지도 모르겠다) 정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감이 전혀 안 왔다. 그래서 저 의원실 축사를 뒤지다보니 저기도 약간 비슷한 지역축제 축사가 있어서 겨우 참고해서 작성을 했던 기억이 있다. 그 감격스러운 마음을 담은 북마크 제목이 저거였다. '사랑해요 보좌진'
다시 돌아와서, 국회 불가촉천민이었던 내게 '축사 쓰기'라는 업무가 주어진 데에서 눈치 챘겠지만 이것은 어느 정도 정해진 포맷에 의례적인 멘트를 채워넣는 단순 업무에 가깝다. 그렇기 때문에 축사를 했다는 것보다 그 내용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나 과거에는 참석해서 하는 축사와 인쇄물에 실리는 축사 두 가지로 나뉘었다면 팬데믹 이후로는 특히 영상 축사가 널리 퍼진 모양이다. 참석 못 하니까 축사 못 한다, 텍스트만 보내면 안 되겠냐는 변명이 통하기 더 어려워진 거다. 그러니까 이제 모든 '관례 상 그렇게 해왔다'는 변명은 내용을 잘 봐야 이게 진짜 관례인지 아님 뭐가 있는 건지 살펴봐야 할 것 같다는 거다.
그런 점에서 이런 경우는 확실히 문제가 있다고 봐야할 것이고.
그 관점에서 동일하게 본다면 아예 '그 시간에 그 장소에 있지도 않았고 나는 성당에 있었다'는 주장은 굉장한 자신감의 표현이라고 보는 게 타당할 것이다. 그럼 민주당은 어쩔 셈으로 특검을 받기로 했냐고? 자체적으로 좀 돌려본 것 아닐까? 진짜 문제될 만큼 관여를 한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를. 털어봤자 대마는 안 죽는다는 확신이 있었으니까 받았지 싶다. 그러니까 묻고 더블로 가는 것까지 공세적으로 가는 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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