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2일 본회의를 통과한 아청법 개정안에 대해 조금 이야기 해보고 싶어서 가져왔다. 바로 이것이다. [2214190]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대안)
이 법안은 정춘생 의원과 김한규 의원이 각 발의한 아청법을 병합하여 심사한 법안이다. 대안의 제안이유를 먼저 보자.
현행법은 아동·청소년을 성착취물 제작자에게 알선한 자, 아동·청소년의 성을 사는 행위 또는 아동·청소년성착취물을 제작하는 행위의 대상이 될 것을 알면서 아동·청소년을 매매 또는 이송한 자, 아동·청소년 성매매에 사용될 것임을 알면서 자금·토지 또는 건물을 제공한 자 등은 처벌하도록 하고 있는데, 기본적으로 고의범만 처벌하는 우리 형사법 체계에서 “알면서”라는 문구가 오히려 수사기관이 더 높은 입증책임을 진다거나 처벌 대상이 줄어든다는 오해를 가져올 수 있으므로 이를 삭제함.
또한, 친족에 의한 성범죄는 친족관계라는 특수성으로 인해 범죄가 은폐되거나 피해 사실에 대해 침묵을 강요당하는 경우가 많음. 이로 인해 피해자가 신고하고자 하는 때가 이미 피해 시점으로부터 상당 기간 경과한 경우가 많고, 공소시효 만료라는 벽에 부딪힐 경우 처벌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게 되므로 아동·청소년에 대한 친족관계에 의한 성범죄에 대해서는 공소시효를 적용하지 않도록 하려는 것임.
이중 정춘생 의원이 발의한 법안의 내용 부분이 전에 말한 적 있는 아동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친족성폭력 범죄의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내용이며, 김한규 의원이 발의한 법안의 내용이 바로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제작자 및 알선자, 성매수자 등을 처벌하는 조항에 들어가 있는 '알면서'라는 문구를 삭제하는 내용이다. 이게 왜 굳이 개정할 거리가 되는가에 대해서 설명을 조금 해보겠다.
1. '알면서'라는 문구의 유무가 원래는, 원래의 원래는, 있으나 없으나 별 차이가 없어야 하는 게 맞다. 기본적으로 한국의 형법 체계는 예외적인 몇몇 경우를 빼고는 기본적으로 '고의로 저지른 범죄를 처벌한다'는 게 원칙이다. '고의'라는 게 바로 '행위의 결과가 어떨 것인지를 알면서 일부러 범죄를 저지른다'는 뜻이다. 그래서 특별한 규정을 해두지 않으면 '알면서' 같은 말이 없어도 한국의 형사사법체계는 고의범을 가려내어 처벌한다. 따라서 있으나 없으나 한 표현이다. 통상 이러한 표현은 '다듬는다'. 괜히 시민의 혼란을 유발할 수도 있기 때문에.
2. 아청법 상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의 제작이나 아동·청소년 성매수 행위, 그러한 범죄에 동원되는 자금이나 장소를 제공하는 적극적 행위를 한 자를 처벌하자고 만든 조항들인데 저 '알면서'라는 문구의 존재로 인해 수사기관의 입증책임이 늘어나버리는 부작용이 발생하여 공범들이 무죄를 받는 사례가 생겨났다.
2-1. 네이버에 가서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무죄'로 검색하면 이 '알면서'가 어떻게 악용되고 있는지 아주 잘 알 수 있다.
2-2. 변호사들이 '내 의뢰인 친구에게 영상 장비는 빌려주었지만 그게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제작에 쓰일 줄 알고 그랬다는 증거를 가져와봐!'라는 전략으로 무죄를 받아내는 경우들이 있다.
3. 이미 비슷한 맥락에서 성폭력처벌법 상 딥페이크 성범죄 처벌 관련 규정은 2024년 개정 때 '알면서'를 삭제하였다.(이 개정안은 룸준석이 '반대'한 것으로 꽤 유명한 법안이었다.)
이에 대하여 발의자인 김한규 의원이 여가위 법안소위에서 발언한 내용을 옮겨보도록 하겠다.
'알면서'라는 말이 없어도 고의범을 처벌할 단서는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그리고 보론으로 다른 의원들의 굉장히 수준 높은 토론을 함께 보자.
| 놀랍게도 17개 위원회 중 가장 수준 높은 토론을 늘 유지하는 곳이 여가위이다. |
'알면서'가 삭제되기 전이나 후나 어차피 '고의범만 처벌'하는 것은 같다. 그러나 사실상 수사기관의 입증책임을 더 세게 부과하는 식으로 작동해온 '알면서'가 실질적으로 삭제되었으니 이제는 입법자가 보통의 고의만 입증하면 족하도록 하는 의도를 가지고 개정했으니 법원의 판결도 이 의도를 반영하여야 할 것이다.
오... 여가위 수준이 굉장히 높은데요? 몇 번 읽고 나서야 무슨 뜻인지 알아들었어요
답글삭제한국이 기울어진 운동장인 건 명확하니, 사법부가 법안 변경의 의도를 잘 헤아리고 판결해주길 바랍니다
물론 지금 사법부 돌아가는 꼴 보면 쉽지는 않겠지만요.,....(흐린눈)
저도 회의록 읽을 때마다 놀라요. 여가위는 토론 수준이 굉장히 상향평준화 돼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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