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복당을 논할 때인가? 물론 타이밍도 심각하지만 뭔 복당? 뭘 해결했는데?
복당 얘기가 왜 나왔는지 찾아보니 기가 막힌다.
조국혁신당은 2025년 9월 12일 오전 전 당원을 대상으로 문자메시지를 비대위원장 명의로 발송했고 그 내용을 '언론 공지'를 통해 공개했다. 언론 공지. 아름다운 공지이다. 결코 당의 공식 채널을 통해 확인할 수는 없지만 언론들은 전달 받는 그런 공식 입장. 여튼 전문을 구하지는 못 했으나 여러 언론에 공통적으로 보도된 내용을 보면 이러하다. 빨간 부분은 나의 첫 반응.
— 다시 한번 피해자분들께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 그걸 왜 전 당원 문자로???)
— 피해자분들의 모든 것들이 제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끝까지 노력하겠다 (누가 언제 무엇을 어떻게?)
— 피해자분들과 조국혁신당이 함께 회복되는 공동체의 길을 반드시 걸어나가야 한다
— 당이 반성 속에서 거듭나고, 피해자분들이 당을 신뢰하게 될 때, 비로소 우리 공동체는 탄탄해질 수 있다
— 그러기 위해 먼저 피해자들을 향한 2차 가해를 멈춰야 한다
— 당헌·당규를 개정하겠다
— 앞으로 성 비위 가해자는 물론 2차 가해 행위자에 대해서도 중징계 처분을 강력하게 내릴 것
문자는 이렇고 언론 공지 내용에는 이런 것도 있었다.
— 일부 언론과 유튜브의 악의적인 보도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방침 (??????)
— 정략적 의도를 가지고 사실과 추측을 섞어 유포하여 갈등을 조장하는 행위를 더는 묵인하지 않겠다 (그러는 유튜브가 없다곤 못 하겠지만 욕 쳐먹을 짓을 하셨을 땐 욕을 좀 잠자코 쳐드실 순 없는 건가요?)
— 강미정 전 대변인의 탈당은 온라인 탈당 신청 절차를 통해 이뤄졌기에 당에서 탈당을 보류할 기회가 없었다 (이제 와서?)
— 조 위원장은 취임 직후 모든 규정을 활용해 이 문제에 대한 조치를 할 것 (그 규정이 없다며. 김선민 권한대행 사퇴하면서 남긴 글에 있던데?)
— 조 비대위원장은 강 전 대변인이 다시 대변인으로 활동하길 원한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갖고 있다 (???? 탈당이 뭐 한 달 전이야 두 달 전이야? 지난 주야. 뭘 했다고 복당을 운운해??????)
— 조 비대위원장은 강 전 대변인이 원하는 때 언제든 다시 만나고 싶다고 밝혔다. 이미 조 위원장은 다양한 방법으로 이런 의사를 강 전 대변인 측에 연락했다 (만나잘 땐 씹더니 안 만나고 싶다는데 왜 괴롭혀?????)
강미정 전 대변인의 인터뷰를 보아도 그렇고 저 위의 페이스북 글을 보아도 그렇고 사람이 참 점잖게 행동한다. 나였으면 지난 4월에 공개적으로 문제 제기한 다음에 9월이 되기까지 피해자 방치한 당이 발등에 불 떨어졌다고 어이쿠 하고 사흘만에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책임지고 지도부 사퇴'라는 것을 때리고 그로부터 고작 나흘 뒤에 다른 누구도 아닌 조국 씨를 비대위원장으로 추대(단독 추천 및 당무위 선출 형식이지만 뭐가 다른가)하는 아주 멋진 일을 한 당에서 전 당원 대상 저런 문자, 언론을 상대로 복당을 운운해서 또 종일 기자들 전화에 시달리게 만드는 짓거리를 하면 빡쳐서 쌍욕 박을 거 같은데. 진짜 참 사람이 점잖으신 듯.
4일 기자회견 이후 당의 첫 반응이 나온 뒤부터 나는 '누가 진짜 썁새끼인가'를 지켜보고 있었다. 아무래도 신생정당이고 조직이 아직 작으니 모든 체계가 잘 잡혀있을 리 만무하다. 하지만 피해자들이 이토록 자신을 불태우는 일까지 감행하도록 일을 이렇게 만든 썁새끼가 있을 것 아닌가. 그게 알고 싶었다.
일단은 당의 첫 반응부터가 너무 '산재처리를 너무 안 해주고 싶은 억지춘향 사측의 행태' 그 자체였다. '우리가 법에 있는 대로는 다 협조했는데 그래도 피해자 너희들의 마음을 달래기엔 역부족이었던 거 같네 쏴리' 이 정도 느낌? 문제를 '할 도리는 다 했는데 씅에 안 찬다고 떼쓰는 피해자 니들 잘못'으로 축소 시키고 싶다는 뉘앙스를 풀풀 풍기고 있지 않은가. 이 뉘앙스도 처음에는 '에이 설마 그 정도겠어?'라고 선해를 하고 싶었다. 그런데.
출처 : 조국혁신당 공식 사이트 공지사항 캡처 |
나의 삐딱선이 아니고 그것이 당 지도부의 태도였구나, 라는 생각에 무게가 기울었다. '물러남으로써 책임을 다 한다?' 무슨 책임을 다 하지 않은 건지를 저렇게 써놓고?
그 다음에 조국 씨가 페이스북으로 한 짓도 기가 막힌다. 경청 어쩌고 하며 프사를 바꾼 대목에선 아 진짜 나르시시즘이 무섭다는 생각이 언뜻 뇌리를 스쳤는데 여러 차례 전화를 했는데 연락을 안 받아준다고 구질구질하게 새벽 세 시에 '자니' 문자 보내는 구 남친 같은 짓거리를 하며 말로는 '제 부족함 탓이다' 같은 하나마나 한 소리를 하는 데에 가서는 이 사람은 진정으로 뭐가 문제인지를 아예 모르는구나 싶어졌다.
'아 이러니까 11월 전대에 당 대표로 출마할 거면서 9월에 비대위원장을 맡는 타이밍 가출한 정무적 판단을 할 수 있는 거구나!' 수수께끼는 모두 풀렸다고 말하는 김전일처럼 뭔가 깨달음이 왔다. 이런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된다는 것 아닌가. 진짜 큰일이다. 어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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