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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고사가 가져온 나비효과

아무런 학술적인 근거는 없는 나의 뇌피셜이지만 현재 20~30대, 남성의 다수가 8.34를 지지하고 남성이 아니더라도 대체로 '능력주의는 공정하다'고 신봉하는 가치관을 지닌 코호트의 배경에는 716이 부활시켰던 '일제고사'가 있다고 보는 편이다. 순전히 나의 느낌적 느낌이므로 반박과 이견과 과학적 분석과 전문가의 식견이 있을 것 같은데 일단 이것은 순전하게 나의 사고과정만을 거친 편협한 생각임을 처음에 확실하게 밝혀두고 진행해보려고 한다. 



관련 한겨레 기사 참고


인수위 때부터 어륀지니 뭐니 오바쌈바를 떨던 716의 취임 1년차인 2008년 일제고사가 부활했다. 이후 초등 일제고사는 2013년에, 중등 일제고사는 2017년에 폐지되었다. 부활 일제고사 세대는 1992년생부터 2004년생까지를 포함한다. 딱 지금 20~30대다. 

기사 참조 : 오마이뉴스

썅대남 문제는 당연히 플러스 알파로 더 심각한 이유가 있지만 지금 여기서 하고 싶은 이야기는 그보다 좀더 넓은 연령 코호트의 능력주의 선호 성향 이야기이다. 훨씬, 덜하다고는 하지만 위의 한겨레 기사에 나오는  썅대남이 아닌 젠더의 동일 연령대 코호트도 능력주의를 더 선호하는 경향은 확고하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해서 능력주의를 선호하는 세대에 대해서 뭐 실망이라거나, 생각을 고쳐 먹으라고 꼰대질을 한다거나 하기 위해서 이 포스팅을 쓰는 것은 아니다. 기성세대로서 20대가 왜 그럴까, 하고 안타까워 하거나 '예비 노동자들이 그렇게 계급 자각이 업써!'하며 갑자기 호통 치기보다 수오지심을 느끼고 좀 반성했으면 하는 그런 마음에서 쓰게 됐다.

그건 마치 통금시간 저녁 6시, 외박 금지, 이성교제 금지로 딸을 키워놓고 학교 졸업하자마자 결혼 시켜 손주 타령을 해대는 보호자와도 같은 심보로 보이기 때문이다. 공부 잘 해서 시험 점수가 잘 나왔느냐 아니냐로만 줄을 계속 계속 세우고 그게 세상에서 유일무이한 공정함인 것처럼 생각하게 하는 교육으로 애들 내내 키워와놓고 갑자기 '야, 그 외의 세상이 있는데 왜 모르냐?' 라고 타박하는 것이 어른으로서 온당한 태도는 아닌 것 같다.

맨위 짤방에서 나온 인천공항 비정규직 문제 때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계급화 해서 받아들이고 어쩌고 이러쿵 저러쿵 하는 것도 물론 지적을 해야 할 문제이긴 하고 그래야만 하기도 할 것이다. 근데 비정규직이 불안정한 만큼 급여를 더 줘야 하는 기본 법칙을 기성세대가 만들어온 사회가 안 지켜온 세월이 벌써 오래 되었기 때문이지 않나? 최근에 태어난 세대는 이미 그런 환경이 된 다음에 태어나고 자란 세대다. 비정규직 차별이 당연한 세상에서 태어난 세대가 그렇게 인식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하지 않은가?

사실상 한국의 청소년들이 엄청나게 자살률이 높고 불행하다는 걸 생각해보면 생각은 더 복잡해진다.

현실에서 작동하는 것은 가정에서 보호자가 통제하는 것이지만 사실은 사회가 아이들을 초등학교 때부터 성적으로 줄을 세우고(그것도 전국단위로) 사람의 급을 시험성적으로 나누는 걸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만들어 놓고 성적을 높이기를 강요했잖은가. 다른 거 다 미뤄두고 행복 같은 거 포기하고 공부만 하라고 그렇게 하면 대입은 어차피 또 성적순으로 끊을 거고 좋은 직장의 정규직 자리도 시험 봐서 공부 잘 하는 애들이 붙을 거라고 하는 그런 논리로 자라나는 세대를 내내 세뇌한 것이 바로 일제고사의 존재고 또 대입의 존재다. 


그리하여 이런 줄 세우기와 억압이 만드는 아주 최악의 부작용이 있다. 바로 '억울함'.

'내가 개고생 했으니 여기서 오는 리워드는 평생 나를 따라와야 함. 다른 루트로 같은 리워드 타가는 건 반칙' 이런 생각을 하도록 만든다는 거다. 이런 데다가 경제 불황이 길어지고 계급 간 사다리가 거의 사라지게 되니까 이 세대는 '생득적인 것'에 꽂히는 경우도 많아 보인다. 가령, 태어나길 '애초에 있이 사는 집에 태어나는 것에서 오는 유리함은 어쩔 수 없잖아'라는 식. 집안이 원래 부자가 아니면 부자로 진입하기 어려우니까.

그러니까 되게 혼란스러운, 상대적이면서 선택적인 능력주의이고 공정함이 된다.

썅대남이라면 병역비리에 다 욕하고 화내는 것 같아도 연예인이나 죽도록 잡도리하지, 재벌3세들이나 기회주의 극우 정치인 자녀들이 이리저리 피해가면? 부러워 한다. '그건 뭐 어쩔 수 없지.'

자랄 때 계속 '공부를 열심히 하면 리워드가 뒤따름' 이라는 논리를 주입한 인셀들은 본인들이 무언가를 한 리워드로 연애상대를 득할 수 있다고 믿었지만 연애란 게 그렇지가 않은 게 당연하다. 하지만 이런 현실은 또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러니까 나에게 여자가 공급되지 않는 건 공정하지 않다 생각하고 여자가 너무 미워진다.

정규직/비정규직 차별을 순순히 수용하는 건 생득적인 게 아닌데 왜 그러냐고? 대입을 하고도 노오력의 세계가 끝나지 않아서 취직까지도 노오력을 해야만 하는데 조부모가 건물주면 그렇게 걱정 안 해도 되겠지만 내 처지는 생득적으로 그렇지가 않고 (지금은 아니지만 언젠가 내가 될) 정규직의 안정적인 리워드가 언제까지고 안정적으로 변별력 있게 유지되어야 한다는 흐름이다. 마치 내가 언젠가 부동산 부자가 되어야 하니까 집값이 높아지는 것에 영원히 찬성하고 표를 주는 세입자 같은 느낌인 거다.

본인들 주장으론 페미니즘 한다는 ter들이 대체 왜 저렇게 생식기에 집착할까에 대해서도 계속 생각해봤다. 그래서 내린 잠정적 결론은 타고난 생식기가 여성인 걸 생득적 이권으로 생각하고 싶어하는 것 외에 설명이 불가능하지 않나, 하고 있다. 타고난 건 '어쩔 수 없는' 영역이니까. 언터처블 기득권이라는 논리다.

기계도 아닌 사람한테 '스펙'이라는 말 써가며 사양을 가리고 따져온 기성세대가 갑자기 '시험성적보다도 실무경험이 중요하단다.' 같은 말을 갑자기 해봐야 좀 안 먹힐 이야기 같다는 생각이들어서 진짜 좀 머리가 어지럽다. 

역시 이 답 없는 고민만 나열한 엉망진창 포스팅을 제대로 된 결론이나 대안도 없이 마무리할 방법은 이 짤방뿐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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