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불가촉천민으로 살다가 쫓겨난 사연에 대하여 10년이나 지났으면 말해도 되지 않나 싶다. 뭐, 국회에서 이제 일할 수도 없고 이제는 늙고 지쳤고 다 지나간 일이니까. 하지만 그래도 무서워서 풀네임 언급은 전부 피하도록 하겠고 혹시나 내 기억에 오해가 있다면 님들 기억이 다 맞다.
왜냐하면 정말 난 그 일을 좋아했거든 |
사모가 정말 최악이고 여혐이 독처럼 내 건강을 좀먹던 방에서 짤려서 국회를 탈출했던 당시는 2014년7월이었다.
그 6월에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있었다. 그리고 모 인기 팟캐스트에서는 전국의 출마한 후보의 정보를 소개하는 시리즈를 5월부터 업로드하기 시작했다. 당연히 정치 고관여층인 나는 당연히 그걸 열심히 들었었고 또, 정치 고관여층이자 동시에 업계 종사자로서 읍내에서 이러저러한 코멘트를 많이 달았었다.
에피소드 중에 어느 후보의 경력을 소개하면서 수상이력에 모 NGO에서 주는 우수의원상을 수상했다는 내용이 있었다. 나는 그 NGO에 대하여 조금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마지막 짤린 방 말고 그 전에 일했던 방에서 그 NGO 대표 내외가 정말 귀찮게 의원실, 또는 보좌관에게 전화를 오지게 해대면서 그 무슨 상 같은 거 드릴 테니까 민원 좀 들어달라고 했던 걸 눈과 귀로 보고 들었었고 실제로 의원실에 찾아오기까지 했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정확하게는 그 NGO보다는 거기서 국회의원들한테 수여하는 그 상이 어떤 식으로 거래되는 건지를 알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에이 트잉여 한 마리에 불과한 나를 어떻게 찾겠어' 라는 안이한 생각으로 읍내에서 그 NGO를 저격해서 트윗을 작성했다. '그 NGO는 국회 주변에 좀 질이 좋지 않은 단체다' 뭐 이런 식으로 썼던 기억이 난다. 근데 그게 그 팟캐스트에 소개가 됐다. 그러다보니 포털에 그 NGO이름과 깡패 뭐 이런 식으로 연관검색어가 되어버릴 정도가 됐던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 모든 일을 과소평가했다. 왜냐하면 나는 존재조차 미미한 불가촉천민이었으니까. 그런데 며칠만에 건너건너 어떻게 알게 된 의원실 비서관 분이 '거기 NGO에서 마저리 비서님에 대해서 물어보던데요?' 하는 것이다. '뭐지?' 싶었지만 별일이야 있겠나 싶어 넘어갔는데 며칠 뒤 본청에 수행을 갔다왔는데 보좌관이 나를 잠깐 보자고 했다. 영감이 없는 의원실에 들어가더니 내 읍내 트윗들을 종이에 잔뜩 출력해서 내게 들이밀었다. 그 NGO에서 의원실에 '니네 방 인턴이 우리 단체에 대한 허위사실 비방을 퍼뜨렸으니 책임져라'라는 식으로 보좌관한테 찌른 것이다. 안 그래도 내가 눈엣가시 같았던(이렇게 된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아무튼 그랬다.) 보좌관은 그 NGO와 상관없이 내가 숨쉬듯 내뱉어둔 영감, 보좌관, 사모, 기타 여러 관련 욕을 전부 뽑아서 영감한테까지 보고했다. 영감이 와서 면담을 하게 됐는데 종이에 출력된, 그것도 그 개저씨들 노안으로도 보기 좋게 크게 출력된 내 트윗들을 보면서 이게 정말 내가 했던 너에 대한 경멸들이야, 라고 하나씩 설명해주는 과정을 거쳤다. 어차피 나가게 된 거 그냥 속 시원히 '그동안 너 개빻았었어'라고 설명해주었다.
소문이 빠른 회관. 이미 내 소식이 쭉 카톡으로 퍼졌고 자주 이야기 나누던 동갑내기 친구 인턴이나, 몇 년씩 알고 지내던 사람들도 갑자기 톡에 답이 없었다.
어쨌든 그 날로 면직 신청을 하고 집에다가는 별말 않고 사고쳐서 짤렸다고 했다. 아마 어렴풋하게는 뭔지 알았던 것 같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가족들은 SNS에 나만큼 관심 있는 사람이 없어서 사건의 본질에 대하여 이해하고 있었을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내가 추가로 해결해야 할 일이 있었다. 짤리는 건 짤리는 거고 어쨌거나 나를 가지고 의원실에 양아치짓을 했으니 그걸 내가 해결해야 했었다. 직접 그 NGO의 사무실로 찾아가서 무조건 제가 죄송하다고 조아렸고 내가 잘 모르고 한 말이며 난 이미 짤렸으니 의원실에 대해 불이익을 주지 말라고 했다. 내 트윗도 다 삭제했다고.
여튼 그게 7월초였다. 그 팟캐스트에 내 트윗이 소개된 에피소드가 업로드된 게 6월 하순이었다. 내가 트윗을 쓴 건 5월 하순이었고. 그러니까 그 NGO는 언제 인지했는지까진 모르겠지만 내 트윗을 엄청 곡괭이질을 해 온갖 단서를 뒤져서 내가 어느 방에서 일하는지를 알아내고 그 근처 자신들이 아는 의원실의 보좌진을 통해 나에 대한 정보를 떠보고는 나에게 직접 말하지 않고 내가 일하던 의원실에 그걸 찌른 거였다.
깡패 짓거리하고 돌아다닌다던 내 트윗은 지웠지만 현실에서 그 깡패짓을 내게 시전한 그 NGO는 여전히 존재한다. 여전히 뭔 상도 주는 것 같다. 예전만큼 위세가 좋아 보이지는 않지만.
사실 지금도 조금 긴장되긴 한다. 또 뭔 일 나는 거 아니야? 하지만 나 거기가 어딘지 전혀 특정되게 말하지 않았으니까. 그리고 이제 국회 나온 지도 10년이 더 넘었으니까. 하지만 그래도 좀 떨리니까 읽으시는 분들과 나와의 비밀로 하기로 하자. 여기서만 이야기 하기로.
(그리고 나는 실업급여를 신청하고 구직활동에 들어갔는데 2주도 안 되어서 지금 회사를 다니게 됐다. 그래서 입사건강검진이라는 걸 처음 해봤는데 술도 못 하고 담배도 전혀 못 피는 사람이었고 국회를 나간 지 일 주일이 넘은 시점에서도 '간수치가 정상보다는 높은 상태'였다. 처방약 우루사를 2주 정도 처방 받았을 정도로.)
너무 고생하셨어요.🥲(도닥도닥)
답글삭제직장에 sns를 들켜 짤리는 사례... 그게 바로 저였습니다, 네. ㅎ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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