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이 300명이라면 직원 10명 이하 소기업이 300개라고 보면 된다. 영감을 은어로 사장님이라고 지칭하는 보좌진도 꽤 된다. 소기업이 300개라는 뜻은 그만큼 방마다 천차만별이고 운영하는 방식, 분위기, 관계, 뭐 다 다르다는 이야기다. 그러니까 여기에 쓰는 나의 면접 썰은 그냥 천차만별인 소기업들 중 몇몇의 이야기라는 거다.
1) 면접 시간
- 일요일 아침 8시반에 면접을 보러 오라는 의원실이 있었다. 의원의 직접 면접이었다. 보좌관도 아니고 의원이 본다는데 안 갈 도리가 있겠나. 당시 나는 국회에 이력서를 수백 개 보내도 연락조차 오지 않던 좌절의 구렁텅이 속 백수였다.
- 어쨌든. 갔는데 영감이 있었다. 그런데 더 놀라운 점은 나에게 물을 한 잔 떠주는 보좌진(애석하게도 당연히 여성)도 출근해 있었다.
- 의원이 직접 면접을 본다고 해서 긴장을 했었지만 의외로 진짜 뭐 별걸 묻진 않았다. 내 나름 신경써서 대답도 하고 했는데 아무튼 '나를 왜 불렀지?'라는 의문이 좀 생기는 그런 면접이었다.
2) 국민건강증진법 제9조 제4항
- 오늘 포스팅에서도 결국 법 얘기를 하게 되네.
- 국민건강증진법 제9조 제4항 제1호는 이러하다.
제9조(금연을 위한 조치) ④ 다음 각 호의 공중이 이용하는 시설의 소유자·점유자 또는 관리자는 해당 시설의 전체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하고 금연구역을 알리는 표지를 설치하여야 한다. 이 경우 흡연자를 위한 흡연실을 설치할 수 있으며, 금연구역을 알리는 표지와 흡연실을 설치하는 기준·방법 등은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한다.
1. 국회의 청사
- 의원 면접을 보러 오라기에 갔었는데 영감이 외부 일정이 있다고 하여 내가 먼저 기다리고 앉아 있었다. 조금 기다리니 영감이 이내 들어왔다.
- 그 의원실은 의원실 회의책상이 원탁이었는데 원탁 맞은 편에 앉자마자 영감과 보좌관이 나란히 초면인 나를 앉혀두고 담뱃불을 붙였다. 아무런 양해도 구하지 않고 그냥 자연스런 행동이었다.
- 7면접 내내 삐딱하게 시비를 걸면서 딱히 앞에 있는 내 면접에 신경을 쓰는 것 같은 느낌도 아니고 정말 희한한 간접흡연 타임이었다.
- 그나마 몇 마디 한 것도 굉장히 삐딱한 시비조였어서 아마 돌이켜보면 난 꽤 발끈해서 대답했던 것 같다. 내 나름 대답을 했는데 갑자기 나를 화내듯이 가르치려 들었다. 그래서 내 의견으로 반박을 했다.
- 그런 반응을 보기 위해 그런 걸 물었던 건지는 모르겠지만 나중에 건너건너서 그 의원실의 내 면접 후기를 들은 선배가 내게 말하길 "면접을 보러와서 왜 싸웠어?"라고 하더라. 보자마자 양해도 없이 담배에 반말에 시비에... 그걸 싸웠다고 느꼈다면 내가 잘한 일 아닌가 이제는 생각해야 할 것 같다.
3) 이게 면접이야 아이디어 슈킹이야
- 최근에 읍내에서 리트윗 좀 타던 트윗 중에 '면접에 갔는데 현재 직무를 상세히 묻고 관련 아이디어를 내라고 하더니 면접관이 열심히 받아 적더라'는 썰이 있었다. 그 사람들이 실무 정보만 쏙 빼먹기 위해 가짜 채용공고를 올렸었다는 거였다.
- 그 트윗을 보니까 생각나는 일화가 있었다.
- 어느 중진급 의원실 면접을 보러 갔다. 의원이 직접 본다고 해서 갔더니 이미 나 말고도 다른 지원자들이 몇 명 더 있었고 면접관으로는 영감과 그 방 보좌진이 두 명 정도 있었다. 나의 경쟁자들도 다 당시의 나처럼 회관 다른 방 인턴인 듯해 보였다.
- 내고 싶은 법안이나 띄워보고 싶은 정책 아이디어가 있느냐는 질문이 나왔고 그 자리에 있던 나를 비롯한 인턴들은 즉석에서 평소에 생각하던 것들을 어렵지 않게 꺼내놓았고 즉석에서 서로 의견도 교환할 수 있을 만큼 분위기도 꽤 좋았다. 보좌진은 채점이라도 하는지 그걸 열심히 기록하는 듯 보였고 영감은 지켜보다가 '그래요?' 하면서 종종 개입하기도 했다.
- 나는 당연히 낙방했고 그 방에 다른 사람이 붙었는지 어쨌는지 후일담은 알 수 없었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그 날 나온 이야기 중에 한두 가지는 나중에 그 방에서 법안으로 나왔고 영감이 언론에서 광도 잘 팔았다. 으휴. 벼룩의 간을 내먹어라 인간아.
4) 갑자기요?
- 어째 말하다보니 죄 의원 면접썰인데... 그럴 수밖에 없기도 한 것이 직원 10명 이하 300개 소기업이라 사장님이 사풍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 이건 뭐 비교적 작은 일인데 의원과 보좌관이 함께 면접을 보는데 갑자기 속보가 터졌다면서 의원실 안 TV를 켜서 뉴스를 시청하기 시작하는 거다. 아니 뭐 속보... 중요하죠. 하지만? 제 시간은요?
5) 인턴, 하지만 경력과 지식이 출중한
- 인턴이란 무엇인가. 원래는 직업생활 경험이 없는 학생이나 사회초년생이 실무경험을 쌓아보는 체험 과정이지 않은가? 내가 잘못 알고 있나?
- 중소기업부 장관을 할 정도로 경제학으로 좀 먹어주던 의원실 면접을 보러 갔었다. 여기는 보좌관, 비서관 면접이었다. 역시나 질문도 경제학 관련이었다. 몇 가지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낙수효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과거에는 널리 통용되던 이론이지만 현대에 와서는 한계점이 드러났다고 생각한다고 했는데 뭔가 그때부터 느낌이 쎄했다. 그 뒤로는 변변한 걸 묻지도 않았고 정말 꺼림직한 마음으로 의원실 나온 기억이 난다.
- 나중에 그 방 인턴이 실제로 된 친구와 친해질 수 있었는데 나와는 달리 저어어어어어어어엉말 순두부같이 순하고 여린 친구였다.
- 나의 어떤 점이 그 방 남보좌진을 싸하게 만든 건지는 끝내 알 수 없었지만 내가 한 가지 확실히 알고 있는 건 보좌관이 너무 괴롭혀서 그 방 인턴이 그만둬야 할까 고민 중이라고 했던 것이다.
마저리는 민정당 의원실에서만 일했으니까 저 이상한 썰들은 당연히 전부 민정당 의원실의 면접썰일 것 같겠지만 실상 전혀 아니다. 다섯 가지 모두 당시 민주당 의원실이었다. 그나마 한 가지 속이 좀 후련한 거는 저 다섯 명 다 지금은 그 누구도 뺏지를 달고 있지 못 하다는 점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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