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말하면 나는 이 모두발언 대신에 강선우 의원이 그냥 '당신은 사랑 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을 부르고 내려왔어도 된다고 생각한다. 진지하게 그렇게 생각한다. 그랬으면 적어도 화는 안 나지 않았을까?
존경하는 이인선 여성가족위원회 위원장님 그리고 여성가족위원회 위원님 여러분!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여성가족부장관후보자 강선우입니다.
오늘 저는 '우리가 사랑했던 모든 것들이 결국 우리를 낙원으로 이끈다'라는 하태완 작가의 책 한 구절을 떠올리며 이 자리에 섰습니다. 이 말처럼 우리가 지켜 내고 사랑하고 함께해 온 것들이 모여 대한민국을 더 좋은 곳, 더 따뜻한 국가로 이끈다 믿습니다. 여성가족부는 그 낙원의 문지기이자 길잡이입니다.
우리 사회의 갈등과 반목은 우리가 지켜내고 사랑하고 함께해 온 것들을 무너뜨리고 혐오하도록 하고 싸우도록 합니다. 이는 우리가 성장할 수 없도록, 회복할 수 없도록, 그리하여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의 명운 자체를 위협합니다. 그런데 이 갈등을 통합해 내고 반목을 조정하는 일이 주된 업무인 부처가 바로 여성가족부입니다. 즉 대한민국 존립의 근간을 맡고 있는 부처입니다.
우리 여성가족부는 300여 명의 인원과 국가 예산의 0.26%라는 작은 어깨로 이 크나큰 짐을 감당하며 버텨 내고 있습니다. 상처가 많아 더 따뜻해지는 사람들이 있듯 여성가족부 또한 부처에 높은 파도가 닥칠 때마다 적당한 진동으로 조절하며 참 많은 애를 써 왔습니다. 이처럼 작은 몸집으로 큰 파도에 부딪히느라 부처에 상처가 많이 생겼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어쩌면 그래서 더 따뜻해졌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제 여성가족부라는 이름으로 걷는 길을 더 너르게, 더 다양하게, 더 촘촘하게 만들어 국민들께서 더 안전하게, 더 평등하게, 더 존중받으시며 멀리까지 날개를 마음껏 펼치실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그리하려면 새롭게 거듭나야만 하는 시대적 소명이 여성가족부에게 주어졌다 생각합니다. 종종 한참을 걷다 보면 내가 이 길에, 이 자리에 선 이유가 무엇인지를 스스로에게 되묻게 되는 때가 있습니다. 여성가족부는 확대 개편이라는 길을 국민 여러분과 함께 지치지 않고 걸을 것입니다. 아주 자주 국민께 이 방향이 맞는지, 제가 이 자리에 선 이유가 무엇인지를 여쭙고 경청하고 또 질문드리겠습니다.
성평등과 함께 대한민국이 성장하고 남성의 육아휴직이 자라는 만큼 대한민국이 빛나길 꿈꿉니다. 고용평등 임금공시제가 확대되고 종국에는 성별임금격차가 사라지도록, 더 많은 의사결정을 특정 성이 기울어진 채 진행되지 않도록 끊임없이 고민하고 되감기를 하며 한 걸음, 두 걸음씩 부지런히 나가겠습니다.
성폭력의 상처가 피해자인 나를 이 세상뿐 아니라 내 삶에서 밀어낼 때 그 저지선과 방어선이, 울타리가 되겠습니다.
당신이 당신 자체로 얼마나 고귀한 사람인지 국민 한 분 한 분의 삶을 비추겠습니다.
국민께서 여성가족부가 내 곁을 비우지 않았다는 믿음과 확신을 가지실 수 있도록 제도로, 예산으로 그리고 진심으로 증명해 내겠습니다.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빈곤과 청소년 10년의 기록’이라는 책은 누군가에게는 대한민국이라는 국가 안전망이 얼마나 성기고 낡았는지를, 누군가에게는 얼마나 촘촘하고 매끈한지를 잘 보여 줍니다. 몰랐다면 알아야 하는 우리 아이들의 현실이고, 알게 된다면 외면해서는 안 되는 대한민국의 단면입니다.
국민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알기 위해 행정이라는 것이 존재하고 외면하지 않기 위해 법과 제도, 예산이 존재한다 생각합니다.
내가 누구인지 혼란스럽고 이 세상도 거칠기 한이 없다고 느낄 아이들에게 여성가족부가 장막을 걷어 주고 귀히 여기며 대한민국의 단단한 공동체 일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그 책임을 다하겠습니다.
나를 안아 주고 당당하게 행복해도 되고 혼자 걷는 연습을 조금은 늦게 해도 되는 내 본연의 모습으로, 우리 원래의 모습으로 있을 수 있는 쉼이 곧 가족이 될 수 있도록 행정의 크고 작은 경계들을 허물고 메우겠습니다. 한부모 가족도, 조손 가족도, 부모님이 많이 바쁘신 가족도, 그렇지 아니한 가족도 돌봄의 공백을 최대한 느끼시지 않도록, 외롭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애써 뒤적이지 않아도 행정의 문턱을 없애 국민께서 국가가 내 곁에 편하게 넉넉하게 있음을 실감하실 수 있도록 정비하고 또 정비하겠습니다. 지킬 수 있었던 귀한 생명들을 돌봄 공백으로 떠나보내지 않고 제대로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쏟아붓겠습니다.
우리의 오늘을 더 나은, 더 예측 가능한 내일로 만드는 그 자리에 서 있고 싶습니다. 국민 한 분 한 분의 하루가 소중하지 않은 날이 없음을 명심하고 기민하고도 묵묵하게 일하겠습니다. 국민께서 지켜 내시고 사랑하시는 모든 순간, 여성가족부가 그 뒤에서 든든하게 뒷받침할 수 있도록 최선과 진심을 다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국민의 대표로서 늘 헌신해 주시는 위원장님과 위원님 여러분께 경의를 표하며 바쁘신 의정활동 중에도 이번 인사청문회를 위해 애써 주신 노고에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경청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아울러 자료 요청 관련해서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요청하신 자료는 최대한 내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말씀 주셨던 자료의 항목들을 다시 한번 검토를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상입니다.
고맙습니다.
참고 : 강선우 의원은 모두발언을 직접 작성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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