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AI가 법관을 대신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인간사에서 겪는 어떤 사건에는 한 인간이 전말을 완전히 파악하기에도 벅찬 수많은 맥락이 있는데 AI는 이것을 다 파악하는 데에 젬병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현재까지는 매우 그렇다고 본다. 또한 그것은 판사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에게 일정 정도의 균일한 자질과 법적 양심, 인품을 기대하며 국가의 제도가 적절한 기준에 따라 그 일을 해줄 사람들을 선발해줄 것에 대한 최소한의 기대를 놓지 않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 수많은 사법부의 엿먹이기 판결을 당한 뒤에도 여전히 나는 진짜 보수적으로, 그렇다고 '법 왜곡죄'라는 것이 존재해야 하는지 확신을 가질 수가 없었다. 입법부에서 일할 때도 '사법부는 왜 이렇게까지 입법자의 의도를 무시하는 판결을 하나?'라는 생각을 했었지만 그럼에도 그랬었다.
그러나 2026년에 와서 나는 마침내 이런 식이라면 필요하지 않은가 싶은 단계에 도달하게 됐다. 지금까지 포스팅 여러 개를 사법부의 수긍할 수 없는 판결에 대해 쓰기도 했지만 또, 열불 터지는 판결이 또 났기 때문이다.
| 출처 :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1/0015897556 |
'사법부가 그렇게도 바뀔 수가 없다면 입법을 통해 정정해주겠어!'라고 많은 보좌진과 뺏지가 생각해서 입법 업무를 했을 것이다. 그렇게 생겨난 법들 중에 하나가 중대재해처벌법이다. 애초부터 법기술 쓰는 원청이나 사용자 측을 원-하청 관계와 사용자-노동자 관계의 실체적 맥락에서 바르게 이해하고 판결을 내리는 사법부였다면 이런 법은 생기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니었고 그렇게 이 법이 생겼다.
이 사건 공소장에서 검찰은 정도원 씨가 안전·생산·인사·재무 부문에서 부문별로 경영권을 행사하였다면서 근거로 △안전과 관련해 사고 1년 전인 2021년 1월28일 삼표산업 환경안전본부로부터 사업장 순회점검 결과를 보고받은 점 △그해 9월에는 삼표산업 전체 보행자 통로 안전점검을 지시하는 등 안전 부문에서 실질적 경영자로서 권한을 행사한 점 △공정별 10% 이상의 원가 절감 방안을 수립하거나 연간 생산목표를 상향 수정 지시한 점 △중대재해 발생 이후인 지난해 8월에도 정 회장은 손익 위주로 생산하되 단가 인상 계획을 수립해 손실을 만회하라고 지시한 점 등을 제시했다. 특히 이번 사건 발생 전 위험 상황을 알면서도 석분토 하부에서 채석을 진행하는 방안을 보고받고 지시한 점을 직접적으로 혐의와 연결지었다.
결심공판에서도 검찰 측은 정도원 씨에게 “피고인은 안전보건 관련된 사안을 포함해 그룹 전반의 보고를 받고 지시를 했으며, 이를 토대로 중처법상 경영 책임자로 볼 수 있다”, “삼표 측은 붕괴 위험성을 예상할 수 있었으나 무사안일의 태도로 일관하다 사고가 발생했다”, “안전보다는 목표 채석량 달성이라는 경제적 이득만 추구했다.”라면서 징역 4년과 벌금 5억 원을 구형했다. 또한 이종신 전 삼표산업 대표이사에 대해선 징역 3년형, 삼표산업 본사와 양주사업소 전·현직 직원에 대해서는 금고 2∼3년형, 삼표산업 법인에 대해 벌금 5억원을 각각 구형했다.
정도원 씨는 최후 진술에서 "법적 책임 소재를 떠나 우리 사업장의 근로자의 생명을 지키지 못했다는 점에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 실질적인 계열사의 경영과 안전은 대표이사의 권한으로 이뤄졌음을 잘 살펴달라"라고 했다고 한다. 판결을 보면 정도원 씨 주장을 받아들여준 것도 아니고 그냥 전부 무죄를 줬다.
판결문에서 의정부지법 형사3단독 이영은 판사는 "삼표그룹의 규모나 조직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이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규정된 의무를 구체적 실질적으로 이행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사람에 해당한다고 단언할 수 없다", "피고인이 중대재해 처벌법에서 규정하는 경영 책임자, 즉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며 무죄를,이종신 전 삼표산업 대표이사와 삼표산업 법인도 "혐의 인정이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짧게 정리하면 이렇다.
—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 - 무죄
— 이종신 전 삼표산업 대표이사 - 무죄
— 삼표산업 법인 - 중대재해처벌법 무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일부 유죄 벌금 1억 원
— 삼표산업 본사 안전책임 담당 - 업무상과실치사 유죄 징역 2년 집유
— 양주사업소 관계자 3명 - 업무상과실치사 유죄 금고형 집유
계열사의 경영과 안전 책임은 계열사 사장한테 있다는 정도원 씨의 주장을 받아들여줬다면 전 대표에게라도 유죄가 나와야 맞을 텐데 그것도 아니다. 그 주장을 공판 과정에서도 했을 텐데 그렇다면 재판부에게 검찰 측에 공소장 변경이라도 지시했어야 하지 않나? 그것도 아니고 그냥 윗대가리들은 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무죄다. 일일이 보고 받아 지시한 사람들은 다 무죄로 현장이나 실무 보는 사람들만 유죄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어떻게 되어 있길래 그러는지 조문을 좀 보자.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2. “중대산업재해”란 「산업안전보건법」 제2조제1호에 따른 산업재해 중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결과를 야기한 재해를 말한다.
가.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
나. 동일한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
다. 동일한 유해요인으로 급성중독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직업성 질병자가 1년 이내에 3명 이상 발생
8. “사업주”란 자신의 사업을 영위하는 자, 타인의 노무를 제공받아 사업을 하는 자를 말한다.
9. “경영책임자등”이란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를 말한다.
가.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 또는 이에 준하여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
나. 중앙행정기관의 장, 지방자치단체의 장, 「지방공기업법」에 따른 지방공기업의 장,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제4조부터 제6조까지의 규정에 따라 지정된 공공기관의 장
제4조(사업주와 경영책임자등의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 ①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등은 사업주나 법인 또는 기관이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종사자의 안전·보건상 유해 또는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그 사업 또는 사업장의 특성 및 규모 등을 고려하여 다음 각 호에 따른 조치를 하여야 한다.
1. 재해예방에 필요한 인력 및 예산 등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 및 그 이행에 관한 조치
2. 재해 발생 시 재발방지 대책의 수립 및 그 이행에 관한 조치
3. 중앙행정기관·지방자치단체가 관계 법령에 따라 개선, 시정 등을 명한 사항의 이행에 관한 조치
4. 안전·보건 관계 법령에 따른 의무이행에 필요한 관리상의 조치
제6조(중대산업재해 사업주와 경영책임자등의 처벌) ① 제4조 또는 제5조를 위반하여 제2조제2호가목의 중대산업재해에 이르게 한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등은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이 경우 징역과 벌금을 병과할 수 있다.
② 제4조 또는 제5조를 위반하여 제2조제2호나목 또는 다목의 중대산업재해에 이르게 한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등은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제7조(중대산업재해의 양벌규정) 법인 또는 기관의 경영책임자등이 그 법인 또는 기관의 업무에 관하여 제6조에 해당하는 위반행위를 하면 그 행위자를 벌하는 외에 그 법인 또는 기관에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른 벌금형을 과(科)한다. 다만, 법인 또는 기관이 그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하여 해당 업무에 관하여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1. 제6조제1항의 경우: 50억원 이하의 벌금
2. 제6조제2항의 경우: 10억원 이하의 벌금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이틀만에, 즉 2022년 1월 29일 일어난 사건이었다. 사고 나흘 전에도 일부가 붕괴되었다. 그리고 윤새끼 정권의 검찰은 무려 사건 1년 2개월 후인 2023년 4월초에야 정 회장 등을 기소했다. 그 사이에 대표이사의 지휘 아래 본사와 현장사무소의 관련 증거를 인멸하게 하는가 하면, 직원들더러 기초적인 사실관계마저 거짓으로 진술하게 한 것으로 파악되기까지 했는데 윗대가리들은 모두 무죄라는 거다.
이것을 보고 어떻게 입법의 취지를 정면으로 무시한 것이 아니라고 할 수가 있겠는가.
회장이 직접 이 정도까지 지시했다고 제시를 해도 그룹 규모가 크니까 회장이 실질 책임자는 아니라는 판사 나으리의 세상은 어떤 세상인가. 뇌물을 유력자의 친인척에게 갖다 바쳐도 압색 시점에 당사자가 아니라 친인척이 가지고만 있으면 뇌물이 아니라고 봐주는 판사 나으리의 세상은 또 어떤 진공 상태의 세상인가. 공짜로 여론조사를 막 갖다 바쳐도 계약서가 없으니 정치자금법 위반이 아니라는 판사 나으리의 세상은 '거 김영선이 공천 좀 해주라니까 말이 많네'를 최소한 한 번 이상 들어본 시민과 같은 세상인가. 평생을 법조인으로 살다가 법무부 장관까지 한 인간이 12·3 내란 당시 그 밤에 그게 위헌·위법한지 인식이 없었다는 변명을 믿어주며 다툼의 여지가 있으시다는 판사 나으리의 세상은 그 밤에 바로 국회 앞으로 달려가서 이 대한민국이라는 체계를 지켜낸 시민의 세상과 같은 세상인가.
법 왜곡죄에 대해서는 사실 아직도 난 확신까지는 없다. 하지만 이러한 사법부의 판결을 더 참아줄 수도 없다. 개헌 때 사법부 견제 방법이 구체적으로 들어가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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