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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조치를 해도 자꾸 사람이 죽으니까 마음이 급하다

얼마 전에 살펴본 것처럼 2024년 9월 헌재는 전원재판부 결정을 하나 내렸다. 간단히 핵심만 추려서 보자면 아래와 같다. 



가정폭력이나 스토킹, 교제폭력을 일컬어 관계성 범죄라고 한다. 이중 교제폭력을 처벌하기 위한 법은 아직 입법되지 않았고 가정폭력처벌법은 1997년(문민정부 말에 제정)에, 스토킹처벌법은 2021년(문재인정부 후반 제정)에 제정되었다. 가폭법에는 응급조치, 긴급임시조치, 임시조치가 규정돼 있고 스토킹법에는 응급조치, 긴급응급조치, 잠정조치가 규정되어 있다. 명칭은 약간 다르지만 구조는 동일하다. 우선 접근금지 같은 제한을 건 뒤에 어기면 벌금 등의 형벌을 부과하는 방식이다. 이런 단계를 두는 이유가 바로 이 범죄들이 관계성 범죄이기 때문이다. 중범죄로 발전할 위험성이 있어 조치가 시급하고 생계나 일상생활 및 친밀한 관계 때문에 피해자가 법적 구제를 주저하게 되기 때문에 본격적으로 경찰이 수사를 하는 등의 정식 단계 이전에 피해자를 보호하는 조치를 임시적으로 먼저 취하는 것이다.

이러한 피해자 보호조치는 유죄판단이 필요 없다는 점이 형벌이나 보안처분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고 수사기관이나 법원이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말하자면 범죄행위와 연관성은 있으나 그 법적 조치의 성격이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행정 조치'에 가깝다. 

현재 교제폭력에 대한 입법시도로는 가폭법에 교제폭력을 포섭하는 안(3건)과 스토킹처벌법에 포섭하는 안(9건), 교제폭력 처벌법을 새로 만드는 안(5건), 기타(전자발찌를 채우자!)으로 나뉘어 있다. 계류 중인 법안에 대한 논의과정에서 '대체 교제관계는 어떻게 정의를 내릴 것이냐'로 여러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법으로 교제관계에 정의를 내리는 게 중요한 이유는 예를 들어 교제폭력이 발생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이 뭐를 보고 이 두 사람이 교제관계(전, 중, 후 모두 포함)이니 임시조치 같은 보호가 필요하다고 판단을 내릴 것이냐, 하는 실질적인 문제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내가 좀 답답한 것은 가해자의 행위를 두고 판단하는 것이 명확한 것이지, 폭력 상황에서 가해자와 피해자가 교제관계냐 아니냐를 따지는 게 입법할 때 그렇게 엄청 중대한 일이냐는 것이다. 목적이 형벌적 분리가 아니고 그보다는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함이니 더욱 그렇다. 일반 폭력 사건보다 교제폭력에서 친밀한 관계 때문에 피해자가 더욱 위험하고 취약하다는 것은 친밀한 관계에 있는 가해자가 피해자에 대해 많은 정보를 알고 있어서 구체적 폭력 위험이 훨씬 크다는 점과 피해자가 심리적으로 더욱 취약해져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소 추상적이더라도 교제관계에 대한 정의를 최대한 내려놓고 현장에서 이 법이 시행이 될 때 경찰관에게 실무 지침이 현실의 교제폭력을 인지/인식하고 그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마련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것을 위해서 경찰 안에서 연구가 필요하다면 그런 쪽에 예산을 더 들이는 쪽으로 생각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출처 : 한국여성의전화

여성폭력의 피해자가 신고를 하고 보호조치를 받던 중에 살해 당하는 사건이 반복되고 있다. 교제관계가 뭔지 따지고 있을 때가 아니다. 사람이 죽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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