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학개론 수업 강의계획서에 있는 강의목표에 이런 말이 있었다.
'법학을 처음 접하는 학생들의 법적인 사고방식(legal mind)을 함양한다.'
리갈 마인드? 법적인 사고방식 정도로 해석하면 되려나? 사실 이게 뭔지 몰랐다. 창피하지만 저기서 처음 읽어봤다. 사실 교수님도 저게 뭔지 알려주지는 않았다. 이런 식으로 말할 뿐.
"정말 법학을 배웠다는 사람들은 한쪽 말만 들어보고 판단해선 안돼."
라든가
"어떤 사건을 볼 때 관련법령이나 판례를 떠올려서 적용시켜 봐야 해."
같은. 그래서 추정컨대 어떤 사실관계를 두고 판단을 내릴 때 법률의 체계와 원리에 입각해서, 그리고 판례와 견주어 평가하고 판단해본다는 이야기인 것 같다. 가령, '술 먹다 시비를 거는 사람과 싸워 쌍방폭행 입건이 되었는데 합의를 안 해서 형사재판에 갔다가 시비를 건 쪽보다 걸린 쪽이 더 크게 처벌 받았다'라고 할 때, 보통은 '그런 게 어디 있어!' 할 수도 있으나 '음주와 만취 여부, 폭행에 도구 사용, 상해의 정도를 따져보면 그렇게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게 되는 정도의 차이? 그런 거라면 좀 재수없기도 하고 솔직히 약간 법꾸라지 같은 사고방식으로 생각하기도 했다.
막연히 그런 생각을 가지고 살다가 2025년 9월 어느 날에 나에게 전에 없던 리갈 마인드가 생겼음을 체험할 사건이 생겼다.
- '조희대 대법원장이 한덕수 전 총리 등과 만나 대통령 공직선거법 사건 처리에 대해 논의했다"는 취지의 의혹' : 우선 입장표명할 부분에 대한 요약 정리로 시작
- 위 형사 사건과 관련하여 : 잼칠라 다른 사건도 많은데 공직선거법을 논한 건 아니라고 우기기 가능
- 한거킨 전 총리와는 물론이고 외부의 누구와도 : 내부에서 김앤장에서 활동하옵신 훌륭하신 대통령 권한대행과 밀접한 내부인이랑은 얘기해봤을 수도 있겠지만 그게 거킨과 이야기 한 건 아니라고 우기기 가능
- 논의한 바가 전혀 없으며 : 논의는 아니고 일방적 의사 표현, 안부인사, 격노, 묻는 말에 대답 등 정도는 해줬다고 우기기 가능
- 거론된 나머지 사람들과도 : 정상명, 김충식이라고 콕 찍어 말하진 않았다고 우기기 가능
- 제기되고 있는 의혹과 같은 대화 또는 만남 : 오찬을 함께하진 않았고 안부 나누는 차담 정도였다고 우기기 가능 마치 라잌 12월 4일 안가회동을 망년회라고 했던 것처럼. 또는 만남은 아니고 통화는 했다고 우기기 가능 또는 만났더라도 화제가 '잼칠라 공선법 파기환송'은 아니었음. 또는 문맥을 크게 해석해서 만난 건 맞는데 대선에 개입할 목적으로 관련 논의를 할 만남은 아니었다고 우기기 가능.
보자마자 이런 생각부터 떠오르는 나 자신에 내가 놀랐다. 사실 '뭐 이런 맥 빠지는 두 줄 짜리 입장문이 있어?'에 이어서 자연스럽게 저런 법꾸라지스러운 해석이 자연스럽게 진행됐기 때문이다. 그러더니 또 짜치는 입장이 추가 되었는데,
출처 :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8/0005252667 |
왜 이런 답변이 나왔냐면 이봉수 창원지법 부장판사가 "일부 표현이 다소 모호하게 읽힌다. 논의가 없었음을 분명히 했을 뿐 실제로 만난 사실 자체가 있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명시하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 선고일 이후부터 이 전 대표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 전까지 한덕수 전 총리를 공식적으로든 비공식적으로든 만난 사실이 있었는지 밝혀달라."라고 코트넷에 공개적으로 올렸기 때문이다.
어쨌든 그 덕분에 다시 한 번 사실관계를 정리하면,
"2025년 4월 4일 파면 선고 이후부터 2025년 5월 1일 공선법 파기환송 선고 사이에는"
= 2025년 4월 4일 선고 이전과 2025년 5월 1일 선고 이후에는 만났을 수 있음
"한거킨과"
= 만났어도 그게 딱 한거킨 본인은 아닐 수도 있음
"만난 적 없다"
= 만나진 않고 통화나 문자나 페탐이나 줌이나 보이스톡이나 텔레그램이나 디코나 페메 다 가능
되게 자연스럽게 사고의 흐름이 이렇게 가게 되는 게... 이게 리갈 마인드 맞아?
아니겠지. 내가 뭘 잘못 알고 있는 걸 거다.
(근데 저 이봉수 부장판사님 저거... 약간 피고인 신문하신 거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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